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나를 붙잡을 때 - 큐레이터의 사심 담은 미술 에세이
조아라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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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나를 붙잡을 때 : 큐레이터 조아라 에세이

조아라 지음, 마로니에북스



큐레이터의 사심 담은 미술 에세이

<미술이 나를 붙잡을 때>


에세이를 좋아한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선 늘 새로운 시선과 경험, 다른 가치관 혹은 공감할 것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에서도 충분히 배울 것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술이 나를 붙잡을 때는 큐레이터 조아라의 일명 사심 담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가 마음을 빼앗기거나 공감한 작품들은 무엇일지가 궁금해서 읽게 된 미술에세이책이다.

-큐레이터 자신도 가끔 잊어버리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 예술을 사랑하는 관람객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조아라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국제교류 및 PR담당으로 일했으며 <화가들의 마스터피스>를 번역했고, <현대조각 읽기>를 함께 썼다. 입시미술을 준비했으나 인문대에 진학했고 대학원 진학의 길에서 미술사학과를 선택해 결국 큐레이터가 된 스토리처럼 책에서 예술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데~특히나 자신에겐 없다고 느껴지는 예술가의 타고난 재능과 도전 정신을 사랑하는 것 같다.

-이 책은 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마음을 알아준, 나에게 질문을 던진, 그리고 생각의 전환점을 선사했던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시대의 한 사람이 그려 낸 장면이 시공을 초월해 텔레파시를 보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미술사에 매료됐다는 저자.

이 책은 저자의 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마음을 알아주고, 질문을 던지게 하거나, 생각의 전환점을 선사했던 미술에 관한 이야기다.

르네상스 시대 작품부터 현재 활동 중인 예술가의 작품까지, 그리고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소개한다.

윤석남, 바이런 킴, 박광수, 루이스 부르주아, 이불, 올라퍼 엘리아슨, 오종, 틴토레토, 클래스 올덴버그, 르네 마그리트, 에드워드 호퍼, 클로드 모네, 김미영, 아니쉬 카푸어,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까지. 서로 관련되지 않아보이는 예술가들이 1마음을 알아주고, 2질문을 던지고, 3새로운 순간을 선사하는 챕터로 나뉘어 소개된다.

아무래도 큐레이터의 에세이기에 어떤 직업적 스토리도 담겨져 있을까 궁금했는데~직접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작품들도 나오기에 관련 에피소드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작가에게 이유를 직접 듣지 않아도 정답을 갑자기 알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그때가 진정한 몰입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는 날을 마음으로 표현해주는 듯한 <늘어나다>, 사소한 것을 존중하는 태도로 쳇바퀴 같은 일상을 위로하는 <선데이 페인팅>, 소중한 것을 지키고픈 메세지를 담은 거대한 거미 <마망>, 처절한 순간이 가장 보통의 현실임을 보여주는 <비밀공유자> 등등 여러 예술가와 작품들이 나오지만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은 건 올라퍼 엘리아슨의 <날씨 프로젝트> 그리고 표지의 작가 김미영의 <새벽 산책>과 <오렌지 브리즈>이다. 설치 작품은 크게 좋아하지 않았기에 관심이 없었는데 실내에서 보는 일몰이라니, 가짜 태양이지만 뭔가 로맨틱하다. 게다가 빙하 전시 역시 특이하고. '당신의 참여는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철학 역시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역시 작품은 작가를 말해 주고, 작가는 작품을 말해 준다. 글이 저자를 닮아 있는 것처럼.

-그의 작품들은 소리나 촉감, 맛과 향기까지도 연상하게 만드는데, 시각적 자극을 통해 다른 종류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특징은 색채와 음악의 상관관계를 강조했던 20세기 초 오르피즘 작가들의 추상화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김미영에서 몰랐던 오르피즘 작가로 이어지게 만든다.




큐레이터 저자가 설명하는 작품에 관한 풍성한 이야기와 저자의 해석이 더해져 처음 보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공감되며 이해가 된다. 아무래도 가슴이 끌리는 게 취향이지만, 관심 없던 것에 대해서도 작품 해석과 작가의 의도를 더해 알게 되니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과 시선의 넓어짐을 느낀다. 나에겐 바로크 미술의 전조가 되는 특징을 가진 그림의 틴토레토가 그랬고, 또 나 역시 좋아하는 작가 모네의 관심 없던 작품에 대해 알게 된 건초더미도 그랬다. 연작의 시발점이 됐으며 찰나와 영원을 이야기 하는.

-작품과 역사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는 것이 미술사 공부인 것 같다.~~나처럼 쉬이 도전하지 못하는 이에게 예술가의 삶과 그림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연작을 하나씩 넘겨 보다 보면, 그가 눈에 보이는 순간을 얼마나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 작품 홀로 있을 때보다 여러 점이 함께 있을 때 더욱 그 노력이 두드러진다. 카메라가 담지 못하는, 우리의 망막과 가시광선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그 순간만의 형상을 표현할 때 분명 어떤 희열을 느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작은 도시의 사무실>도 흥미로웠다. 1953년에 그려진 고독한 인간을 표현한 그림이 지금 우리에겐 코로나 인증샷처럼 보인다는 것,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예술은 작가의 의도가 있다해도 보는 사람의 시선으로, 상황에 따라, 각자 다르게 와닿을 수 있기에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저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다양한 미술이야기는 저자의 인간사와도 더해져 공감과 새로운 해석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단순히 읽고 있지만 소통하는 듯한 기분이랄까.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을 알 수 있어 흥미롭고, 설명할 때 비슷하다 느끼는 다른 작품을 예로 든 것도 책 속의 책처럼 궁금해지게 만든다. 그리고 책에서 개인적 취향의 작가를 새로이 알게 되서 행복함이 더해졌다.

한때 좋아했지만 찾지 않았던 미술, 이 책으로 다시금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 작품은 뭐였더라?!

다양한 장르의 미술로 새로운 앎과 해석 그리고 공감과 소통을 느끼고픈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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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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