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 운명을 바꾸는 "한번 하기"의 힘
김민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위즈덤이 확실히 미쳤다. 아니면 위즈덤 관계자가 안목을 라식한 걸지도. 요즘 위즈덤에서 나오는 책 퀄리티가 너무 좋아져서 도대체 뭘 한건가 싶다. 질린다고 걷어 찬 옛 애인이 몇 년 후 벤츠타고 돌아왔을 때의 충격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위즈덤 관계자는 책 기획자에게 월급 올려주고 상냥하게 대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나도 위즈덤을 오래 예뻐하고 사랑하지.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의 저자 김민태 씨는 EBS프로듀서로 활동중이다. 그가 제작에 참여한 <EBS 스페셜>과 <다큐프라임>은 내가 유일하게 EBS를 시청하는 이유다. 저자의 역력을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내 스타일의 책을 만났구나 기뻤는데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를 맡은 사람이라니. 행운도 이런 행운이 있을까. 게다가 그는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와.

 

 

누구든 성공하고 싶어 한다. 21세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그 최정점에 이제 막 사회를 나가는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있다. 농담조로 예수가 태어난 이래로 가장 많은 노력과 재능을 불태우는 세대들로 불리는 이들의 출격을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란 강한 기대를 품고 있었고,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키길 바랬다. 그러나 결과물이 영 신통찮았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는 커녕 세상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일조차 받지 못했다. 실업률은 점점 높아져갔고 원하는 일터가 아니라 일을 잡는 것에 목표를 가지고 신랄하게 움직여야 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있는데 정작 원하는 곳이 없다니. 절망스럽다.

 

 

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을까? 란 질문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묻고 답했다. 그 질문에 해답은 엉뚱한 데서 터져나왔다.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권력자들의 헛소리 말이다. 노력, 노력, 노력. 노력에 지친 사람들에게 또 노력하란다. 노력해도 답이 안 나오는 것은 부족해서란다. 얼마나 더 채워야 하는 건데! 볼멘 소리가 안 나오는 게 이상하다. 노력으로도 세상에 안 되는 게 있다라는 결론까지 가서 모든 걸 놓아버리는 사람들이 발생할 정도로 파장은 컸다. 고작 두 글자가 세대 간의 갈등을 만들고, 불만을 야기시키고, 폭동을 벌이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김민태 프로듀서가 하고 싶은 말도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기 전에 책을 읽어서 다행이었다. 2014년 1월 2일. 그는 한 정거장을 일찍 내려 15분 간 걸어서 회사에 도착했다. 새해에 있을 법한 작은 충동은 이후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았다. 그는 오늘날의 자신을 만든 것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로또가 아니라 수많은 점으로 연결된 인생의 작은 시도였다고 말한다.

 

 

평범한 인생을 변화시킨 '작고 가벼운 실천'이 어떻게 삶을 바꾸어나갔는지 아주 친절히 설명해준다. 목표가 없다고, 노력이 부족하다고 소리치는 못되먹은 어른들 사이에서 그는 인생의 변화는 완벽한 계획에서 오는 게 아니라 '한번 하는 것', 즉 사소한 행동에 있다고 주장한다.

 

 

