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트의 공원 사계절 그림책
사라 스테파니니 지음, 정혜경 옮김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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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는 공원에서 몇시간 동안 머물며 시간을 보낸다. 나무와 나뭇잎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고, 사람들의 발소리를 듣고, 개와 개 주인 사이의 닮은 점을 관찰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 공원을 그리워하는 엄마에게 이 모든 것을 이야기 해 준다.

어느 날, 마르그리트는 공원의 흙을 퍼와 다락방에 쏟아 붓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위에 씨를 심는다. 씨는 자라나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룬다. 이제 마르그리트의 엄마는 집에서 공원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리워하던 공원의 나뭇잎과 바람결,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소리. 그들과 닮은 개들까지!

책 속 그림들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집 그림의 변화였다. 면지 다음 나온 속 표지에는 비어있는 집 그림 안에 제목이 써져 있다. 그리고 책 초반에는 집과 공원이 분리되어 있다가, 마르그리트가 다락방을 가꾸기 시작하고부터는 집에 식물들이 가득찬 그림이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공원과 집의 경계가 허물어진듯, 집에 식물들과 사람들이 가득 차 있고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밖과도 연결된다. 글로 다 담을 수 없는 마르그리트가 만든 변화가 그림을 보면 잘 느껴진다.

그리고 마르그리트가 공원에서 보고 만지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곧 엄마가 그리워하는 것들이고, 마르그리트가 집에 만든 공원에서 엄마와 마르그리트가 함께 느끼는 것들도 그것이라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누군가와 함께 어느 장소를 걸으며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이 결국 내가 그 장소를 좋아하는 이유가 된다.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그 기쁨의 소중함을 마르그리트와 엄마는 잘 알고 있고, 마르그리트 덕분에 다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책의 재미있는 점 하나 더! 그들의 개와, 함께 산책하는 개 주인의 쏙 닮은 모습들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보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아이와 책을 읽고, 우리가 좋아하는 곳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는 것도 좋겠다. 그 곳이 왜 좋은지 서로 이야기를 보태어 나만의 장소가 아닌 우리의 장소를 만들어 아이와 끈 하나를 연결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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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베어
해나 골드 지음, 레비 핀폴드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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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가 영화의 한장면처럼 예뻐서 노을지는 풍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나니 '백야'현상이었다. 이 책은 북극에 있는 베어아일랜드에 잠시 머물게 된 '에이프릴'이 그곳에 사는 곰과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대부분 알다시피 북극곰은 기후변화로 희생되는 동물들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북극곰 이야기는 기후변화 이야기와도 연결되어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와 우리가 해야 할 행동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엄마가 죽고 아빠와 둘이 살게 된 에이프릴, 아빠와의 관계는 뭔가 삐걱거린다. 서로 사랑하지만 일로 바쁘고 표현이 서툰 아빠와 그런 아빠를 이해하며 속마음을 감추고 표현하지 않는 에이프릴.

어느날, 기상학자인 아빠에게 북극의 베어아일랜드에서의 연구 일이 주어지고 둘은 서로의 관계가 향상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베어아일랜드로 떠난다. 하지만 여기서도 일에 파뭍혀 에이프릴은 혼자가 되었고, 기온의 상승으로 이제는 곰이 한마리도 살지 않는다는 그곳에서 다친 북극곰을 만난다. 곰을 치료해주고, 먹이도 주고, 에이프릴의 속마음도 털어놓으면서.. 둘은 친구가 되고, 곰도 서서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이프릴을 자신이 사는 곳에도 데려가고, 떠나온 고향이 바라보이는 언덕에 같이 앉아있기도 한다.

현재는 곰이 한마리도 살지 않는다는 베어아일랜드에 이 곰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에이프릴은 궁금해서 아빠에게 여러 궁금한 정보를 물어본다. 이 근처 해빙이 녹기 시작한 시기를 알아보니 7년전 갑자기 해수면 온도가 급상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에이프릴은 곰이 어릴 때 엄마와 이 섬에 왔다가 그 시기 해빙이 녹아 이 섬에 갇혔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현재 다른 곰들도 살고 있는 곰의 고향으로 곰을 돌려보내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해변에 있던 낡은 고깃배를 수선하여 곰과 함께 위험한 항해를 떠난다.

목숨을 건 무모하고 위험한 시도였기에 당연히 계획은 실패했지만, 에이프릴의 용기에 주변 사람들이 마음을 보태어 곰은 고향 스발바르 제도로 돌아가게 된다. 누군가 먼저 걸어가야 그 길을 같이 걷는 사람도 생긴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 용감한 첫걸음을 어린이가 먼저 떼었다는 것이 어른독자에게는 미안하고 감사하다.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이 에이프릴의 용기에 동참하고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된다면 좋겠다. 

책이 두껍긴 하지만 내용이 어렵지 않아 초등학교 중고학년부터 읽을 수 있다. 작가는 곰을 제외한 지리적인 장소들은 현실에 기반하여 썼고, 책 맨 뒤에는 기후변화에 관심이 생긴 독자들을 위한 참고자료(북극곰인터내셔널, 한국세계자연기금, 노르웨이 극지 연구소, 스발바르 제도 소개)도 안내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첫걸음으로 기후변화를 알려주는 다른 곳들도 탐험해보길, 그리고 에이프릴처럼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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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가 옷을 입어요 사계절 그림책
피터 브라운 지음,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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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선생님은 몬스터'로 잘 알려진 피터 브라운의 책이다. 재미있고도 울림이 있는 작가의 작품들이 좋아 이 책도 꼭 읽고 싶었다.

