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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지승호 지음 / 아웃사이더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글'과 '인터뷰'의 차이는 무엇일까. 본질적으로 다음 두 가지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선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글'은 문자중심적 체계인데 반해, '인터뷰'는 언어중심적 체계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역할적인 측면에서, '글'은 한 개인이 혼자서 수행하는 작업이고, '인터뷰'는 두 명 이상이 질문과 대답을 각각 담당하는 복합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양자의 본질을 보다 비판적으로 검토할 때, 인터뷰는 글이 갖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측면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개인의 머리와 글 속에 존재하는 지식이 자신의 입을 통해 터져나왔을 때, 그것이 얼마나 현실적인 적용력을 갖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며, 글로 표현된 글쓴이의 생각이 인터뷰어라는 '도전자'를 만나 공개적인 장에서 검증받는 장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책을 쓰면서도 인터뷰나 공적인 토론의 장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물론 어떤 특별한 이유에서 그것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다수의 경우는 자신의 사상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검증'받는다는 사실이 꽤나 불편하게(혹은 불쾌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우리는 늘상 신문, 잡지, 각종 출판물 등에서 수많은 인터뷰 기사를 보지만, 제대로 된 인터뷰를 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인터뷰에서 보여지는 인터뷰어의 질문은 '인터뷰이'(interviewee)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입맛에 맞는 질문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인터뷰이의 답변 속에서 논리적 모순이 보이는 부분들을 끄집어내어 다시 새로운 질문으로 엮어내는 것이 인터뷰어의 역할임에도, 그저 미리 준비해 간 질문만 딱딱 물어보느라 질문/답변 사이의 유기적 연결성은커녕 계속된 단절만이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식의 인터뷰라면, 그냥 이메일이나 서면, 아니면 인터뷰이의 글 속에서 유추해서 답을 달면 될 것을, 일부러 그 사람과 대면하여 묻고 답을 할 필요성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사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인터뷰어가 없다는 데서 기인하는 부분이 클 것이다. 신문/방송/출판물 등등을 보라. 대부분의 인터뷰는 '기자'가 수행한다. 기자는 기자 개인의 주의/주장보다 팩트에 더 시선을 기울이기 때문에 분명 인터뷰어와는 그 역할이 다르다. 이런 측면에서 몇년째, 인터뷰만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지승호를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승호의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우선 그가 참 성실하다는 점이다. 인터뷰이를 만나기 전에 앞서 그들의 글을 일일히 읽고, 검토하며 다소나마 논쟁적인 요소가 될 부분을 인터뷰의 장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그는 앞서 말한 기존의 인터뷰의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그의 인터뷰 과정에서 엿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터뷰이에 대한 지승호의 질문이 상당히 '예의'를 갖추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승호를 만난 인터뷰이들의 공통적인 평가가 '그와 이야기하는게 편하다'는 것이라는데, 바로 그 때문일까. 나는 그의 질문이 보다 '공세적'(?)이었으면 좋겠다. 책 뒷표지에 적힌 추천글에서 진중권은 지승호의 인터뷰가 '주관의 개입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고 평했는데, 나는 때때로 그의 질문이 '의도적인 주관성'을 띨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뷰어 개인의 편향에서 인터뷰를 취하자는 게 아니라, 합리적 토론이 가능한 상대진영의 시각에 서서 인터뷰를 진행해보는 것도 논쟁의 공공적인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다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간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나와 같은 불만을 가졌던 독자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또, 이 책의 인터뷰이로 선정된 사람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논객들이기에, 그들의 글에서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다양한 생각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나름대로 쏠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