한 번의 작은 용기, 한 걸음의 노력, 진심 어린 태도... 이러한 것이 없다면 어느 날 갑자기 오는 행운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의 여러 사례들을 읽으면서 나는 해봤자 소용없을 것이라고 해서 지레짐작으로 포기했던 수많은 사소한 행위들을 다시 돌아보았다. 정말 떨어질 거라 확신했던 삶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의 경험 속에서 하지 못한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당연히 공모전이었다. 나는 해리포터의 조앤롤링마냥 화려한 데뷔를 하고 싶었다.(참 꿈도 야무지다) 그래서 아무데나 넣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감탄할 만한 작품을 써서 내야 해. 나는 강박관념에 젖어 있었다. 강박관념에 너무 젖어버린 나머지 나중에는 글 한 구절도 함부로 써서는 안되는 것처럼 여겨졌다. 십년도 넘는 세월동안 꿈꿔 온 내 삶이 정말 내게 맞는 삶인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나는 이 길로는 성공은 커녕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당장 뚜렷한 목표가 없으니 어딜가서는 계속 그 쪽을 꿈꾼다고 말을 하곤 했다. 이 나이 먹고 꿈이 없다는 말을 했을 때 받을 시선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나는 어느새 겁쟁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 사소한 것으로부터 위대한 경험이 시작된다면, 나는 내가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빌게이츠처럼 머리 뛰어난 동창생을 만난 적도 없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나오는 아나스타샤마냥 친구 대신 재벌 CEO를 인터뷰하면서 사랑에 빠질 가능성은 전무하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 한번쯤은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사소한 행위들로 커다란 사건을 벌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터무니없는 것 말고, 진짜 제대로 된 나를 위한 성공의 지름길이 되어줄 행위들 말이다.

 

 

아직도 220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이 노란 책에 흠뻑 빠져 있다는 게 믿어지질 않는다. 나는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를 주변인들에게 미친듯이 소개시켜 주고 있다. 내 얼굴을 봐서 제발 읽으라고. 도서관을 이용하겠다고 해도 말리지는 않겠지만 이건 질러야해! 집에 굴러다니는 문화상품권은 뒀다 어디 쓸거야? 이럴 때 써! 라고 닦달하는 중이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여(나를 포함한). 완전 강력 추천한다. 2016년 들어와서 이렇게 길게 써 본 리뷰가 없다. 이 간절한 마음이 읽혀지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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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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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등학생 히비노 쇼타는 아버지가 지방으로 전근가게 되어 방학 동안 가족과 함께 나라 지방으로 이사한다.

쇼타는 이사하게 되는 도중에 '안 좋은 느낌'을 여러 차례 느낀다.

예전에도 그 느낌이 들 때마다 쇼타 주위에 끔찍한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 집으로 이사온 후 영문 모를 괴이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게 되고,

그 원인을 찾던 쇼타는 도도 산과 뱀신에 얽힌 저주의 현장을 목격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여동생은 마침내 그것이 찾아왔다고 말하고,

방문을 연 쇼타와 여동생 앞에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고백하자면 나는 스릴러나 공포물을 보지 못한다. 영화를 스릴러 물로 봐야한다면 그것은 나의 의지가 아닐 것이며 전적으로 공짜 시사회나 누군가의 돈으로 보는 영화일 것임을 확신한다. 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그나마 책은 좀 나은 편이지만 역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나게 되면 나는 그 날 어두운 골목길은 커녕 제대로 잠조차 잘 수가 없다. 이렇게 활자에조차 겁을 먹는 내가 미쓰다 신조를 만났다.

 

기모노를 입은 몸집이 작은 노파였다. 수수한 옷 색깔 때문인지, 거의 배경에 녹아들고 있어서 가까이 갈 때까지 인식하지 못했다.

그 노파가 택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사오는 사람이 드문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노파가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할 수 없는 뭔가를 온몸으로 발휘하고 있다는 기분이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좀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어느새 택시가 왼쪽으로 돌더니 연립주택 앞을 지나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서 언덕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쇼타는 믿기지 않게도 오늘만 네 번째 그 섬뜩한 두근거림을 느끼고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다.


싫어...무서워...싫어...무서워...싫어...무서워...싫어...무서워....


쇼타는 순식간에 소용돌이치는 두 개의 감정에 휩싸였다. 섬뜩한 느낌을 더듬어 간 곳에 있는 것은 자기 가족이 앞으로 살 집이라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지금 앞에 보이는 저 집에 분명 뭔가 있다......

