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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삶 ㅣ 클래식 라이브러리 2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프랑스소설 평온한 삶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아르테(arte)
발행일 2023/03/31, 200쪽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세계를 예고한 초기 대표작 국내 첫 출간!
1984년 공쿠르상 수상 작가의 초기 대표작이자 뒤라스적 세계에 대한 예고
<평온한 삶>
<연인>의 작가로 알고 있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초기 작품인 <평온한 삶>. 사실 저자의 어느 책도 읽어보지 않았기에 더 궁금했고 기대한 책이었다.
제목부터 맘에 들었다. 평온한 삶. 누구나 꿈꾸는 것이 아닐까. 제목만 보자면 너무 행복할 것 같은 내용이 예상되었으나 내용은 그 반대였다.
싸움 후 고통스러워하며 길을 가는 삼촌 제롬과 그를 뒤쫓아가는 니콜라와 프랑신 남매. 이 책은 프랑신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도대체 삼촌과의 관계가 무엇이길래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사실 그것은 우리가 너무도 오랫동안 기다리던 일이었다.
내가 밤이면 꿈꾸는 일이었다.
나는 그 일이 일어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기를 꿈꾸었다."
벨기에의 소도시 R에서 10년간 시장이었던 아빠를 주식에 끌어들여 공금에 손을 대게 만든 게 바로 제롬이었다.
그래서 도망치듯 프랑스 뷔그로 왔지만 그들이 원한 선택이 아니었고 가난했기에 20년 동안 뷔그를 떠날 수 없었고 공부도 하지 못했으며 다들 무기력에 잠식당했다. 그럼에도 제롬을 데려온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거기다 제롬은 니콜라의 아내 클레망스의 방에 올라가고, 프랑신은 니콜라에게 말해버린다.
"제롬은 뷔그에서 사라져야 했다. 그래야 니콜라가 살 수 있었다.
언젠가는 끝나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때가 왔다."
제롬이 죽고 클레망스도 떠나자 니콜라가 결혼한 뒤로 오지 않던 뤼스가 찾아온다. 이 뤼스라는 여자 꽤나 여우 같다. 결혼한 니콜라의 앞에 가끔씩 말을 타고 와서 내리지도 않고 모습만 보이고 휙 가버려 조바심으로 가득 차게 하더니만 마누라가 떠났다니 바로 들이댄다.
그리고 프랑신이 사랑하는 티엔. 몇 달 전 니콜라를 찾아서 하숙하기 시작한 그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뭔가 확실한 대답은 해주지 않는 티엔.
옆모습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름답고 몸은 놀라우리만치 아름답다는 티엔.
서서히 평화가 자리잡나 싶지만 니콜라가 제안한 9월의 소풍 자리에서 모든 게 드러난다.
그리고 뤼스는 발길을 끊고 니콜라는 뤼스 집 주변을 맴돌고 클레망스가 돌아온 뒤 모습을 보이지 않던 니콜라는 철로 위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렇게 1부가 끝나고 2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다로 떠난 프랑신. 기억을 되짚어가는 시간을 보내는데 자기분열을 겪고, 상념, 자신을 찾는 생각들, 그리고 사건을 겪게 된다. 그리고 3부는 뷔그로 돌아온 이야기로 끝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어차피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권태는 어쩔 수 없다. 나는 권태롭다. 언젠가 권태롭지 않은 날이 오겠지. 머지않았다.
나는 필요조차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평온한 삶이 오고 있다."
티엔이 프랑신에게 니콜라에게 전한 이유를 묻지만, 자신조차 확실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니콜라 때문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내가 제롬을 원망한 이유는 오로지 니콜라였고, 하지만 제롬은 혼자 죽을 수 없었고,
나는 우리가 제롬과 갈라서는 길은 그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쁜 짓을 했지만 가족이기에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그 증오와 분노가 터진 것이 당연하지 않나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 못한 결과가 또 다른 죽음을 불러오니 후환이 되어 그 시발점이 된 스스로 대해 두려움과 수치심이 들 묻고 또 물었을 것이다.
바다에서의 사건에 대해 그런 태도를 보인 것 역시 전의 사건들로 인한 깨달음 때문이었음을.
"이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더 사려 깊은 태도임을 잘 알고 있다."
개입해도 문제고, 개입하지 않아도 문제가 된다.
권태를 둘러싼 프랑신의 자기 성찰 이야기. 씁쓸한 이야기이다. 읽고 나니 더 궁금해진다. 저자는 어떤 의미를 주려고 이 글을 썼을까란 물음표.
제목의 평온한 삶이 뜻하는 것이 죽음인가 싶었다. 하지만 상념들을 헤쳐 나갈 수 있게 되고 늘 존재하던 권태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이제 평온한 삶을 살 수 있겠다는 거겠지. 이런 일을 겪고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금 살아갈 수 있는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뒤에 작가 연보도 포함되어 있는데, 프랑스 식민지 베트남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프랑스로 돌아와 소르본 대학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졸업 후 식민지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다 글쓰기를 시작했고 유년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첫 소설 <철면피들> 이후 약 70여편의 작품을 출간했다고 한다. 레지스탕스에도 가담하고 전쟁 반대 운동, 5월 혁명에 적극 가담했다니 책도 책이지만 저자에 대해 더 알고픈 흥미가 생긴다.
아르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세계문학 시리즈로, 작품을 통해 거장의 숨결을 느껴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급 역자에 의한 공들인 번역이며 젊고 산뜻한 디자인이며 젊은 독자들을 위한 심혈을 기울인 시리즈라고 하니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진다.
<슬픔이여 안녕>,<평온한 삶>,<자기만의 방>,<워더링 하이츠> 4종이 나왔고, 올 한 해 총 9종의 출간을 계획한다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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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