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날 678 읽기 독립 2
이은서 지음, 천유주 그림 / 책읽는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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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독립을 준비하는 어린이독자를 위한 책 시리즈가 책읽는곰에서 나왔다. 678읽기 독립 시리즈.

현재 두권까지 출간되었는데, 형식이 독특하다. 판형은 동화책 판형이지만 글밥이 많지 않고, 그림이 풍성하여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있는 책이다. 그림책처럼 겉표지가 양장본이다. '번쩍번쩍'과 같이 흉내내는 말에는 굵은 글씨로 되어 있어 한번 더 눈길이 가게 하였고, 책 뒤에 부록처럼 낱말풀이를 어린이가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적어두었다.

학교에서 처음으로 보건실에 가보게 되는 1학년 아이의 '두근두근'한 마음을 잘 나타낸 책이기도 하고, 아픈 날 엄마와 함께 쉬지 못하고 등교한 속상한 아이가 보건실에서 친구와 선생님께 위로받는 책이기도 하다.

책 앞부분, 아픈 날 함께 있어주지 못하고 회사에 가는 엄마에게 서운한 마음이 가득했던 아이는 책 마지막에서는 서운하고 아픈 마음을 위로받고, 우리 엄마 회사에도 보건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엄마를 걱정하는 넉넉한 품을 가진 아이로 자란다. 여러 이유로 가족에게 충분히 위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렇게 친구나 선생님 등 다른 사람들의 친절과 보살핌으로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다시 힘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 좋았다.

책읽는곰에서 계획했듯이 6-8세 학생들이 읽기 적당한 책이다. 문학적인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글이 잘 읽히고 내용도 이해하기 쉬워 처음 동화책을 읽는 학생들에게는 추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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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 -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반달문고 41
정범종 지음, 김재희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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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그려낸 책이었다. 코로나 시대 마스크를 써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그렇고, 단톡방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나 어른들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려 하는 모습들이 그랬다.

아파트 단지 화단에 죽은 나무를 베어낸 자리가 생겨 가꾸게 된 봉숭아밭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천식때문에 코로나 이전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녀 마스크요정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초희가 주인공이다.

초희는 봉숭아밭을 가꾸면서 그곳에서 꼬마꽃벌을 만나고 이들을 소중히 여긴다. 그런데 아파트에서는 화단에 다시 나무를 심으려 하고, 모기약까지 치려고 한다. 초희와 친구들은 봉숭아밭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낸다. 어린이도 함께 하는 투표를 하자고 관리소에 건의도 하고, 피켓을 들고 손가락 글씨 시위를 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여러 어른들께 조언도 듣고 또는 어른들과 싸우기도 한다. 그리고 단톡방에서 의견을 나누며 스스로 공부하고 답을 찾아간다. 아이들은 답은 누가 제시해 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것임을 배운다. 책 끝부분, 봉숭아 씨앗을 받고 내년에 봉숭아를 어디에 심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다.

곁가지로 등장하는 길고양이와 소통하는 친구 길주 이야기도 좋았다. 봉숭아, 씨앗, 꼬마꽃벌, 길고양이라는 소재를 통해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생태감수성을 일깨워주는 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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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을 외쳐요 - 함께 만드는 세계인권선언
김은하 지음, 윤예지 그림 / 사계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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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지만 초등학교 이상 어린이들이 보면 좋을 책이다. 김은하 선생님께서 쉽고도 간결한 말로 잘 번역해 주셔서 읽기 좋지만, 인권선언 자체가 쉬운 내용은 아니라서.

그림체가 독특하고 색깔이 선명해서 보기 좋다. 포스터 같은 느낌도 든다. 그리고 책을 제본할 때 실로 엮어서 책이 180도로 펴지는 것도 좋다.

학교 인권수업때 교재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이해하기 쉬운 말이라 조항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고, 조항마다 어울리는 새로운 그림을 다시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에도 들어간 것처럼 '존엄'이라는 말을 책 여는 글과 맺는 글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누군가 나의 존엄을 무너뜨리는데도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나의 존엄에서 시작해, 그만큼 중요한 너의 존엄, 우리 모두의 존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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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13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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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대의 수학여행비가 없어 수학여행을 포기한 현정인, 이 책의 주인공이다.

비록 돈은 없지만 현명한 할머니, 폐지값을 여유있게 쳐 주는 고물상 아저씨, 마음을 나누는 친구 재아가 곁에 있다.

정인이에게 어느날 검은고양이 모습을 한 악마 '헬렐 벤 샤하르'가 나타난다. 악마는 정인이의 운명을 바꿔준다며, '만약에' 라는 상상을 해보라고 하며 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 넘어갈 듯 하면서도 정인이는 넘어가지 않고, 정인이와 악마의 티격태격, 팽팽한 대화가 재미있다.

