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
브루스 핑크 지음, 맹정현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독. 여전히 나에게는 라캉 정신분석의 개념과 구조를 이해하는 데 최고의 입문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 무라카미 하루키 최초의 연작소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5년은 일본인들에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해였을 것 같다.
그해 3월 20일,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옴 진리교가 도쿄 지하철 수 곳에서 사린 독가스 테러를 벌였던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 테러 사건의 피해자들과 주범 단체인 옴 진리교의 (테러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전 신자였던 사람들을 인터뷰한 2권의 책이 <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2-약속된 장소에서>이다.
하지만, 비극은 그 사건만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두 달 전-즉 1995년 1월 17일-우리에게는 ‘고베 대지진’으로 알려진, ‘한신-아와지 대진재’가 일어났다. 진원 깊이 17.9킬로미터, 진도 7.2의 이 대지진으로 발생한 피해는 사망자만 6,300여 명, 부상자 4만여 명, 완파 가옥 10만 채, 파손 가옥 40만 채에 피해 총액은 100조 엔 이상으로 추산되었다(전자책, 115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사건 자체나 이 사건을 모티프로 하는 가상의 사건을 배경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인물이 나오는 일본 영화나 드라마도 몇 편을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에게 이 대지진은 깊은 고통과 충격이었던 듯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최초의 연작소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는 바로 이 고베 대지진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대지진 속으로 곧바로 뛰어들어 악전고투하는 인물들을 보여주는 방식은 아니다. 이 소설집에 실린 6편의 단편들은 모두 ‘1995년 2월’을 배경으로 하는데, 그 시기는 1월의 대지진과 3월의 독가스 테러 사건 ‘사이’의 공백 같은 시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그 공백의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서 6편의 소설들은 대지진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마치 원자핵을 공전하는 전자들처럼 6편의 소설과 그 안의 인물들은 대지진 주위를 돌 뿐이다. 이때 이들을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은 ‘상실감’ 혹은 인물들 속에 있는 어떤 구멍이다.
’당신과의 생활은 마치 공기 덩어리와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아요‘라는 편지 한 장만 남겨두고 아내가 집을 나간 이후 그 말이 ‘알맹이가 없다’라는 뜻이라고 생각하는 고무라, 모닥불을 피우다 울면서 자기는 ’속이 텅텅 비어 있으며’ ‘죽어도 좋다‘는 준코, 자기를 아들로 인정하지 않았던 귓불이 없는 남자를 지하철에서 우연히 보고 무작정 그 뒤를 쫓으면서도 자신이 뒤쫓고 있는 건 자신이 안고 있는 암흑의 꼬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요시야(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래서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자신은 신주님의 아들이라고 들어온), 태어날 예정이었던 자신의 아이들에게 어떤 짓으로 그것을 무산시킨 남자에게 원망을 품고 있다가 한 노파에게 몸속에 돌이 들어 있다고 듣는 사쓰키 등 이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새벽 5시 45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잠든 시간에 갑작스레 닥쳐온 대지진과 파국적 상황 앞에서 망연자실 넋을 잃고 ‘대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물을 수밖에 없는, 절망 속에 빠져 있다.

그러나 그게 이 소설집의 전부는 아니다. 이 소설집에 실린 6편의 소설은 각각이 독립적인 이야기지만 하나의 메시지가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을 더 이상의 파멸에서 구해야 한다, 더는 한시도 헛되이 할 수 없다는 다짐이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해도, 대지가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 해도’(112쪽) 출구를 찾고 구원이 있는, 모두가 꿈꾸며 애타게 기다리는 이야기, 곧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다.

나에게 이 책은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을 떠올리게 한 소설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극장에는 나랑 그 영화만 있어야 한다. … 이 책의 제목 ‘혼자서 본 영화’가 ‘나 홀로 극장에’라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영화와 나만의 대면, 나만의 느낌, 나만의 해석이다. 나만의 해석. 여기에 방점이 찍힌다”(전자책 5-6쪽).

저자 정희진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정희진’이라는 개인의 정체성과 여성주의/평화 연구자라는 사회정치적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세 개 파트, 스물여덟 개 꼭지에서 서른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연극 이야기를 풀어낸다.
말하자면 한 편의 영화를 대상으로 서사나 캐릭터, 장면 등을 자세히 분석하는 영화 비평류의 글 모음이 아니라(영화 연구자나 비평가가 아니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 영화들을 경유/통과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우리 사회의 현실을 분석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미 ‘머리말’에서 자신에게 영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이제 알기 위해 영화를 본다. ’지식을 습득한다‘와 ’안다‘는 것은 다르다. 안다는 것은 깨닫고, 반성하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고, 세상이 넒음을 알고,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정을 뜻한다. 이것이 인생의 전부 아닐까. 영화는 나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9쪽).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저자의 시선이 영화에서 시작해 우리의 현실을 관통할 때 보여주는 통찰력이 빛날 때이다, 예를 들어 다음 문장들처럼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영역은 북한이나 섹슈얼리티가 아니라 가족 담론이다”(13쪽, <가족의 탄생>).
”’필요‘가 ’사랑‘이 되려면 윤리가 필요하다. … 사랑 이전에 윤리. 윤리는 정치학이고 사회 정의다. 윤리는 상대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19쪽, <하얀 궁전>).
“우리가 본 영화는 우리의 인생과 붙어 있다. 몸으로 영화를 본다. 영화의 내용은 감독의 ‘연출 의도’가 아니라 관객의 세계관에 달려 있다. 누구나 자기의 삶만큼 보는 것이다”(50쪽, <문라이트>).
“피해자는 죄가 없다는 이 간단한 윤리, 아니 상식이 우리 사회에는 없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에게 흔히 사회가 보이는 반응은 ‘당신은 그때 어떻게 했습니까?(평소 네가 어떻게 행동했길래, 그런 일에 휘말리다니, 그 사람이랑 어떤 관계인데……)’이다“(59쪽, <밀양>).
”누가 말하는가보다 누가 듣는가가 중요하다. 이 영화의 경우 내용보다 영화의 효과, 곧 관객의 반응이 ‘진짜’ 정치학이다. <더 스토닝>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대사는 자흐라(쇼레 아그다쉬루 분)의 ‘내 목소리를 가져가라‘이다. 숨겨진 범죄를 세상에 알려 달라는 외침을 들은 사람이 지녀야 할 윤리적 태도는 무엇일까“(79쪽, <더 스토닝>).
“‘침묵당함’은 또 다른 폭력이다. 상처를 숨기는 대신, <거북이도 난다>에서처럼 고통에 대한 설명 불가능성을 향해 돌진하는 것, 자기 상처를 응시하는 것이 평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간헐적’ 폭력이라면, 전쟁과 평화의 분리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 일상적 폭력이다. 영화는 피 흘리는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타인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절박하게. 일상적 폭력을 평화라고 믿는, 침묵하는 모든 이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영화다. 참혹함과 아름다움은 양립할 수 있다”(81쪽, <거북이도 난다>).

