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을 거니까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가나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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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장편소설 곧 죽을 거니까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08.20 / 392페이지



아름다운 중년여성으로 보이는 표지와
곧 죽을 거니까라는 요상한 제목의 콜라보가 신선해서 읽고 싶어진 책
일본장편소설 <곧 죽을 거니까>

'중요한 건 내면이 아니라 외면의 아름다움이다.
기미도, 주름도 아름답다고? 그럴 리 없잖아!'


저자 우치다테 마키코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이자 소설가로
이 책은 일본 출간 즉시 26만부 판매와 더불어
일본 공영방송 NHK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1분마다 웃음이 터지는 시한폭탄 같은 소설이라는 표현에 찐공감!
코로나블루로 웃을 일 적어진 내 얼굴에 주름 팍팍 가게 만들어준 책이다.



주인공 하나는 일흔여덟의 멋쟁이 할머니로 
길을 가다 시니어 잡지의 멋진 사람 코너에 사진을 찍힐 정도로 나이보다 젊어 보이며 세련되게 꾸미는 여성이다.
재밌는 건 나이가 들면 보통 자연스레 편한 것을 추구하게 되고 그러면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게 되는데
그런 것을 게으른 것이라 여기며 심지어 벌레라고 표현할 정도로 경멸하는, 자신만의 확고한 주관이 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누구나 벌레가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을 가꾸지 않는 게으름뱅이만이 벌레가 된다.'
 
 '겉모습이 젊어지고 변하면 정신도 젊어진다. 마음가짐이 바뀐다. 
예뻐지는 것의 힘을 요 십 년 사이에 얼마나 느꼈는지. 외모가 가져다주는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부자집 마나님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삼대째 이어진 주류판매점을 남편과 운영하며 딸과 아들을 키워냈고,
종이접기가 취미이자 특기인 소박한 남편 이와조와 소소한 일상을 지내온 것이다.
별 볼일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하나는 나의 자랑거리야, 당신과 결혼한 게 인생에서 가장 좋았어'라고 말해주는 남편이 있고
자식들과 손주들로 나름 잘 살아왔다고 여긴 하나 할머니.
하지만 예고도 없이 남편이 갑자기 죽고, 
장례식에 알 수 없는 사람이 찾아왔다는 걸 알게 되고,
예상치 못한 남편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이 집안은 발칵 뒤집어진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잃는 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체력도 기억력도 기력도 그렇지만,
젊은 시절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어머니도 있었다. 남편도 있었다. 이제 아무도 없다. 다들 사라졌다.'


'곧 죽을 거니까'라며 생의 의지를 잃어버린 하나 씨는 
한 점 의심조차 하지 않은 남편의 쇼킹한 비밀로 인해
복수의 의지로 다시 활활 타오르게 되는데...

'앞날이 없으니까, 곧 죽을 거니까, 바로 그래서 '어리석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다. 
곧 죽을 거니까 끝까지 위장하고 즐기지 않으면 손해다.'


이야기는 하나 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족 성장소설이자, 노년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강박적으로 외모를 가꾸게 된 사연이 드러나니 이해가 가고,
알고 보니 동창회의 이야기는 저자의 실제 모임에서 느낀 것을 옮긴 것이었다.
'외모는 내면에 영향을 '준다는 것'
그것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곧 죽을 거니까 라며 포기한 듯 꾸미지 않는 것보다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가꾸는 것의 일면인 것이다.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뒤 모든 의욕을 잃은 감정은 너무나도 슬펐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란 것, 
막상 본인에겐 먼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소설 속 인물처럼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것 아닌가.
친구들도 기억을 잃어가거나 사라진다.
죽음을 빼면 전체적인 스토리가 재밌는데, 며느리 유미와의 고부간의 갈등이 왜이리 재미있던지..일본에서도 고부갈등이 있었던가.
꾸미지 않는 며느리를 '궁상맞은 여자, 빈상의 여자, 외계인'이라 칭하며 무시하는 게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가도
점점 보살이 되어가며 이해하며 포용하려는 모습에서 노년의 지혜인가 싶기도 했다.
'그전에 태양은 강렬하게 번쩍번쩍 빛났고, 그런 다음 저녁 해가 된다. 인간의 일생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사람도 빛나고 건강한 때부터 '죽음 준비'니 '엔딩노트'니 하는 것에 신경 쓰지 말라는 거다. 
유미든 이치고든, 발버둥 치고 질투하며 몸을 비비 꼬면 된다. 그게 번쩍번쩍 빛나는 나이다.'

노쇠와 쇠퇴의 차이점을 알고, 쇠퇴를 받아들이는 것.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깨달음의 시간을 보내야 비로소 남은 시간이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다.

누가 뭐래도 자신만의 주관이 있는 하나 씨 처럼, 나의 노년도 그렇게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 다르지만 전에 읽었던 다른 소설 브릿마리 여기 있다가 떠오르기도 하고,
명랑소설을 읽은 것처럼 즐거워지는 소설책이다.
드라마도 볼만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찾아봐야겠다.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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