 

주인공 쇼타는 이제 겨우 초등학생으로, 아버지의 지방 전근을 따라 나라 지방으로 이사하게 된다. 드디어 좁은 집에서 벗어나 자신의 방이 있는 집으로 간다고 좋아하는 누나 사쿠라코, 멋도 모르고 따라 좋아하는 모모미, 어찌되었든 새 집으로 이사가서 좋은 것은 부모님도 마찬가지이다. 딱 한 사람 쇼타만은 예외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감이 좋아 안 좋은 일이 생기기 이 전에 미리 느낌같은 것을 받곤 했다. 그가 안 좋은 느낌을 받으면 그 곳에선 꼭 나쁜 일이 벌어지곤 했다. 어린아이의 실종, 무차별 난동 사건 등등 그는 때때로 알 수 없는 강한 공포심과 불안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런데 하필 앞으로 등 붙이고 살아야 할 집에서 그 재수없는 느낌을 받고야 만다.

처음부터 이상한 집이었다. 쇼타가 살게 될 마을의 이름은 나가하시. 이곳은 타츠미 가가 일대를 지배하고 있는데 현대에 들어와서 가문이 쇠약해져 재산이 탕진되어 몰락한 상태였다. 그 일가에 남은 재산이라곤 나가하시를 떠받들고 있는 도도산이다. 그 산은 옛날부터 무서운 뱀신이 산다고 전해져서 입산이 금지된 곳이었다. 그런 신성한 영산을 모시면서 뱀신을 진정시키는 한편 입산객을 통제하는 감시역도 타츠미 가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태평양 전쟁 이후 농지개혁에 의해 일가의 권리가 상실된다. 일족은몰락한 가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산 전체를 주택지로 개발하려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공사가 계속 난항을 겪었다. 계획했던 4개 구획을 동시에 공사를 시작했지만 정작 진행된 곳은 한 곳뿐이었다. 심지어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타츠미 일가의 사람들은 하나둘씩 원인 모르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아침 먹다가 토란에 목에 걸려 질식사(믿기지 않아, 정말이냐?)하거나 논바닥에서 익사하거나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다는 등 연이어 목숨을 잃어가는 바람에 공사는 자연스럽게 중단되었다. 그리고 이제 타츠미 일가는 공사를 반대했던 최연장자인 센 할머니만 남은 상황이다.

그런데 그 자연스럽게 중단된 공사 중 유일하게 지어진 건물이 쇼타가 살게 된 집이었다. 집이 세워지고 쇼타네가 살기 전에 3년동안 세번이나 입주민이 바뀐 이 무시무시한 집의 비밀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왜 구축이 된 건지 알 수없게 지어진 기다란 복도의 의미를 파악하는 동안 쇼타가 아끼는 막내 동생 모모미가 커다란 비밀을 폭로한다.

"알지? 오빠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

 

여동생은 쇼타에게 다짐을 받고 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젯밤 모모미가 부모님의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이 산에 살고 있다는 히히노가 찾아온 이야기를...

 

미쓰다 신조의 이름은 전에 알았지만 장르가 장르다보니 자발적으로 읽을 마음이 그동안 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흉가>로 하여금 그 생각을 접었다. 이제야 미쓰다 신조라는 보석을 발굴해내다니. 그저 이름에 지나지 않았던 미쓰다 신조가 내게 날아와 꽃이 된 느낌이다.

 

