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외젠 들라크루아 그림, 안인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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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초록색 표지로 눈길을 끄는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54번째 책 파우스트가 나왔다.

괴테와 『파우스트』 모두 널리 알려진 이름이기에 익숙했지만 ‘들어는 봤다’ 이상의 지식은 없었다.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로 접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 이것도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하지만 『파우스트』를 완독했다는 사람은 실제로 만나보지 못했다. 악마와 계약한 한 인간의 이야기라는 큰 틀만 알고 내용은 모르고 살았다. 작품명을 언급하면 모르는 이가 없지만 의외로 완독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파우스트』가 워낙 유명한 고전인 만큼 이미 충분히 많은 번역본들이 경쟁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저명한 독문학 전문가들이 번역한 버전이 여러 문학 전문 출판사들을 통해 나와있다. 이 고전 격전지에 후발주자로 나선 현대지성이 야심 차게 내세운 부분은 '가장 희곡다운 번역', '거장들의 컬러 명화와 함께 읽는 완역본'이라는 부분이었다.



■ 역자의 의욕을 엿볼 수 있었던 일러두기

온라인 도서사이트 미리보기로 본 페이지 중 일러두기부터 인상적이었다. 표기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대부분인 일러두기는 기껏해야 6줄을 넘지 않는데 이 책에선 무려 2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판본을 완역한 것인지, 시행의 번호는 무엇을 따른 것인지, 발화자 구분을 위해 어떻게 표시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주석을 달았는지 등은 당연한 안내 사항으로 보인다.



번역가의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는 부분은 8번부터 10번까지였다. 문장부호 '―'(Gedankenstrich)의 쓰임이 한국어 줄표와 어떻게 다른지 밝히며 독자가 어떤 호흡으로 읽으면 좋을지, 시의 운율과 호흡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으니 그 부분을 염두에 두 길 당부한다든지, 책에 쓰인 시각 자료의 출처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역자의 의욕이 엿보였다.

다른 판본을 먼저 읽어보고 이 책과 비교를 한다면 더 매력적인 서평이 되겠지만 나는 이번에 작품을 처음 읽은 독자이므로 이 작품을 처음 접한 사람의 입장에서 좋았던 점 위주로 적어보고자 한다.



■ 책의 첫인상과 명화의 매력

일단 어마어마한 분량에 놀랐다. 하지만 의외로 인물 간의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실제로 읽는 분량 자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한 500페이지는 될 것 같지만) 대화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줄거리 파악이 조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읽으면서 이해가 어렵다면 뒤에 실린 옮긴이 해제의 줄거리 부분을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작품을 다 읽은 후 12장 분량의 줄거리를 읽으니 전체적인 그림이 좀 더 선명하게 잡히는 느낌이었다.


장면이 잘 그려지지 않을 때 책에 실린 다수의 시각자료들이 큰 힘을 발휘했다. 1부는 저명한 서양화가들의 컬러 명화가 실려 있는데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크고 멋있는 회화를 만나면 잠시 숨을 돌리고 그림들을 감상했다. 실제로 볼 기회가 생기면 미술관에 가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2부에 실려 있는 작품은 프란츠 크사버 짐의 작품인데 흑백임에도 인물과 배경의 화려함이 느껴지는 섬세한 표현들이 눈길을 끌었다. 다른 번역서들도 삽화가 실려있을까 궁금해서 도서관에 가서 몇 개 출판사의 판본을 훑어보았는데 현대지성에 실린 시각자료의 양과 품질이 압도적이었다.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양질의 시각자료가 특히 도움이 될 것이다.



난해한 작품을 읽고 혼란 속에 헤맬 때 읽는 해제만큼 속이 뻥 뚫리는 게 없다. 역자는 작품 해설, 작업 과정, 줄거리 3부분으로 나눠 상세한 해설과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배경을 전달한다. 역자가 맛깔나게 요약한 줄거리만 읽어도 어디 가서 이 작품에 대해 술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연보도 무려 7페이지에 달한다. (괴테 관련 컬러 이미지 포함) 정말 다방면으로 꼼꼼하게 채운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현대지성 클래식을 통한 파우스트라는 작품과의 첫 만남은 단연 만족스러웠다. 1부와 2부를 나눠서 출간한 곳도 있는데 나는 오히려 합본 형태로 나온 게 좋았다. 만약 1부만 읽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그럴 확률은 낮을 것 같지만) 2부를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로 묶여 있어서 1부의 여운을 안고 곧장 2부로 뛰어들 수 있어서 좋았다. 주변에서 이 고전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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