500쪽이 훌쩍 넘는 두꺼운 책을 읽은 지가 얼마만인가?
'우연한 ㅇㅇㅇ'라고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메이컨의 출판사 사장 줄리언식 대로 얘기하자면 이 책을 내가 읽게 된 것 역시 '우연한 책읽기'인 셈이다.^^
서점에서 장시간 이책 저책 뒤적여 보고는 읽고 싶은 책을 고른 것도 아니고,
아는 지인이 좋은 책이라며 적극 추천한 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운좋게 몇 명 뽑지 않는 온라인 카페의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읽게 된 책이니,,,문득 이 책의 제목처럼 '우연한 책읽기'란 말을 붙여보는 것도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자신이 정해 놓은 규칙대로만 행동하던 소심한 남자 메이컨이,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부류인 뮤리엘과의 생활을 통해 규칙에 어긋나는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면서 활기를 되찾는다는 큰 축을 중심으로 얘기가 전개된다.
출장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 안내서를 쓰는 작가이지만 너무나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을 싫어하는 메이컨은 뭐든지 체계적이고 정리가 되어있지 않으면 견디지 못한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사 남매가 모두 물건을 알파벳순으로 정리하며 어린 시절의 습관대로 안정된 세계에서만 생활하려고 하는 엉뚱함이 있기에 타인이 그들의 삶 속에 동화되기는 참으로 힘겨워 보인다.
실제로 세 형제는 결혼을 했지만 모두 이혼을 하고 옛집에 함께 모여 어린시절에 하던 게임을 즐기며 누이가 뒷바라지 해 주는 것을 자연스러워 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나 역시 정돈된 메이컨처럼 이 책의 전개 방식에도 뭔가 정돈된 규칙이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정말 흥미롭게도 각 내용의 단락은 메이컨과 세라 또는 가족 이야기가 나왔으면 그 다음에는 어김없이 메이컨과 뮤리엘의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전개되는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구조는 메이컨과 뮤리엘이 얽혀질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해 주는 개 에드워드를 지나치리만큼 집착해서 훈련시키는 순간부터, 그들이 사랑을 하게 되고, 메이컨이 다시 예전의 규칙적인 일상을 그리워하며 부인 세라에게로 되돌아가기 직전까지 드러나지 않게 계속 이어진다.
반면, 그가 뮤리엘과의 새로운 삶을 뿌리치고 습관적인 사소한 일들을 좇아 다시 부인 세라와의 규칙적인 생활을 되찾아 가는 과정은 그의 혼란스런 마음처럼 규칙적인 과정없이 이야기 흐름이 전개된다.
책의 끝부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가 뮤리엘을 버리고 답답한 그의 예전 생활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을 땐 묘한 감정이 일었다.
"뭐야? 이 남자, 그럼 뮤리엘을 이용만 한 거야?"라는 생각에 배신감까지 슬슬 고개를 들었다.
우연히 읽게 된 책치곤 너무 흥분해서 몰입한 나머지, 메이컨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분명히 아들을 강도의 총에 잃어버린 깊은 상처를 얘기했을 때, 뮤리엘 역시 자신의 깊은 상처를 드러내 보이며 모두가 상처를 안고 살아감을 담담한 말투로 위로하는 성숙함을 보였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하고.....
그래서 자신을 버린 메이컨을 따라 뮤리엘이 있는 돈 없는 돈을 긁어 모아 프랑스 비행기표를 사서 따라 갈 때는 정말 화가 났다. 자신의 안전한 생활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겁쟁이 메이컨을 좋아하는 겁 없는 뮤리엘이 꼭 스토커 같기도 하고 너무나 대책없는 철부지 아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좀더 자존심있게 행동할 순 없나 싶어서 같은 여자로서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랑스를 너무나 싫어하던 메이컨이 뮤리엘이 곁에 있기만 해도 프랑스 여행은 친절한 사람들로 넘치고 따뜻함까지 느껴지게 한다는 것으로 뮤리엘의 존재를 실감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동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그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어설프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뮤리엘과의 사랑을 깊이 인식한 끝순간- 그녀를 찾아 공항 택시를 그녀의 앞에 세우자 햇빛에 반사된 듯 꽃종이까지 흩뿌리는 마지막 장면은 몇 부에 걸친 드라마를 열심히 본 시청자들을 위해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멜로 드라마의 친절한 한 장면이 연상되어 조금은 멋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꼭꼭 싸맨 채 그만의 고정된 틀을 과감히 깨고,
진정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메이컨에게 힘차게 박수를 쳐 주고 싶어지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면 이건 무엇으로 설명을 해야 할까? ㅎㅎ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메이컨과 뮤리엘이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왔고, 누가봐도 어울리지 않는 특성을 가진 인물들임에도 두 인물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만남'이지만,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
아무리 규칙으로 정해 놓은 자신만의 틀이 있어도 짜맞추어 놓은 대로만 되는 것이 인생이 아니며, 이런 우연과 상처들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더 많은 양념과 살맛을 느끼게 해 주는 것임을 이미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중간 지점에서 메이컨이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사는 사람들과 조심성 없이 사는 사람들.~~~"
이라고 의미있는 말을 했는데,,알고 보면 우리 부부도 조심스러운 남편과 조심성 없는 아내의 조합인 것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안락의자에 앉은 자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꿈을 꾸지만, 여행하는 이들은 안락의자에 앉아 지내기를 꿈꾼다.
-그 여행하는 안락의자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바로 당신!
이라며 메이컨을 쏘아붙이던 세라의 말은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꿈꾸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도 뭔가 변화를 시도해 보라는 일침같아 가슴이 따끔하다.
내일 모래 가족 휴가를 눈 앞에 두고 읽게 된 이 책은
우리의 여행이 좀더 '의미있는 가족 여행'이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해 준다.
어떤 책이든 내가 처한 환경에서, 내 식대로 해석하기 나름이니까.후후~~
*어느 책이든지 꼭 있게 마련인 오.탈자
p147:17 알고 있었았다.---> 있었다.
p159:18 줄타기를 하가다---> 하다가
p253:2 보이지 않았어죠.---> 않았었죠.
p297:4 느낄 수 있는 의아했다.---> 느낄 수 있는지 의아했다.
p408:2 이이들의---> 아이들의
p412:2 한 적 없는지만---> 없지만
p424:6 챔임지겠다---> 책임지겠다
p432:18 코르크 마개가 채 병 옆에---> 코르크 마개가 따진 채 병 옆에
p473:5 온수가가---> 온수가
p522:18 그가 말해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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