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94
토네 사토에 지음, 엄혜숙 옮김 / 봄봄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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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표지는 화사한 푸른 색이지만 책 첫장을 펼치면 어두운 흑백의 현실세상이 그려져 있다. 마음도 몸도 몹시 지쳐 책상에 엎드려 잠든 '나(화자)'는 꿈 속에서 뺨이 빨간 흰 토끼를 만난다. 모카라고 자기를 소개하고는 '나'를 잘 아는 듯 고이 간직해 둔 커피를 대접하겠다고 한다.

모카의 마법 세계는 어두운 현실과 달리 책표지의 푸른 색이고, 그 곳에서 열심히 커피를 만드는 모카와 커피 친구들이 귀엽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그러나 안그래도 바쁘고 지친 삶 속에서 괜히 짜증이 난 '내'가 화를 내자 푸른 마법 세계는 사라지고 어두운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다행히 모카는 사라지지 않았고 '나'에게 언제나 네 곁에 있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모카가 만들어 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비로소 웃음짓는다.

책 마지막 장, 이 책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 등장한다. 모카가 사실 '내'가 어린 시절 공책에 끄적이며 이야기를 그렸던 토끼였다는 것. '내'가 가장 힘든 순간, 나타나 힘을 준 모카. 실제로 모카라는 캐릭터가 작가님이 힘든 시기에 힘이 되어 준 친구였다고 한다.

이 책은 일단 모카가 맛있는 커피를 대접한다는 이야기 자체부터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모카가 책의 화자가 아닌 책을 읽는 나에게 짠 하고 나타나 커피 한잔을 건네주는 느낌이다. 힘들고 지칠 때, 다들 나만의 모카를 만나 그 모카에게 위로 받을 수 있기를! 그게 커피든, 친구든, 이 책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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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를 찾아서 - 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아동문고 98
이지은 외 지음, 유경화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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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이라고 하지만 나는 처음 읽어본 어린이 과학소설집이었다. 내가 어릴 적, SF가 인기였고 나도 좋아했던 터라 집에 있던 어린이용 세계문학전집에서 과학소설작품을 먼저 빼서 읽어보곤 했었다. 가물가물한 기억이라 확실하지 않지만, 단편은 없고 장편들이었고, 동화로 쓰여진 것도 아니고 소설인데 어린이 버전으로 축약, 번역한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이 어린이 과학소설집이 더 귀하게 다가왔다. 요즘 김초엽, 천선란 작가 등의 과학소설 작품들이 다시 큰 관심을 받고 있고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 책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이 책에는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인 이지은 작가의 '고조를 찾아서'와 4편의 우수응모작 '아아마', '구름 사이로 비치는',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 '시험은 어려워'. 이렇게 모두 다섯 작품이 실려 있는데, 이지은 작가의 작품 두 편이 가장 좋았다.

'고조를 찾아서' 라는 책 제목 겸 첫 작품 제목이 뭔가 특이해서 호기심도 생겼지만, '고조'는 고조할아버지의 '고조'였다^^ 시간여행이 가능한 2022년 현재, 과거로 수학여행을 떠난 윤서가 친일파인 고조할아버지에게 친일파가 되지 말아달라는 쪽지를 전하는 이야기다. 쪽지 전달에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조마조마한 전반부가 지나면 반전과 함께 더 흥미로운 후반부가 등장한다. '아아마'는 아름다운 아이돌 마스크의 줄임말이다. 이 마스크를 쓰면 대여기간동안 원하는 외모의 얼굴을 가질 수 있다. 외모콤플렉스가 있는 기여린이 이 아아마를 쓰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은 마지막 부분이 좋았다. 걷다가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라는 마지막 문장이 특히.

이 책은 디자인 면에서도 출판사에서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책 삽화와 표지도 환상적이면서 색감이 예쁘고, 책 제목은 반짝이는 은색이다.

책에 수록된 이지은 작가의 수상소감 가운데 이런 문장이 있다. 어른들은 무심히 잠이 들고 아이들은 이 세상을 걱정하며 밤을 빛내는 거죠. 다들 잠든 밤, 꼬리에 꼬리를 문 걱정과 고민, 상상으로 밤을 빛내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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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3번 시다 두바퀴 고학년 책읽기
원유순 지음, 홍선주 그림 / 파란자전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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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전태일 50주기라고 한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자들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지만 전태일 이후 노동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지금도 더 나은 현실을 만들어 가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은 전태일이 평화시장에서 일하던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전태일이라는 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전태일과 함께 바보회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던 재단사 정군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미싱사들, 시다들이 등장한다. 그 중 3번시다가 된 이강순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오빠의 학비를 대고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장에 취직한 13살 이강순. 공장에는 이런 비슷한 처지의 어린 여자들이 모여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한다. 공장에서 이들은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정군(재단보조), 3번 미싱사, 3번 시다 이렇게 불린다. 노동자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기계처럼 일만 하느라 같이 일하는 동료의 이름조차 모른다.

이 책은 어린 여성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의 서글픔과 어려움을 13살 어린이의 시선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먼지가 풀풀 나는 숨막히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추위와 더위와 싸우며 일하고, 무릎도 펴지 못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아파도 성희롱을 당해도 꾹 참아야 하는 현실. 강순이네 공장이 정전될 때마다 촛불을 켜고 잠시 쉴 수 있었던 따뜻한 순간들이 기억난다.

