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사랑법 스토리콜렉터 81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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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천천히 자기 방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텅 빈 아파트가 몸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침실에는 자신 말고 아무도 없었다. 맥주를 마시려고 자리에 앉을 때 곁을 지켜줄 사람은 없었다.

   그 날 하루가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없었다.


   *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공감하며 들어줄 누군가를 원했다.

  자신이 느끼는 공포에 귀 기울여줄 누군가를.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


  밤이면 호수는 기껏해야 검은 형체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창을 보는 쪽이 훨씬 나았다.

  몇몇 건물의 창들은 심지어 이 늦은 시간에도 환히 불이 밝혀져 있었다.

  도시는 결코 진짜로 잠들지 않았다.

  그리고 도시 어딘가에, 남자를 위한 누군가가 있다.」




여기에 영원한 사랑을 갈망하는 작자가 있다. 그는 굳이 타인이 알고 싶지 않은 내면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얼핏 들으면 외로운 사람의 아름답고 공허한 '울림'같다. 그러나 우리는 속을 수 없다. 이 작자는 여자를 사후강간하고 그 시체를 방부제 처리해서 공원에 유기하는 미친 연쇄 살인마니까.


조이 벤틀리는 20년 가까이 악몽과 현실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과거를 잊지 말라는 듯 송달되는 정체불명의 갈색 봉투. 조이의 삶을 갉아먹는 악마같은 존재. 벌써 몇년 째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고 그녀를 그 모든 것을 서랍 속에 넣고 잊으려 한다. 하지만 그 존재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래서일까. 범죄로 인한 고통을 잘 알기에 그녀가 범죄심리학자라는 직업에 매혹된 건.


2016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는 기이한 범죄가 목격되었다. 주로 공원, 호수에 죽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것도 제각각 아주 기이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수사를 담당한 수사관들을 더욱 충격에 빠뜨린 사실은 그 모든 시체가 '방부처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죽은 시체에 방부처리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체가 취하고 있는 자세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범인은 아무 이유없이 혼자 사는 여성들을 노리는 변태 살인강간마에 지나지 않은 걸까? 사건이 실마리를 찾지 못한 시카고 전담팀은 FBI에 도움을 요청한다. 언론의 관심을 끌어서 '승진' 해버린 테이텀이 수사 자문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시카고에는 수사를 방해하는 일명 '얼굴마담' 범죄심리학자가 버티고 있었을 줄이야. 정확한 논리도 해명도 없이 '감'으로 승부하는 건 현장수사를 고집하는 경찰만 해당되는 줄 알았건만 테이텀은 난감하다. 어디까지나 수사 자문으로 온 터라 적극적으로 자신을 도와줄 인력이 없었던 테이텀은 FBI를 돕고 있는 범죄심리학자 조이를 호출해 수사의 기회를 얻고자 한다.


사건은 조이가 협력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오리무중, 방부처리된 시체는 하나둘씩 더해진다. 이제 막 처음 협력한 조이와 테이터의 손발은 영 짝이 안 맞고 싸우다 결국 둘 다 시카고 전담팀에 의해 수사에서 떨궈진다. 이쯤되면 영미스릴러문학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콤비의 위기라도 봐도 좋은 클리셰다. 수사권 없이도 잘만 움직이는 걸 보면 미국에서 수사권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을 정도다.


<살인자의 사랑법>은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명언을 뒷받침하는 가장 좋은 심리학 소재가 아닐까 싶다. 부모의 훈육과 삶의 방식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영향이 모두에게 '같은' 결과를 제시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할 화두를 던진다. 부모라는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그리고 나라는 개인이 삶을 살아가기 방법으로 어떤 존재로 남을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매번 깔끔하게 해결되고 새 직장에서 당분간은 평화로울 줄 알았는데, 결말에서 가장 쇼크를 먹었다. 와우. 이렇게 후속작 기다리기는 또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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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화사 4 - 국가 1920~1960 유럽 문화사 4
도널드 서순 지음, 오숙은 외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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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시리즈 중에 4권째 구비. 아마 마지막권은 살 생각이 없어서 여기가 마지막이 될 듯. 이만큼 자세하게 문화적 시야로 풀어낸 책이 보기 드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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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경제지 상택지 임원경제지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 풍석문화재단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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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지 2 빼고 지금껏 산 임원경제지중에 사고 후회하는 건 한 권도 없음. 상택지는 그 중에서도 가성비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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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의 전설 (리커버 한정판) 웅진 모두의 그림책 21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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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도 갖고 싶어하는 동화책!ㅋㅋㅋ 초판에서 놓쳐서 눈물 났는데 요번 리커버로 더 좋은 기회로 구매했네요. 플립북도 귀여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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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켄짱과 고양이。때때로 오리
네코마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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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네코마키 작가는 동글동글한 그림체에 정감가는 스토리라 행복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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