인용은 이 정도로 했지만 책에는 베끼고 싶은 문장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만큼 저자의 깊은 고민과 사색이 느껴지는 듯하다.
하지만 좋은, 베끼고 싶은 문장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대 ‘한남’ 현상은 남한 여성들의 비혼과 저출산의 제1원인이다”(93쪽, <강철비>, <의형제>, <용의자>, <공조>).

이 문장을 읽은 나의 반응은 ‘정말?‘이었다. 즉, (특히나 영화와 관련해/영화를 해석하는 데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충분히 이해하고 문제라는 데 동의하지만, 그게 정말로 여타 사회적/경제적/정치적/문화적 문제들을 제치고 ‘제1원인’인가라는 질문. 그 주장을 뒷받칠 근거의 제시 없는 단정이 의아했다. 물론 이 책이 인문/사회 도서가 아니라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기에 너무 길고 전문적인 내용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나에게 든 생각은 ‘그러면 저자의 다른 책, 이 문제를 좀더 깊게,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책을 읽어보자’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저자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문장으로 이 책을 정리하면서 끝내자면, ‘영화를 거쳐 내 삶과 가치관을 돌아보고,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되었던 독서 경험이었다’가 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 버거의 <Ways of Seeing>은 국내에 3-4종의 번역본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대략 20여 년 전에 나남출판에서 나온 <영상 커뮤니케이션과 사회>로 이 책을 처음 만났는데, 그때는 내 공부가 한참 모자라기도 했고 워낙 대충 읽었기도 해서 큰 감흥이 없었다. 뭐, 대략 ‘다 아는 내용이잖아’ 정도의 느낌이었달까. 그런데 이번에 <다른 방식으로 보기>로 다시 읽은 이 책은 놀라움을 넘어 경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1970년대에 나온 책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영감을 주는 내용으로 책이 가득 차 있다. 과연 이 책 전후로 시각문화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나 할까.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유화’와 ‘광고’를 다룬 파트가 너무 재미있어 콧노래가 나올 정도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독. 예전에 읽고 정리하려다 유야무야해서 이번에는 해보려고 다시 읽었는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읽었을 때는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가 있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너무 슬프게, 아프게 읽었다.
책은 1개의 프롤로그와 2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롤로그에서 1장으로 넘어가면 살짝 당황하게 되는데, 사오리와 후미야라는 두 중학생 소녀-소년의 풋풋한 첫사랑의 시작을 다룬 프롤로그 이후 1장에서는 갑자기 나카하라라는 중년 남성이 전 부인 사요코가 강도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것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나카하라와 사요코는 11년 전의 어떤 사건을 극복 못 해 5년 전쯤에 이혼했었다. 사요코의 죽음 이후 그녀가 출간 준비 중이던 책의 원고를 읽고, 한편으로는 전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책이 꼭 출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카하라는 사요코의 그동안의 행적을 조사하다가 그녀의 죽음이 21년 전의 한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책 전체는 나카하라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캐릭터의 초점은 현재 사건을 축으로 전반부(나카하라와 사요코의 11년 전 사건)에서 후반부(사오리와 후미야의 21년 전 사건)로 이동한다. 그러면서 책의 주제도 ‘사형폐지론’을 둘러싼 찬반의 ‘공허한 십자가’ 논쟁(사형형을 받은 살인자가 반성 없이 형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에 ‘사형은 무력하다‘는 사형폐지론자 대 살인자를 처형해도 피해자는 살아 돌아오지 않지만 그것만이 슬픔을 이겨낼 통과점이기에 ’공허한 십자가‘라도 그것마저 빼앗기면 유족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냐는 사형유지론자), 즉 ‘형벌’에서 ‘죄의식’과 ‘자기 처벌’, ‘속죄‘ 문제로 더 나아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원체 다작 작가인 만큼 출간하는 책들의 스타일도 다양하다. 그중 이 책이나 <방황하는 칼날> 같은 작품들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다루지만 그것을 추리 문학이 아닌 사회파 소설로 풀어나간다.
이 소설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조금 오버해서 히가시노 게이고판 <죄와 벌>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