이에 더해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일의 서글픔도 보여주고 있는데, 버스 요금, 영화 요금을 학생증이 있어야 할인해 주는 것도, 무시하듯 대하는 주변 시선도 강순이를 힘들게 했던 일들 중 하나이다.

여자로 살며 겪은 슬픈 현실들도 책 곳곳에 등장한다. 맏딸은 살림밑천이라는 말을 하며 강순이를 공장으로 보내던 일이나 아들을 못나 서운이라고 이름을 지은 3번 미싱사 언니 이야기도 슬프다 못해 화가 나는 일이었다.

책의 15장 제목은 11월 13일. 그 날 전태일이 분신하는 일이 일어났어도 강순이와 강순이 친구 미숙이는 안타깝게도 그게 누구인지, 왜 죽은 것인지도 모른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놀랐던 것처럼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그런 것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책의 마지막, 이 곳에 노동자들을 위한 야학이 생기고 강순이는 여기에서 배우기 시작한다. 배움을 통해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의 옳고 그름을 알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깨닫게 된다. 아마도 전태일 이후 이어졌던 수많은 여성 노동운동가들 중 하나가 된 것은 아닐까.

책이 좋았지만 아쉬운 점은 책 뒤에 전태일 관련 역사 정보가 담겨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넣지 않은 것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문학작품이라 그 시대 상황이 더 궁금한 아이들이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좀 더 자라서 전태일평전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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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문지아이들
이경혜 지음, 민혜숙,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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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누구나 집에 한 권 쯤 있는 어린 왕자 책. 어른이 되어 예쁜 그림책으로 다시 읽어보니 마음이 따뜻해 지고 좋다.

 

    

  

  이 책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수를 놓아 만든 그림책이다. 민혜숙 작가가 2년반 동안 수를 놓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표지가 푸른 천에 어린왕자 초상화가 인쇄되어 있고, 내지도 광목 빛깔의 천에 수가 놓아져 있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책 표지와 내지 바탕색이 은은하니 참 마음에 든다. 글은 이경혜 작가가 썼는데, 김현 선생님의 번역본과 갈리마르 출판사의 1972년판 책을 참고하여 어린이가 보기 쉽게 새로 썼다. 

 

  예전에 읽을 때는 몰랐는데,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알려주는 길들이는 방법이 이렇게 자세했던가 싶었다. 여우는 어린왕자가 여러 별을 여행하며 만난 많은 이상한 어른들에 비하면 진정 어른다운 인물이다.

참을성이 많아야 돼. 처음엔 좀 멀리 떨어져서 풀밭에 앉아 있어. 곁눈질로 널 볼게. 말은 하지 마. 말이란 오해를 불러오니까. 하지만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와서 앉아.

 

시간을 정해 놓고 오는 게 더 좋아. 만약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의식이 필요한데 말이야.

…그건 어느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느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 방법은 누군가를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그와 가까워지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어른인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친구를 사귈 때 이 방법을 쓰면 좋겠다고 말해 주고 싶다.

 

  책 안의 모든 자수가 다 예쁘지만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해 지는 걸 바라보는 어린 왕자의 모습이다.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장면이 자수의 감성과 잘 어울린다.

 

 

  그동안 어린왕자 책이 어린이가 읽기에 조금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어린이가 읽기에 쉽게 잘 쓰여졌다. 집에 어린 왕자 책 한 권을 소장하고 싶다면 이 책으로 골라도 좋을 것이다. 어른이 읽기에도, 아이가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도 너무 예뻐서!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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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계 - 사회가 쉬워지는 인포그래픽 세계 문화 지리 지식곰곰 5
미레이아 트리우스 지음, 조아나 카살스 그림, 김정하 옮김 / 책읽는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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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포그래픽으로 배우는 세계 문화 지리 책이다. 출판사 책 소개글을 참고하자면, 인포그래픽이란 다양한 정보를 기발하고 재미난 시각적인 이미지로 전달하는 걸 말한다고 한다. 우리가 수학시간에 배우는 그래프와 비슷하며 다양한 그림 형태로 등장해 각 장마다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차례 부터 특별한데, 루시아 라는 책 속 화자가 자기 소개를 하는 것처럼 쓰여져 있지만 그게 결국 책 속 주제들이고 각 주제마다 쪽수가 적혀있다. 예를 들면, '내 이름은 루시아야.'는 이름에 대한 주제, '오늘은 숙제가 조금 있어'는 각 나라의 숙제에 대한 주제다. 숙제 부분은 재미있는 것이 학생들이 메고 있는 가방 크기로 그래프를 그려 숙제의 양을 보다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각 나라의 학교급식에 관한 부분에는 식판에 각 나라의 대표 메뉴가 그려져 있어. 글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음식 문화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세계의 크리스마스'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예쁜 트리와 선물상자, 식탁들도 등장해 예쁜 그림을 보며 각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전달하는 정보 그림책이지만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저학년보다 고학년 학생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시간 그래프와 사회시간 세계문화와도 연결지어 보면 더 도움이 될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궁금해 할 만한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어 '다른 나라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각 나라의 인사말, 몸짓 언어 등도 소개 되어 있어 코로나로 여행이 힘든 요즘, 이 책으로 방구석 세계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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