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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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루마니아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북하우스


집구석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로

루마니아어라는 희귀 언어를 마스터하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주로 집에서 거주하며 나가지 않는 은둔의 삶을 히키코모리라고 하는데~

사회적인 삶을 살지 않는 히키코모리가~자국인 일본도 아닌, 외국의 소설가가 되었다?! 그것도 먼 루마니아의 소설가?!

이게 무슨 소설같은 이야기야 싶어서 읽게 된 에세이책이다.

일명 소설보다 소설 같은 실화 에세이!


저자 사이토 뎃초는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난 1992년생으로, 4년간의 고독한 대학 생활과 취업 실패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정확히 히키코모리 생활이라면 코로나 이후라지만 그 전에도 일주일에 하루 알바정도였으니 원래가 내향형 인간이 아닐까 추정된다.

우울의 혼돈 속에서 그를 달래준 것은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기록한 노트가 마흔네 권일 정도로 방대한 영화를 보며 비평을 시작한다.

그것도 초반엔 그저 트위터에 적다가 블로그에 적는 식으로.

-그래도 이런 흉내 내기가 사실 중요하다. 비평이든 창작이든, 스포츠든 어학이든, 나아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전부 모방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미지의 영화에 시선을 두게 되고, 우연히 루마니아 영화 <경찰, 형용사>를 보고 독학으로 루마니아어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 나라의 문물을 접하고 매력을 느껴서 그 나라의 어학을 공부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뭐 일반적인 케이스지만~또 매력을 더 한 것이 일본에선 루마니아어 관련 서적이 없고, 대학에서도 전문적으로 배울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이너한 언어를 배우려는 나 완전 힙하잖아?!'

주변과 다른 내가 멋지다는 나르시시즘에 도취되어 한 길을 파고들게 되는 영화 비평가이자 언어오타쿠인 히키코모리=그는 힙키코모리다.



히키코모리가 어떻게 루마니아 소설가가 됐는지 이전에

그의 이야기와, 어떻게 루마니아어를 독학했고 무엇이 도움이 됐는지를 배울 수 있는데~

사실 이 책을 읽고 제일 도움이 됐던 건 그의 자세였다.

어학을 배우다 그만두게 되는 흔한 이유가 완벽하게 구사할 정도로 배워야 한다는 압박이나,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저자는 그저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마음 내키는 대로 경박하게 하고 있다는 것!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루마니아어 교재 3권과 넷플릭스 루마니아어 자막을 보며 공부했는데~

웃긴 게 또 희귀어를 공부하려면 중간역할인 영어가 필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영어를 강제주입 당하는 공부가 괴로웠다고 했지만 결국 이렇게 써먹게 된다니~뭐든 배워두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일상적 공부를 위해 페이스북으로 대략 4천명에게 친구신청을 하는데~

집구석 히키코모리지만 인터넷에서는 아주 대범하게 행동하는 저자를 보며 지극히 비슷한 성향임을 느꼈다.

거절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인터넷 사전을 찾아가며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데~

이 친구 신청이 쏘아올린 공으로, 그렇게 알게 된 연으로 인해 루마니아 문예지에 글이 실리게 되며 루마니아 소설가로 태어나게 된다.



물론 친구 신청만으로 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일상적으로 루마니아어를 쓰려고 노력하며 한층 성장하고,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루마니아어로 번역해 글을 읽어달라는 시도를 하고, 일본에 온 루마니아어 감독을 만나 첫 오프라인에서 루마니아어로 대화를 시도하고 등등~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한다는, 일명 '못먹어도 고'의 자세로 루마니아어에 빠져 밀어붙이는 시도로 스스로 자신을 끌어올렸다.

그 이후에는 또 시에 빠져서 루마니아 고등학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려는 모습과 루마니아 문학에 대해, 루마니아어로 번역하는 과정,

그리고 새로운 일본계 루마니아어를 만들겠다는 대담한 목표까지 들을 수 있는데~

단순 히키코모리보다 루마니아어 오타쿠이기에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루마니아어에선 겸업 작가뿐이 없다는 슬픈 이야기와 저자가 공감하는 반철학자이자 반출생주의자 시오랑의 글에선 많은 공감을, 일본인이기에 무라카미 하루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 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알 수 있고, 저자의 정신세계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저자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은 큰 용기를 주는데,

-그저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곳이기에 해낼 수 있는 것이 있다.

"좋든 나쁘든 지금 네가 거기 그렇게 있는 게 최대의 강점"

히키코모리라는 말을 붙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는 것 같다.

정말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실화라는 게 놀랍고,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마지막 부록엔 저자가 선별한 루마니아 영화와 평, 플레이리스트 목록이 들어가 있다. 관심 1도 없던 루마니아 영화에 시선이 가는 것 보니,

저자는 확실히 자신의 일을, 길을 제대로 가고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 지쳐 자신의 꿈과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에세이책이다.

그저 하면 된다. 하다보면 자신이 바라는 곳으로 향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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