이 책의 첫장은 참 평화롭다. '프레드가 또 옷을 벗어요'라는 글만 보면, 한숨 쉬고 표정이 어두운 프레드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겠지만, 햇살 비치는 창문 아래에서 부모님은 책을 읽고 계시고 그 주변에는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프레드는 옷을 벗고 뛰어다니고 있다.

옷 입기를 좋아하지 않는 프레드, 집에서 발가벗고 뛰놀던 어느 날 엄마, 아빠 옷방에 들어가게 된다. 아빠 옷장에서 먼저 아빠 옷을 탐색하고 입어보려고 하나 입기가 어려워서 포기하고, 엄마 옷장으로 향한다. 엄마 옷은 입기 쉬워서 성공! 액세서리까지 갖추고, 이제 화장품도 시도해보려고 하나 그건 어려워서 실패한다. 립스틱을 얼굴에 바른 그때, 쿵쿵쿵 엄마 아빠 발소리가 다가온다.

이 다음 장부터 책은 더 재미있어진다. '프레드 이 녀석!' 이라는 장면이 이어질 것 같지만, 셋이서 미소짓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리고 엄마는 화장품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가족이 다같이 몸단장을 예쁘게 한다.

뒷면지에는 '이 그림책을 사랑하셨을 어머니께 바칩니다'라는 작가의 말이 적혀있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는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보았는데, 어머니의 이런 포용과 자유로움이 오늘날의 작가님을 만드셨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분홍 책표지와 갈색 면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 안에도 분홍과 갈색이 잘 어울리게 채색되어 있다. 특히 분홍색은 프레드가 좋아하는 색깔로, 책 곳곳에 분홍색이 포인트로 들어가 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책표지는 프레드가 골라 입은 옷이다! 옷의 색깔과 무늬가 같다^^

발가벗고 뛰어 다니다가 스스로 옷을 탐색하고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프레드. 프레드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프레드를 믿고 기다려주고, 지지하는 부모님이 계셨다. '이렇게 해야지'라는 고정관념과 훈육에 익숙한 부모님, 교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를 믿고 스스로 길을 가도록 지원하는 프레드의 부모님을 만나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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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이제 시작이야 보리 청소년 13
최관의 지음 / 보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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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관의 선생님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책속 주인공 이름도 관의이다. 열다섯, 열일곱에 이어 세번째 책이지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삶과 우정이 어떤지 엿볼 수 있고, 왜 학교를 다닐 수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해 주는 다양한 청소년들의 삶이 소개된다. 학교가 아닌 학원이 주 배움공간인 그들에게 학원과 학원 선생님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 수 있다.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앞두고 학원 수업 종강이 얼마 안남은 어느날, 학원 반 친구들이 저녁식사를 하자고 관의를 부른다. 시험을 앞둔 부담감에 안가려는 관의에게 친구가 말한다.

'우리는 여기가 고등학교라고. 고등학교 다니는 애들은 앨범도 만들고 졸업여행도 가고 그러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없잖아. 그래서 헤어지는 마당에 같이 저녁 한끼 먹자는데 그렇게 빼냐?'

친구의 말도, 마지막 수업 때 잘 견뎌줘서 고맙다며 노래 선물을 하는 선생님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학교 밖에서도 배움과 우정, 추억을 쌓기 위해 애쓰는 열아홉 청소년들의 삶이 예뻤다.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지만 이들은 이것을 스스로 노력해서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힘들게 애써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책이라 먹먹해지는 부분도 많았지만, 어느 자리에서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고있는 멋진 청소년들이 많이 등장해서인지 어느새 그들을 응원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무역학과를 가서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려다가, 집안형편과 누나의 조언 등으로 교대에 들어가는 관의. 십년을 보고 하고, 맞지 않으면 과감히 포기하고 떠나겠다고 했는데.. 실제 최관의 선생님은 아직 교직에 계시고, 이 책이 나왔다. 살면서 내 뜻과 같거나 다른 여러 선택들을 하고, 그 선택들이 내 삶을 만들어 간다. 그 선택이 어떤 선택이었든 그 선택은 존중받을만 하고, 후회할 선택이었다 해도 그 안에서 뭔가 배움이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선택이 뜻밖의 새로운 삶을 열기도 한다.

내가 몰랐던 학교 밖 청소년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그들의 삶을 알게 되어 좋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삶을 드러내고 알리는 일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학교라는 울타리가 학생들을 품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줄 알았는데, 누군가에게는 담이나 벽이었다. 학교가 진정 모든 아이들을 끌어안는 곳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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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6, 529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
노동건강연대 기획, 이현 정리 / 온다프레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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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날마다 일어나는 노동자의 죽음을 기록한 일년이 책으로 만들어졌다. 한줄 한줄이 무섭고 아픈 책이다. 이러한 기록이 책으로 묶일 수 없는 얇은 두께가 되어 이런 책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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