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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ㅣ 문지아이들
이경혜 지음, 민혜숙,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8월
평점 :
어렸을 때 누구나 집에 한 권 쯤 있는 어린 왕자 책. 어른이 되어 예쁜 그림책으로 다시 읽어보니 마음이 따뜻해 지고 좋다.

이 책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수를 놓아 만든 그림책이다. 민혜숙 작가가 2년반 동안 수를 놓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표지가 푸른 천에 어린왕자 초상화가 인쇄되어 있고, 내지도 광목 빛깔의 천에 수가 놓아져 있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책 표지와 내지 바탕색이 은은하니 참 마음에 든다. 글은 이경혜 작가가 썼는데, 김현 선생님의 번역본과 갈리마르 출판사의 1972년판 책을 참고하여 어린이가 보기 쉽게 새로 썼다.
예전에 읽을 때는 몰랐는데,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알려주는 길들이는 방법이 이렇게 자세했던가 싶었다. 여우는 어린왕자가 여러 별을 여행하며 만난 많은 이상한 어른들에 비하면 진정 어른다운 인물이다.
참을성이 많아야 돼. 처음엔 좀 멀리 떨어져서 풀밭에 앉아 있어. 곁눈질로 널 볼게. 말은 하지 마. 말이란 오해를 불러오니까. 하지만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와서 앉아.
시간을 정해 놓고 오는 게 더 좋아. 만약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의식이 필요한데 말이야.
…그건 어느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느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 방법은 누군가를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그와 가까워지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어른인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친구를 사귈 때 이 방법을 쓰면 좋겠다고 말해 주고 싶다.
책 안의 모든 자수가 다 예쁘지만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해 지는 걸 바라보는 어린 왕자의 모습이다.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장면이 자수의 감성과 잘 어울린다.

그동안 어린왕자 책이 어린이가 읽기에 조금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어린이가 읽기에 쉽게 잘 쓰여졌다. 집에 어린 왕자 책 한 권을 소장하고 싶다면 이 책으로 골라도 좋을 것이다. 어른이 읽기에도, 아이가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도 너무 예뻐서!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