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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의 선택 ㅣ 신나는 책읽기 67
이정란 지음, 지문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평점 :
이름도 붙여준 두번째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 버찌는 슬픈 게 아니라 분했다. 그리고 내가 대체 왜 버림받아야 하는지 답답하여 사람에게 말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달님에게 빌었는데, 정말 신비한 콩알 하나를 보내주셨고 그걸 먹었더니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버찌는 이제 나의 주인은 내가 선택하겠다고 결심하고, 어떤 사람이 좋을지 누구와 가족이 될지 후보를 탐색한다.
후보 1번은 사람 말을 하고 처음 만난 사람, 월래 할머니. 친절하고 유쾌하기까지 한 데다 맛있는 라면을 자꾸 챙겨준다. 마음이 가는 후보였지만 나이가 많아서 고민이 된다.
후보 2번은 우동찬 어린이. 버찌는 동찬이가 여자친구에게 고백했지만 거절당한 후, 누군가의 마음은 누군가의 것이라며 괜찮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우동찬과도 살고 싶어졌다. 하지만 우동찬의 엄마가 털 알레르기가 있고 허락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책의 초반 분노로 가득찼던 버찌는 동찬이가 말한 '누군가의 마음은 누군가의 것'이라는 말을 곱씹으며 동찬이의 엄마가 나와 함께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아간다. 처음에는 분하고 답답하여 사람 말을 하기를 바랐지만 버찌가 사람 말을 하게 되며 사람들에게 한 말은 다정하고 즐겁게 마음을 나누기 위한 말들이었다. 그리고 버찌는 드디어 말 없이 눈빛 만으로도 진정한 소통을 하게 되는 가족을 만난다. 이제 신비한 콩알이 필요 없게 된 버찌는 우연히 콩알을 뱉게 되고, 가족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는 큰 개에게 신비한 콩알을 넘겨준다.
이 책은 유기견이 버려지는 불쌍한 개라는 편견을 깬다. 개가 슬퍼하지 않고 분노하며 당당하게 나서서 새 가족을 찾아간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버찌가 새로운 가족으로 선택한 사람과 쓰는 계약서에는 서로를 버리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계약서를 쓰지 않아도 자신의 선택에 커다란 책임이 있고, 그걸 다해야 한다는 것을 버찌가 대신 알려준다.
그동안 어린이의 입장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동화가 많았는데, 이제 동물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동화가 나오고 있다. 우리가 어린이를 지금처럼 존중하고 제대로 바라보게 된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 어린이도 아직 세상의 약자로 분류되겠지만, 어린이보다 더 약자는 동물이다. 이제 동물도 권리를 찾아주고 존중하며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무겁지 않으면서도 유쾌하게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저학년 친구부터 고학년 친구들까지 두루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읽고 나서 동물권을 주제로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다.
버찌가 마지막으로 만난 큰 개도 콩알의 힘으로 좋은 가족을 찾아가길 바란다.
책이 아닌 우리가 사는 현실 세상에서는 콩알의 힘이 아니라 동물과 소통하려는 사람의 수고로 사람과 동물이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면 더 좋겠다. 신비한 콩알보다 사람 안에 있는 그 마음의 힘이 더 크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