쇼타가 집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타츠미 일가의 집을 방문해 미친 할매를 감당해내는 그 공포스러운 묘사는 내 귀 끝을 조여오게 만드는 것이었다. 저주에 관해서 가장 진실하게 믿고 비밀을 파헤치는 인물들이 모두 어린 아이라는 점이 신선하다. 집 안팎으로 시시각각 조여오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집이라는 공간의 안락함을 저 멀리로 날려보냈다. 도도 산의 그 미치광이 뱀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집에 살던 전의 사람들은 어떻게 사라진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실타래가 이내 하나의 완전한 실로 풀려났을 때, 나는 당신에게 장담할 수 있다. 미쓰다 신조의 '집'에 당신도 걸려들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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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스터리 스토리콜렉터 39
리 차일드 외 지음, 메리 히긴스 클라크 엮음, 박미영 외 옮김 / 북로드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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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천만 명이 사는 뉴욕. 그 곳도 사람사는 동네긴 하지. 그래서 전혀 무섭거나 두렵다는 느낌은 든 적이 없었다. 그러나 <뉴욕 미스터리>를 읽은 후로 나는 이 천연덕스러운 도시가 두려워졌다. 공원 벤치에서도 책을 읽지 못하는 동네다. 예전 살인사건에 관해 동시대를 살았다면 가족도 의심해야 한다. 빵집 운영하는 점포 주인들의 국적도 샅샅이 파악하자. 테러에 가담할 지 모른다. 이러한 조건들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뉴욕에 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하룬들 살 수 있을까, 이 무서운 도시.


MWA의 회원들이 쓴 17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뉴욕 미스터리>는 온갖 범죄와 미스터리의 온상인 뉴욕을 아주 스릴넘치게 재현해냈다. 작가들은 이야기의 배경이 될 뉴욕의 공간을 스스로 선택했다. 월 스트리트, 유니언 스퀘어, 센트럴 파크, 할렘, 타임스 스퀘어와 서턴 플레이스, 그리고 또다른 열한 곳의 장소에서 미스터리는 다채롭게 도사리고 있었다. 공기까지 잘못 흡입하면 두려울 정도로.


<뉴욕 미스터리>에 수록된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단연 「지옥으로 돌아온 소녀」 였다. 뉴욕에 사는 한 부부는 형사에게 취조를 받게 된다. 한 때 부부가 맡았던 소녀가 영양실조로 죽어 발견되었는데 그녀의 관계자로 물망에 올랐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부는 소녀를 다시 친모에게 돌려보낸 이후로는 왕래가 없었다. 경찰은 그들을 의심하지 않고 풀어주었지만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부부는 이미 죽은 소녀가 늘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좋은 학교에 보내주고, 친 딸과 같이 방을 쓰게 해주고, 뭐 하나 부족할 거 없이 챙겨준 부부는 소녀에게 기묘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지인의 딸을 맡게 된 부부의 입장과 사건이 의식의 흐름을 타고 전해지는데 소녀 '매덕스'라는 아이가 얼마나 되바라지고 형편없는 아이인가, 라는 부부의 의식이 읽는 나에게도 전이되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남편이 결혼한 친딸과 식사를 하면서 한 대화에서 확고하게 갖고 있던 '매덕스'란 대상에 대한 이미지가 파괴되었다. 어라,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이 목줄을 타고 흐르는 듯 했다.


어른의 눈에서는 끔찍하게만 비춰졌던 '매덕스'란 소녀의 행동과 말은 같은 또래였던 친 딸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서술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동안 보여졌던 말썽들이 모두 오해였고, 부부가 '매덕스'를 다시 파양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사건조차도 사실 별 거 아니었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아이의 입장과 어른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편모가정에서 불우하게 자라난 '매덕스'는 모든 행동이 어른들의 잣대에서 이미 판단이 끝난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벌어지는 '어린애다운 사건'들이 이 편견에 휩싸여 더 큰 사건으로 번진 것이었다. 같은 대상을 가지고 전혀 다른 말을 어른과 아이의 온도차가 신선하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 동시에 어른들의 편견이 한 소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부부의 입장에서 그들을 옹호한 나까지도 가슴에 죄책감이 스며들었다.


