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 그리고 삶이 던지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록
<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제목에서 끌렸다. 결혼에서 살아남는 중이라니. 도대체 어떤 삶이기에 이런 표현을 썼을까 싶었다.
부부의 세계? 사랑과 전쟁 같은 스펙타클한 내용일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읽게 된 에세이책이다.
'자식으로 얽매이지 않은 관계,
남녀 간에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이 희미해진 관계,
물질적인 필요를 충족해주지 못하는 관계,
그런 관계에서도 결혼이란 책무를 끝까지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성깔 더러운 여자, 제 잘난 맛에 사는 여자,
남편으로부터 비롯된 자신의 삶을 지긋지긋해하는 여자.
이런 여자가 왜 여태껏 남편을 떠나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결혼이란 무엇일까.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할 것을 약속하는 게 결혼이다. 다들 핑크빛 인생을 꿈꾸며 결혼을 한다.
하지만 인생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요즘은 결혼해도 조금만 안맞으면, 안맞다 싶으면 바로 이혼하는 세상이다.
이 책에서처럼 결혼 후 생각지도 못한 고난이 다가온다면? 다들 어떤 선택을 할까?
저자는 삼개월만에 결혼을 했고 첫 데이트 때부터 남편의 시력이 좋지 않음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저 야맹증이라 여겼던 게 실명한 연예인과 비슷함을 인지하고 병원에 가니 망막 색소 변성증이며,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되는 병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저자는 불임 진단을 받고, 원치 않는 빚을 지게 되고, 남편은 시각장애인이 되고..그것도 결혼한 지 삼 년 내에 생긴 일이라니
얼마나 청천벽력같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지 상상도 안간다. 저자는 속이 곪아들어갔다.
하지만 저자의 남편은 마치 당사자가 아니란 듯 일상생활을 그대로 하며 오히려 더 활동적으로 취미활동까지 했다고 한다.
저자는 두려움과 불안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유전 같다는 말이 나오지만 저자에게도 병이 찾아온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니 주변에서는 위로한답시고 한마디씩 조언 같은 말들을 하는데 정작 그것은 무례한 것이라고 말한다.
가끔 친하기에 선 넘는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말이 의도가 어찌됐든 듣는 상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많이 공감됐는데, 말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저자도 욕쟁이할머니처럼 화병난 마음을 마구 분출했지만 오히려 몸이 아파짐을 느끼고 화를 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결혼을 하고 이제야 몸과 마음이 편안한 세상을 만나는가 했는데, 또다시 암흑 속에 갇혔다. 이 결혼이 끝없는불행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돼서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실은 그렇게까지 남편을 미워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결혼 후의 삶이 결코 평탄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 불행의 전부가 남편 때문만은 아니었으므로.'
저자말처럼 남편의 무한 긍정적인 성격이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화가 났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심정이 오죽했을까도 싶다. 저자 역시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지금껏 왜 부정적인 것만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괴롭혀왔는지 깨닫고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생각을 바꿔야함을 깨닫는다.
별일 없는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블로그에 자신의 솔직한 상황과 감정을 쓰고는 공감과 위안을 받고 치유됨을 느낀다.
그간 혼자 끙끙 앓아왔던 것들을 글쓰기로 털어내며 피드백까지 받으니 심리치료나 다름 없는 것일 터. 저자의 변화는 심리치료에 나오는 방법과 일치한다. 하지만 저자의 입장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기까진 너무 고되지 않았을까 싶다.
'행복의 조건이라는 말은 애초에 생겨나지 말았어야 했다. 행복의 조건, 행복하게 사는 법 따위를 궁금해해서 무엇 하나? 저마다 처한 환경이나 추구하는 삶이 다를진대 어떻게 행복을 일정한 틀 안에서 규정지을 수 있을까? 이처럼 쉽게 허물어져 버리거나 풀어져 버리는 게 인간의 마음인 것을.'
결혼 후 고난과 시련을 맞이해서 곪아들어갔지만 결국 자신의 선택임을 인정하고 남과의 비교를 하며 스스로를 깎아먹어갔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알아간다. 욕심을 버리고 비워간다. 해탈해가는 것 같기도, 체념한 것 같아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을 찾고 사랑하는 길을 찾은 것이다.
읽고 나니 고난과 역경은 마음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누구나 어떤 일이 닥칠 지 알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니까. 슬퍼만 하기엔 너무 짧은 인생이다. 인생 선배에게 배워간다. 그리고 응원하게 된다. 지금까지도 잘 해왔고, 앞으로 더 행복하기를. 나 역시 그러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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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