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생활자의 요가 - 생각 많은 소설가의 생각 정리법
최정화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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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정화 소설가가 글과 그림을 모두 작업한 책이다. 소설도 쓰고, 에세이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요가수업도 진행한다니.. 대단하시다!

작가는 머리는 무겁고 목은 휘고 등이 굽은 전국의 책상 생활자들과 가벼운 수다를 떤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나는 작가님 말대로 머리는 무겁고 목은 휘고 등이 굽은 책상생활자니까..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이.

사실 나도 요가를 배운 적이 있긴 하다. 뭐든 깊게 들어가기 전에 그만두곤 하여 지금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배웠던 내 몸을 위한 운동 중 가장 마음에 들기는 했다. 나중에 내가 운동 같은 걸 또 하게 된다면 꼭 요가를 해야지! 하고 그만두었었다. 그만두고 한동안은 집에서 배운 것을 틈틈이 했었는데, 안하다보니 또 안하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사그러들었던 요가에 대한 애정이 다시 솟아난다.

요가에 대해 이론은 잘 모르고 그냥 선생님 말씀을 듣고 동작을 보며 따라하기만 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요가 이론서처럼 어렵지 않으면서도 요가가 무엇인지, 명상이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었다. 책ㅇ에서 소개해 준 다른 요가 관련 책들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사슴캐릭터와 그림이 글을 보완하여 더 재미나게 잘 읽힌다. '장비족의 명상법'은 요가학원에서는 알려주지 않지만 궁금한, 알고 싶은 장비를 소곤소곤 알려주는 소확행 같은 챕터였다.

책을 다 읽고 마음 속에 남는 문장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다하지 않고 적당히 멈추기'라는 문장이다. 그 다음 이어지는 문장들도 좋았다 '그건 이제 내가 요가를 하는 방식이며 글을 쓰는 방식이기도 하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보다 결과가 더 모자란가 하면 그렇지 않다. 몸은 더 부드러워져서 더 깊이 숙일 수 있고, 글은 더 균형 잡혔으며, 상대방은 나를 더 편안해한다.'

다시 요가를 시작할 때, 일을 할 때,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 문장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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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성 아이 봄봄 문고 6
현정란 지음, 홍선주 그림, 이근우 감수 / 봄봄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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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성 아이. 삼국시대 백제 아이들 이야기라니, 조선시대에서도 더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라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은 백제 무왕 시기를 배경으로 정림사지 5층석탑이 지어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석탑이 지어지는 과정에 신라와 당나라 이야기도 나와서 실제 삼국시대 역사를 같이 이야기 나눌 수도 있다.

정림사지 5층목탑이 불타고 그 자리에 5층석탑이 세워지게 되는데, 목탑을 불태운 사람은 누구인지, 석탑이 완성되는 걸 방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린이들이 추리하고 찾아내고 맞선다. 석탑을 만드는 석공의 손녀인 '류와'와 친구인 왕자 '담', 후반부에 등장하는 중요한 아이 '걸계'까지, 이렇게 세 아이가 씩씩하게 그 일을 해낸다.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석탑(당시에는 목탑이 흔했단다.)을 만드는 석공 묵현치('류와'할아버지) 캐릭터가 참 인상적이었다. 좋은 돌을 찾기 위해 산을 오르내리며 돌을 고르고, 그 돌로 가장 아름다운 탑을 완성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 '아, 진정한 예술가란 이런 거구나!'하고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불타버린 목탑과 똑같이 지을 줄 알았던 주변의 예상을 뛰어넘어 석탑만의 아름다움을 살린 정림사지 5층석탑이 완성된다.

이 책을 읽는 누구나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석탑을 한번 보러 가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묵현치 할아버지가 만든 탑을 정말 꼭 보고 싶다^^ 가뭄으로 고통받는 사비성 백성들을 위해 이 석탑과 함께 궁의 남쪽에 연못도 하나 만드는데, 여기가 궁남지일 것이다. 책을 읽고 백제 아이들을 만난 아이와 함께 부여 정림사지와 궁남지를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그냥 유적지가 아닌 이야기가 담긴 유적지라 아이의 가슴 속에도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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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94
토네 사토에 지음, 엄혜숙 옮김 / 봄봄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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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표지는 화사한 푸른 색이지만 책 첫장을 펼치면 어두운 흑백의 현실세상이 그려져 있다. 마음도 몸도 몹시 지쳐 책상에 엎드려 잠든 '나(화자)'는 꿈 속에서 뺨이 빨간 흰 토끼를 만난다. 모카라고 자기를 소개하고는 '나'를 잘 아는 듯 고이 간직해 둔 커피를 대접하겠다고 한다.

모카의 마법 세계는 어두운 현실과 달리 책표지의 푸른 색이고, 그 곳에서 열심히 커피를 만드는 모카와 커피 친구들이 귀엽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그러나 안그래도 바쁘고 지친 삶 속에서 괜히 짜증이 난 '내'가 화를 내자 푸른 마법 세계는 사라지고 어두운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다행히 모카는 사라지지 않았고 '나'에게 언제나 네 곁에 있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모카가 만들어 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비로소 웃음짓는다.

책 마지막 장, 이 책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 등장한다. 모카가 사실 '내'가 어린 시절 공책에 끄적이며 이야기를 그렸던 토끼였다는 것. '내'가 가장 힘든 순간, 나타나 힘을 준 모카. 실제로 모카라는 캐릭터가 작가님이 힘든 시기에 힘이 되어 준 친구였다고 한다.

