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소품처럼 놓아두어야지
홍성민.최효종 지음 / 보름달데이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에세이 내 사랑은 소품처럼 놓아두어야지

홍성민*최효종 지음 / 보름달데이 / 에세이 / 172페이지

 

*


제목과 표지에 오롯이 반해서 읽게 된 에세이

<내 사랑은 소품처럼 놓아두어야지>

문장과 사진이 너무 갬성충만한 느낌이라

서점에서 보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 펼쳐볼 것 같다.


 특이하게 저자가 둘이다.

'비누를 만들고 시로 씻었다. 장식은 하나로 충분하다, 홍성민.

내 비좁은 글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사랑이 되었을까, 최효종.'

이름 보고 둘 다 남자인가 싶었는데 책에 표시된 인스타로 가보니 한 명은 여자였다.



'시간이 흐른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만이라도 좋다.

우리는 누벨바그를 모방해 보기로 했다.'


첫 장부터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 누벨바그는 무엇인가.

'프랑스 영화계에서 일어난 새로운 풍조로, 

신선한 발상과 표현양식을 제시하며 기성영화에 거침없는 비평을 쏟아내며 새로운 변화를 주도한 물결'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책 <불안의 서>에 대한 문장 인용이 앞뒤로 있다.

창조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지만 실행할 능력은 없다,

단지 꿈꾸고 원한다며,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고.

'내 감각을 재료로 하여 풍경을 만들어낸다.'라는 말과는 이 책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에세이라기보단 자유분방한 산문 혹은 시 같다고 느껴진다.

이야기가 연속되지 않고 시집처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 사랑에 관한 읊조림이며 혼잣말 같기도 하면서 깊은 곳에서 꺼내오는 토해냄 같은 것이다.

읽다보면 저자가 둘이라는 게 확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대부분 사진과 함께 있는 글은 홍성민, 긴 장문의 글은 대부분 최효종이다.


'언제든 나를 부를 수 있는 너와 아무 때고 너를 찾아갈 수 있는 나로 머무르는 상태 우호적으로 무관심.'


'나는 너를 비위두고 날아가지 않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새가 머물러 있는 둥지에는 날개가 돋아나지 않아.'


'뻗어가는 마음을 멈추고 개조하는 것은 망가뜨리지 않고 오래 가져가기 위함이예요.'


'민들레는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너무나 평화로운데 바라보는 내 마음이 그냥 그랬던 거예요.'


이미 끝나버린 것에 대한 혼자만의 생각을 담담하게 혹은 사물에 투사하며 이야기를 하는 홍,


/


'그러니 내 사랑은 소품처럼 놓아두어야지.

필요 없음으로 인해 머리맡에 존재할 수 있도록.'


'살려달라는 말 대신 외마디 욕지거리를 뱉으며 함께 목적 없이 웃어야만 했을 따름이다.'


'견디지 못한다는 건 왜 부끄러운 일이 되었을까. 내겐 지극히 당연한 일상들이 누군가에겐 슬픔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매일 바보처럼 사랑하고서 왜 그 끝에서는 기어코 바보가 되려 하지 않았을까.'


'내일도 나는 밥을 먹고

사람이 사람을 부려먹고

사랑이 마음을 쪼아먹고

엄마는 내 목구멍으로 나이를 먹고'

 

이별과 현실로 마치 바닥까지 끌려내려가 괴로움을 쥐어짜며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최.

나는 그렇게 느꼈다.



읽다보니 잊혔던 내 이십대의 이별 후 감정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젊은 날의 사랑과 이별은 흔하디 흔한 것이지만 겪을 때마다 새로운 고통이었고,

그걸 견뎌내기엔 스스로가 불완전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완전하진 않지만 무덤덤해졌다고나 할까.

하지만 두 사람이 겪은 감정을 그대로 토해낸 글들이 전이를 일으키며

내 것과 다른 아픔을 내 것인양 받아들이게 되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러면서 다시 그 때의 그 기분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게 어찌나 감사한 일인지.

그렇기에 현재 이별로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슬픔이 공감이 되며 위로가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단지 개인적인 감정일 뿐인데, 그것을 들려줌으로서 나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구나란 동질감 마저 드는 것.

보기와는 다르게 글이 많아 짧게 끝나지 않지만 순서 없이 읽어도 되니

감성적인 기분이 들 때 가볍게 읽기에도 좋을 에세이책이다.




- 리앤프리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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