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오늘의 기분은 사과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1
김지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지현 작가의 신간 『오늘의 기분은 사과』는 제목만큼이나 상큼하고, 읽는 내내 마음을 맑게 씻어주는 소설입니다. 청소년기를 아주 훌쩍 지나버린 저는,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이 책은 그런 ‘나’의 감정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와 주었습니다.



🍎소심함과 용기 사이, 이경의 성장

주인공 김이경은 착하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과거 친구들에게 소외당한 경험 탓에 소심해지고, 눈치를 많이 보며,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고 갈등을 극도로 피하는 인물이지요. 그런 이경 앞에 초등학교 동창이자 전학생인 진솔이 다시 나타납니다. 반 친구들 사이에서는 당차고 재치 있는 솔이지만, 이경 앞에서는 말수가 적어지고 시니컬한 진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경은 솔의 이런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자꾸만 신경이 쓰입니다.


여기에, 중학교 시절 함께 어울렸던 친구 규리는 이경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필기 노트를 보여달라고 하는 등 이경을 이용하는 듯한 태도로 그녀를 속상하게 만듭니다.


고등학교에서 같은 반이 된 유림은 조별과제에서 부담스러운 역할을 맡게 된 이경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영화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이경은 결국 자신이 오랫동안 써온 영화 시나리오를 유림에게 보여주게 되죠.



🍎웃음과 안타까움, 그리고 공감의 소동

이 네 명의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동들은, 독자인 저까지도 함께 웃고, 안타까워하며, 때로는 속상해하게 만듭니다. 감정 표현이 서툴고,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도 잘 몰라서 괴로워하는 여고생들의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의 내 모습과 겹쳐 보게 됩니다.


특히, 착하고 온순한 이경이 친구의 잘못을 지적하며, 그동안 속으로만 상상하던 옳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장면에서는 박수를 치고 싶었습니다. 또, 슬픈 과거에 갇혀 있던 솔이 더 이상 타임캡슐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에서는, 그 성장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과거의 내 모습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보였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멈춰 서기도 했습니다.



🍎나이 불문, 모두의 성장통에 바치는 이야기

등장인물들은 고등학생이지만, 이 소설이 다루는 대인관계의 고민과 감정의 성장통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은,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숙제이니까요.


특히, 자신의 감정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과, 그런 자녀의 성장을 응원하는 부모님이 함께 읽는다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시원달콤한 사과처럼, 마음에 남는 소설🍏

무더운 여름, 이 책을 읽으며 여고생들의 사랑스러운 성장에 시원달콤한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듯 기분이 산뜻해졌습니다. 『오늘의 기분은 사과』는 내 마음 한구석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설입니다.📚



※ 본 서평은 다산책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3계단』이 2005년에 한국에 정식 출간된 이후부터 줄곧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의 팬이었다. 20년 넘게 그를 좋아하고 응원해 온 한국 팬으로서,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지난 6월 22일 열린 작가와의 북토크에 사전 예약해 참석한 뒤 이 서평을 적는다.


가장 최근인 2023년에 『건널목의 유령』이 출간되기까지 무려 11년간의 공백이 있었다. 이번 북토크에서 작가는 신간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에 수록된 단편들이 그 오랜 시간 동안 집필해 온 이야기라고 밝혔다.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지 못했던 긴 세월 동안, 그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지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이번 신간은 그의 대표작인 『13계단』이나 『제노사이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본 신간에는 짧은 단편소설 여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장편 소설보다 등장인물이 적고, 더욱 빠른 전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덕분에 복잡한 설정이나 과학적 지식을 알 필요 없이, 훨씬 편하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 시작은 도시 괴담처럼 가볍게 전개되는 <발소리>

 - 소설집의 제목이자 대표작인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

 - 전생이라는 소재에 추리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세 번째 남자>

 - 당장 영화로 제작해도 손색없을 <아마기 산장>

 - 학교에서 벌어진 총격전의 긴박한 심리를 그린 <두 개의 총구>

 - SF적 요소가 돋보이는 <제로>


이 중에서도 전쟁과 인간의 잔혹성을 잘 보여주는 <아마기 산장>을 가장 추천한다. 『제노사이드』에서 느껴졌던 작가의 반전(反戰)주의가 이 작품에도 깊이 녹아 있다. 전쟁과 인간의 추악함을 여과 없이 드러내어, 이야기의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호러에 약한 독자라면 이 소설을 혼자 읽을 때 진땀을 흘릴 수도 있다. 출간 시기를 노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름에 읽기 딱 좋은 호러 스릴러 소설이다.


소설가이자 영화 각본가였던 다카노 가즈아키는 뛰어난 장면 묘사력으로, 소설의 모든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한다. 『건널목의 유령』처럼 이번 소설집에서도 망자인 유령이 등장하는 장면이 종종 있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볼 수 없는 망자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이 소설집의 큰 매력 중 하나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소설을 쓸 때, 망자가 살아 있는 사람 중에서도 선한 이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자신의 글쓰기 철칙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의 호러 스릴러 소설은 거부감 없이 읽힌다. 망자인 유령이 무차별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을 저주하거나 위협하는 여타 소설과 달리, 악한 자들에게만 벌을 내리는 권선징악의 구조가 독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13계단』과 『제노사이드』를 읽었던 독자라면, 작가가 이런 새로운 느낌의 글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함께, 한층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작가는 북토크에서 차기작으로 올 하반기 일본에서 출간될 에세이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에도 번역본이 출간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


작가의 신간 혹은 기존작의 영화화를 기대하며, 이 서평을 마친다.




※ 본 서평은 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의 오랜 팬임을 알아봐 주시고, 뜻깊은 서평 기회를 마련해주신 황금가지(@goldenbough_books)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