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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9월
평점 :
에세이 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지음, 앤의서재
닮음과 다름, 독립과 의존에 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
<서재 이혼 시키기>
서재를 이혼시킨다는 제목이 신선했다. 혹시 결혼했다 이혼하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흥미로워서 읽어봤더니
서로 다른 두 남녀가 결혼을 해서 사는 에피소드와, 자녀의 독립을 겪으며 부모 역할에서 독립해야 하는 부모 이야기, 그리고 일상에서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행복을 담은 에세이로, 어디에서든 어떤 관계 속에서든 자기 안에서 길을 잃지 않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저자 이화열은 한국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도시디자인 회사를 운영했는데, 박사 과정 중에 파리지앵인 현 남편 올비를 만나 파리에 정착해 29번째 여름을 맞았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남편 올비와 단비, 현비라는 자녀가 있고, 암에 걸렸던 적이 있고 마지막 정기 검진을 남겨둔 상태다.
이 책은 저자의 단상과 시선이 담긴 에세이지만 자아를 잃지 않는 독립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 말한다.
"어쩌면 서재는 각자의 취향과 정신세계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미래에서 찾을 것도 알고 있다. 거울처럼 자신을 비춘다는 면에서 서재는 결혼과 비슷하다."
타인과 함께 하면서도 자아를 잃지 않고 사는 법, 결혼생활 에피소드는 한국에서의 부부들과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남녀가 만나 사는 삶, 즉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 삶 그 자체다. 특히나 책에서 엿보이는 남편과 저자의 성격은 정반대로 추정되는지라(계획형 대 즉흥형) 티격태격하는 듯한 이야기들이 공감되고 재밌다. 결혼한 사람들이 읽으면 연신 '맞아~맞아!'라며 고개를 끄덕할 내용들이다.
연애 때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한 취향은 결혼 후 착각이었음을,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죽은 화초 때문에 싸우는 일 등 서로의 견해와 시선이 다르기에 계속 부딪히지만, 결국 각자의 적당한 함숫값을 찾게 되는 것이다.
"결혼에서의 미덕은 효율성이 아니라 참을성이다."
"독서가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듯, 결혼은 타자가 비춰주는 자신을 통해 온전한 반쪽으로 성숙하는 진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녀의 독립과 더 챙겨주고픈 엄마의 마음. 특히나 k맘이라면 더 할 것 같지만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나와 다른 세계라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순수한 목적은 자식에게 더 이상 부모가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안그래도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독립이란 말을 최근에 듣고 띵~하는 깨달음을 얻었는데 여기에서도 발견한다.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노력해야 하는 거겠지. 서로를 위해서. 부모라는 역할에서 벗어나면 그 자리는 자신으로 채워야 한다고. 그래서 혼자 할 줄 아는 것이 많을수록 자유롭다는 것이다.
"비극의 서사는 자신을 맡아주거나 책임져줄 타인을 기대하는 것이다. 자신은 벗어던져야 할 무거운 짐가방이 아니다. 타인이란 구원이 아닌 위로일 뿐, '자신'을 위탁할 곳은 세상에서 오로지 자신 뿐이다."
'타인은 구원이 아닌 위로일 뿐'이라는 문장이 자꾸 머리에 맴돈다. 스스로도 상대에게 구원이 될 수 없는데 왜 구원을 기대하는가. 관계에서 의존적인 편이기에 안그래도 답답했는데 스스로 자초한 결과였다. 나처럼 관계에서 독립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읽기에도 좋을 것 같다.
자신을 알아야 자신만의 것들을 찾을 수 있고, 우리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만을 살 수 있다. 6시 반에서 7시 와인이나 맥주를 딱 한 잔 마시고픈 욕구, 피아노 재즈 연주를 들으러 가는 것 등 자신의 삶에서 즐거운 순간을 찾는 것 역시 스스로 할 일이다. 타인의 욕구가 아닌 바로 나의 욕구!
"어디에 있든지 자기 안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면 괜찮다."
이상하다. 에피소드의 에세이인데 왜 이렇게 줄쳐지는 문장들이 많을까?
마음에 콕 박히는 글들과 더불어 낯선 나라의 모습들이 색다르기에 흥미롭지만 의외로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상들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깨달음이 있다. 언급하고픈 문장들이 더더더 많지만 이쯤 하는 수 밖에^^
"인생의 최종 결산은 대단한 재산도 자식의 성공도 아니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마음의 습관과 자세일 뿐이다."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조급해하기보다, 한 템포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다르게 보는 연습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달라서 힘들어하기보단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 나만의 즐거움을 찾아야겠단 마음이 든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새로운 취향저격 작가가 생겨서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났네?!
인생이야기에서 공감하며 얻어가는 내용이 많다. 결혼한 사람이나 자녀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 공감할 테지만, 미혼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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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