이 책은 일단 모카가 맛있는 커피를 대접한다는 이야기 자체부터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모카가 책의 화자가 아닌 책을 읽는 나에게 짠 하고 나타나 커피 한잔을 건네주는 느낌이다. 힘들고 지칠 때, 다들 나만의 모카를 만나 그 모카에게 위로 받을 수 있기를! 그게 커피든, 친구든, 이 책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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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를 찾아서 - 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아동문고 98
이지은 외 지음, 유경화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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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이라고 하지만 나는 처음 읽어본 어린이 과학소설집이었다. 내가 어릴 적, SF가 인기였고 나도 좋아했던 터라 집에 있던 어린이용 세계문학전집에서 과학소설작품을 먼저 빼서 읽어보곤 했었다. 가물가물한 기억이라 확실하지 않지만, 단편은 없고 장편들이었고, 동화로 쓰여진 것도 아니고 소설인데 어린이 버전으로 축약, 번역한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이 어린이 과학소설집이 더 귀하게 다가왔다. 요즘 김초엽, 천선란 작가 등의 과학소설 작품들이 다시 큰 관심을 받고 있고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 책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이 책에는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인 이지은 작가의 '고조를 찾아서'와 4편의 우수응모작 '아아마', '구름 사이로 비치는',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 '시험은 어려워'. 이렇게 모두 다섯 작품이 실려 있는데, 이지은 작가의 작품 두 편이 가장 좋았다.

'고조를 찾아서' 라는 책 제목 겸 첫 작품 제목이 뭔가 특이해서 호기심도 생겼지만, '고조'는 고조할아버지의 '고조'였다^^ 시간여행이 가능한 2022년 현재, 과거로 수학여행을 떠난 윤서가 친일파인 고조할아버지에게 친일파가 되지 말아달라는 쪽지를 전하는 이야기다. 쪽지 전달에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조마조마한 전반부가 지나면 반전과 함께 더 흥미로운 후반부가 등장한다. '아아마'는 아름다운 아이돌 마스크의 줄임말이다. 이 마스크를 쓰면 대여기간동안 원하는 외모의 얼굴을 가질 수 있다. 외모콤플렉스가 있는 기여린이 이 아아마를 쓰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은 마지막 부분이 좋았다. 걷다가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라는 마지막 문장이 특히.

이 책은 디자인 면에서도 출판사에서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책 삽화와 표지도 환상적이면서 색감이 예쁘고, 책 제목은 반짝이는 은색이다.

책에 수록된 이지은 작가의 수상소감 가운데 이런 문장이 있다. 어른들은 무심히 잠이 들고 아이들은 이 세상을 걱정하며 밤을 빛내는 거죠. 다들 잠든 밤, 꼬리에 꼬리를 문 걱정과 고민, 상상으로 밤을 빛내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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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3번 시다 두바퀴 고학년 책읽기
원유순 지음, 홍선주 그림 / 파란자전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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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전태일 50주기라고 한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들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지만 전태일 이후 노동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지금도 더 나은 현실을 만들어 가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은 전태일이 평화시장에서 일하던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전태일이라는 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전태일과 함께 바보회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던 재단사 정군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미싱사들, 시다들이 등장한다. 그 중 3번시다가 된 이강순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오빠의 학비를 대고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장에 취직한 13살 이강순. 공장에는 이런 비슷한 처지의 어린 여자들이 모여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한다. 공장에서 이들은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정군(재단보조), 3번 미싱사, 3번 시다 이렇게 불린다. 노동자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기계처럼 일만 하느라 같이 일하는 동료의 이름조차 모른다.

이 책은 어린 여성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의 서글픔과 어려움을 13살 어린이의 시선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먼지가 풀풀 나는 숨막히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추위와 더위와 싸우며 일하고, 무릎도 펴지 못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아파도 성희롱을 당해도 꾹 참아야 하는 현실. 강순이네 공장이 정전될 때마다 촛불을 켜고 잠시 쉴 수 있었던 따뜻한 순간들이 기억난다.

이에 더해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일의 서글픔도 보여주고 있는데, 버스 요금, 영화 요금을 학생증이 있어야 할인해 주는 것도, 무시하듯 대하는 주변 시선도 강순이를 힘들게 했던 일들 중 하나이다.

여자로 살며 겪은 슬픈 현실들도 책 곳곳에 등장한다. 맏딸은 살림밑천이라는 말을 하며 강순이를 공장으로 보내던 일이나 아들을 못나 서운이라고 이름을 지은 3번 미싱사 언니 이야기도 슬프다 못해 화가 나는 일이었다.

책의 15장 제목은 11월 13일. 그 날 전태일이 분신하는 일이 일어났어도 강순이와 강순이 친구 미숙이는 안타깝게도 그게 누구인지, 왜 죽은 것인지도 모른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놀랐던 것처럼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그런 것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책의 마지막, 이 곳에 노동자들을 위한 야학이 생기고 강순이는 여기에서 배우기 시작한다. 배움을 통해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의 옳고 그름을 알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깨닫게 된다. 아마도 전태일 이후 이어졌던 수많은 여성 노동운동가들 중 하나가 된 것은 아닐까.

책이 좋았지만 아쉬운 점은 책 뒤에 전태일 관련 역사 정보가 담겨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넣지 않은 것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문학작품이라 그 시대 상황이 더 궁금한 아이들이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좀 더 자라서 전태일평전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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