악마가 제시한 '만약에'라는 이야기를 할머니께 꺼내자, 할머니의 현명한 대답이 돌아온다.

"상상은 해 볼 수 있지, 사람이니까. 근데 상상을 끝낼 줄도 알아야 한다."

정인이가 원하는 건 백만원 정도 있는 것. 이유는 이렇다.

"선택, 내가 뭔가를 고르는 거요. ... 백만원을 모으고 싶은 이유, 그 정도 돈이 있으면 고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결국 악마는 '만약에'의 삶을 정인이에게 보여주지만, 선택의 여지를 위한 백만원,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 정인이에게 지고 만다.

"그치만 이건 진짜가 아니에요. 어쩌면 나중엔 제가 만약에를 찾을 수도 있고, 파우스트라는 사람과 상담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냥 한번 더 진짜를 살아 볼게요."

가짜지만 높은 곳에 있는 '만약에'의 삶보다 낮지만 진짜인 이곳에서의 삶을 선택한 씩씩한 정인! 악마도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했지만, 정인이와 지내면서 정이 들고, 정인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보다. 정인이의 집에 묵은 숙박비로 정인이에게 마지막 선물을 보내고 사라진다.

식물을 좋아하는 재아를 통해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여러 식물들을 알게 되고, 둘은 햇볕을 많이 받아야 하지만 응달에서도 잘 자란 기특한 세잎클로버를 같이 바라본다. 꼭 꽃을 피운다는 기특한 클로버를.

정인(빛날 정, 사람 인, 빛나는 사람)과 악마(헬렐 벤 샤하르, 빛을 발하는 자)는 이름이 같다. 빛나지만 어느 곳에서 어떻게 빛나는 지도 중요한 것 같다. 정인이가 재아와 함께 바라 본 클로버처럼 응달에서도 잘 자라 소박하지만 하얗게 빛나는 꽃을 꼭 피우길,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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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호소의 말들 -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사건 너머의 이야기
최은숙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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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건 조사 기록철에는 묶이지 못한, 검정색 끈 대신 다정한 마음으로 사건 너머의 이야기를 묶은, 나의 다정 기록이라고 저자는 책을 소개한다.
거짓말을 하는 진정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초보 조사관 시절을 떠올리며, 긴 세월이 흐른 지금 저자는 그 거짓말 속에 어떤 일말의 진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꿈꾸던 삶 이야기를 누군가 진지하게 들어줄 때, 그 상상의 이야기를 멈출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진정인의 거짓말도 다시한번 돌이켜 생각하는 저자의 너그러운 마음씨가 느껴진다.
2002년에 있었다는 서울지검에서 조사받던 피의자가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이나 1992년 네팔이주노동자 찬드라가 정신병원에 6년 3개월 26일을 감금당한 사건들은 유명한 사건이었지만 다시 읽어도 안타까운 사건이다. 찬드라 사건과 유사하게 2014년에도 나이지리아인 1명이 오해로 11일동안 구치소에 감금되었다 풀려난 일도 있다니,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비슷한 사건들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프놈펜 소재 한 민간단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출장을 다녀온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새로 온 사무소 책임자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증거들을 모을 수 있었고, 사건을 잘 마무리한다. 조사관의 전례없던 해외출장이라는 무모한 도전으로 얻은 결과였다. 이 글의 마무리는 피해자와의 만남으로 끝나는데, 피해자는 조사관님의 손이 앞으로도 계속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장갑을 선물한다. 일을 계속하다보면 아무래도 일을 능숙하게는 처리하게 되어도 처음보다는 따뜻함을 잃어갈 때가 많은데, 매년 장갑을 보며 마음을 다지는 저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교사로 살자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은퇴 후 꿈인 '정의구현 행정단'을 소개한다. 은퇴한 조사관들을 모아 이 이름의 엔지오를 만들자는 꿈, 공무원 경험을 살려 행정분야에 필요한 인권활동을 찾아보자는 즐거운 꿈이란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법률센터를 연 은퇴한 선배 이야기를 하며 소개한 저자의 꿈이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의 고통으로 호소하는 말을 날마다 듣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까운 누구 하나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벅찬데.. 이런 일을 인권위 이전 시민단체에서부터 꾸준히 해 온 저자가 대단하고 고맙다. 그래서 은퇴 후에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고 싶어하는 저자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앞으로도 지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따뜻한 손으로 잡아줄 수 있기를.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여러 아픈 이야기를 잊지 않겠다고, 귀를 모으고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나도 귀 기울이겠다고 저자에게 말해주며 저자의 따뜻한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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