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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 -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읽는 교실 동화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21년 6월
평점 :
별 기대 없이 책을 펼쳤는데 정말 울고 웃으며 단숨에 책을 다 보았다. 이 책은 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이 함께 겪은 교실 이야기를 모은 연작 동화다. 언젠가 글 쓰신 탁동철 선생님을 만나 학급살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동화로 엮으실 줄은 몰랐다.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읽는 교실 동화'라고 부제가 붙어 있는데, 한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적은 선생님의 속이야기는 어린이보다 다른 선생님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같다. 이 꼭지가 다른 동화와는 다른 부분이다.
실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썼다는 여는 글을 보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정말 재미있어서 소리내어 웃으며 읽었다. 낱말이나 문장도 짧고 쉬우면서도 재미와 깊이가 있어 좋았다. 밑줄 치고 싶은 문장도 많았다. 이야기마다 시도 여러 편 나오는데, 그 시들도 참 좋다. 노래로 불러진 시들은 노래를 한 번 들어보고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야기마다 '나'가 다른데, 한참 읽어야 '나'의 이름이 나와 그제서야 누구의 이야기인지 알게 되거나 다 읽었는데도 '나'는 누구인지 모르겠는 이야기도 있었다. 사실 '나'는 관찰자이고 이야기의 중심은 그냥 교실에 일어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단편 제목 옆에 '나'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00 이야기' 같은 설명이 짧게 들어갔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물이 날 뻔한 첫번째 이야기 '빨간사과-자전거', 아름다운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가겠다는 멋진 졸업 인사말로 남은 사건이 된 '검은빛 슬리퍼', 산개구리 소리를 들어보고 싶은 '산개구리 호르르르', 햄버거 따위는 상관없어진 아이들의 위대한 도전 '춤값', 비맞으며 서 있는 아이 곁에 같이 서 주고 싶은 이야기 '물방울무늬 우산', 감탄이 나오는 반성문 두 장 '이만한 작대기', 속상한 학생을 위한 선생님의 몸을 날린 '협상', 교실 문을 안닫으면 어떤 일이? '벨튀', 싸움이 뮤지컬이 된 '크흑, 이제 멸망인가', 산개를 잡으려고 판 구덩이에 감나무를 심게 된 '산개가 타닥타닥'
책 속 이야기를 하나 하나 떠올려 보니 또 웃음이 나온다. 배추 선생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