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꿉놀이가 끝나면 ㅣ 사계절 그림책
황선미 지음, 김동성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황선미 작가와 김동성 작가의 만남이라니! 처음 책이 나올 때부터 정말 궁금했다.
읽어보니 김동성 작가의 그림은 역시 좋았다. 그리고 황선미 작가가 그림책 작가이기 전에 동화 작가여서 인지 보통 그림책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한편의 짧은 동화를 그림과 함께 읽은 느낌이었다.
이야기는 여섯살 연지가 자기와는 놀아주지 않는 열두살짜리 언니때문에 툴툴대는 걸로 시작한다. 비는 오고 심심한 어느 날, 비가 뚝 그치고 무지개가 뜬다. 무지개를 찾으러 길을 나섰다가 무지개 대신 만난 친구 지오와 함께 어울리며 소꿉놀이를 한다. 아픈 동물과 인형들을 치료 해 주고, 식물들의 열매를 따 상을 차리고 잔치도 벌인다. 이렇게 날마다 소꿉놀이를 하며 놀던 어느 날, 지오가 잡아 온 물고기로 요리를 하려고 장난감 칼을 꺼내든다. 그런데 살아있는 물고기를 칼로 누르자 물고기가 파르르 떨고, 연지와 지오는 깜짝 놀라 하얗게 질린다.
이 일을 기점으로 이야기는 6년의 시간을 뛰어 넘는다. 처음 시작할 때의 언니 나이가 된 연지가 여섯살때의 지오와 함께 한 소꿉놀이를 회상하며 지오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소꿉놀이가 끝나면' 이라는 말 뒤에는 아이가 자란다, 성장한다. 라는 말이 오는 것일까. 이 책에서 소꿉놀이가 끝나고 훌쩍 자란 연지처럼. 마냥 즐겁고 행복하던 순간들이 지나고 슬픔, 죽음과 같은 일을 마주하게 될 때, 아이는 한뼘 더 자라고 소꿉놀이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래도 언니도 안놀아주고 심심하던 시절, 지오와 함께 한 추억으로 연지는 그 시절을 잘 통과했을 것이다. 지오는 아마도 환상이었겠지만(아닐수도 있고), 한 시절을 함께 한 친구가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 친구가 환상인지 진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계절출판사에서 책 출간 기념 북토크를 열어주셔서 책을 읽고 북토크도 들었다. 황선미 작가님이 그림책을 언젠가 꼭 내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어렵기도 하고 선뜻 작업하기 어려웠다고, 이번 기회에 드디어 내게 되신거라고 하셨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식물들도 신경써서 골라 넣은 거고, 살구나무 밑에서 살구를 줍는 장면은 어릴 적 기억에서 비롯된 거라고 하셨다.
김동성 작가님은 그림책에 숨겨두신 깨알같은 비밀들을 이야기 해 주셨다. 첫장에서 연지가 팽이를 돌리고 있는데 이것이 인셉션의 팽이였다니. 그리고 두번째 장에서 연지가 읽고 있는 여러 책들도 연지의 성장과정과 관심사들을 보여 주고 있는 책이라고 하셨다.
저학년 아이보다는 고학년 아이가 연지처럼 여섯살 시절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으면 좋겠고,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그림책이다. 나도 읽으면서 어릴 적 소꿉놀이하던 때가 떠올랐다. 이름 모를 여러 식물들과 열매를 모아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하던 때가.. 내 아이가 소꿉놀이를 할 시기가 되면 옆에서 조근조근 그 식물들의 이름을 알려주고 싶다. 책 속의 지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