아이가 성장해 다시 뉴욕에 왔지만 부부와 아이는 만나지 못했다. 같은 곳에 있어도 얼마든지 단절될 수 있었던 관계 속에서 가족의 형성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다른 시각 속에서 그 불편함과 새로움을 발견하는 작가의 서술이 놀라운 단편이었다. 그러나  「지옥으로 돌아온 소녀」는 <뉴욕 미스터리>의 단면일 뿐이다. 아직도 무시무시한 소설이 16편이 더 남아 있다. 명량의 이순신의 배처럼.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당신, 이래도 <뉴욕 미스터리>를 읽어보지 않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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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등산과 하산의 기술 아우름 10
엄홍길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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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 대한민국 사람 중에 이 석자를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계 서른 여덟번째, 아시아 최초로 히말라야 8천 미터 14좌를 모두 올랐고, 위성봉인 얄룽캉과 로체샤르까지 올라 2007년에는 세계 최초 히말라야 8천 미터 16좌 완등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신의 남자'다.

 

 

 

그는 산의 남자가 아니라 신의 남자다. 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무사히 산 정상을 갔다고 하더라도 내려올 때 생명을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나푸르나를 같이 등반했던 지현옥이라는 유일한 여성 대원은 산 정상을 등반하고서 하산할 때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엄홍길씨는 산을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려오는 것도 그만큼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이 내려올 때를 모르면 죽는다. 산의 가르침이 인생의 가르침으로 내려온 것이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그 산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요즘 히말라야를 오르는 산악인들은 정상을 밟는 것과 중시하는 결과로서의 산이 아니라, 그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산악 정신을 내세우는 것이죠. 우리가 사는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상이라는 먼 미래만 보고 산다면 지금이라는 과정은 늘 힘들기만 할 것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도 행복을 느끼는 것. 인생이라는 산봉우리도 그렇게 올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도시라는 봉우리, 빌딩이라는 봉우리, 계급과 직급의 봉우리, 그리고 사람이라는 봉우리를 오르려면 언제나 그 봉우리 아래 서세요. 올라가는 과정을 즐기며, 그 순간을 사랑하며, 또 치열해져 보세요.」- 본문 '내려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中 -

 

인간은 올라가는 동물이다. 엄홍길씨의 말은 매우 철학적이다.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 인생에 대한 발상은 그가 겪은 수많은 위험과 역경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늘 책으로만 접했던 히말라야라는 산을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내내 오르고 있었다. 학생은 대학이라는 히말라야를, 대학생은 직장이라는 히말라야를, 직장인은 결혼, 승진, 저금이라는 험준한 산봉우리를 끝없이 올라야 한다. 그러나 산은 오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산을 올라가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다.

 

 

 

 

 

-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본문 中 -

 

뺨을 때리는 거센 바람, 살을 도려내는 듯한 강추위, 시시각각 떨어지는 낙석, 언제 어디서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빙하 크레바스와의 싸움에서 자신의 감과 노력으로 헤치고 올라서야 한다. 그 길은 누군가를 밟거나 떨어뜨린다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협력하고 또 온 마음이 되어야만이 노릴 수 있는 공동의 가치다. 산에서 목숨은 첫번째, 두번째가 없다. 오로지 하나뿐이다. 하나의 줄로 이어진 목숨은 모두 하나다.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를 설명하는 엄홍길씨의 에세이는 매우 투박하다. 정갈함이나 다듬어진 세련됨이 없다. 그는 마치 앞사람을 두고 일대일 대화를 하듯 글을 썼다. 덕분에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엄홍길 씨 앞에서 마이크를 든 기자가 된 심정이었다. 그가 난감하다는 듯이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모습까지 모두 상상해버렸다. 전문적인 에세이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거친 산같은 에세이도 좋지 않을까. 세련되고 아름다운 일본의 케이크를 먹다가도 솔직함과 담백함으로 승부하는 프랑스 빵을 찾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지 않을까. 한 편의 밥을 먹듯, 참으로 배가 부른 에세이였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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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날아온 펭귄의 모험 함께 사는 세상 환경 동화 1
유재영 지음, 김형근 그림 / 아주좋은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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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날아 온 펭귄의 모험>

유재영 글/ 김형근 그림

아주 좋은 날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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