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울하십니까? (일반판) 문학동네 시인선 4
김언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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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총으로 쏴버리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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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이면 - 1993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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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어둠이 있었다. 어둠은 인간의 가장 구석진 내면을 말한다. 길을 잃은 어떤 이가 낮은 자세로 웅크려 자기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 인간에게 어둠은 자신의 가장 내밀한,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소설가는 비가시적인 어둠을 하나의 이야기로 형상화하는 사람이다. 어둠은 관념적이면서도 동시에 사변적이다. 인간의 형이상학적인 내면을 작가 고유의 색채로 그려 내는 데 탁월한 소설가로 이승우를 꼽을 수 있다. 마치 현실에 살고 있을 것 같은 '박부길'이라는 남자는 소설 속에서 또 다른 소설가라는 옷을 입은 주인공으로 얼굴을 내보인다. 소설가가 쓰는 소설 속의 또 다른 소설가는 타인과 연결되기도 하고 유폐되기도 하는 비사회적인 '화자'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 책은 나의 숨결과 혼이 가장 진하게 배어 있는 작품이다."라는 작가의 말에서 암시하고 있듯 이승우는 자전적인 요소를 소설 도처에 흐트려 놓았다. 그렇다고 이 소설의 모티프가 소설가 같은 특정 인물에게 해당되는 그런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는 소설을 읽는 독자와도 암묵적이면서 심층적으로 예정되지 않은 어느 접점을 거쳐 연결되기에 이른다. 궁극적으로 『생의 이면』에서 나타나는 어두운 내면은 타인과 분리되고 싶은, 태초의 어둠과 적막이 서린 어머니의 자궁으로 귀의하기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연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존재의 형상은 삶이라는 속박된 굴레에 찌든 우리 모두의 얼굴, 그 내면을 닮아 있다.

🔖어떤 책에서 나는 이 세상에서의 삶을 우리가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는 악몽이라고 비유한 글을 읽었다. 제임스조이스였을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고, 그일지라도 본래의 뜻에 상당한 왜곡이 가해졌을지 모른다. 기억은 사실의 편이 아니라 편들고 싶은 자의 편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을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편들고 싶은 자를 편들고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여서는 안 된다.
진실이 반드시 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진실은 사실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내가 어떤 글을 읽다가 붉은 볼펜으로 줄을 그었으며, 그 붉은 줄을 여태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무슨 뜻이냐 하면, 그 책의 저자가 조이스라고 할 때, 제임스 조이스를 빌려서 발언한다는 뜻이다. 조이스를 읽음으로써 비로소 세상이 악몽임을 깨달은 것이 아니다. 나는 붉은 볼펜으로 줄을 그었다. 그것은, 그를 알기 전부터 이 세상에서의 나의 삶이 바동거리는 악몽에 다름 아님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제임스조이스를 빌려 내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임스 조이스에게서 내 말을 발견한 것이다. 그가 내 말을 먼저, 대신해 버린 것이다.
글들은 '내 말'의 대언일 때만, 진실로 의미를 가진다. 그 밖에 다른 글들은 쓰레기거나 허수아비이다. 쓰레기는 용도가 폐기되어 버려진 것이고, 허수아비에게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삶, 곧 악몽, 눈 뜨고 꾸는, 그래서 더 끔찍한. - p.140

사방이 수렁일 때는 수렁에 빠지는 것이 유일하게 가능한 선택이다. 그의 의식은 그의 어둡고 폐쇄적인 자아가 안락을 느끼던 단 한 곳을 기억해 냈다. 고등학교 시절, 그의 어두운 자아를 ㄴ기꺼이 품어 주던 자취방이었다. 그녀가 그의 삶에 끼여 들어와 빛의 세상으로 불러내기 전까지 그곳은 그의 성전이었다. 금방이라도 폭삭 주저않을 든 낮은 천장, 하루 종일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북향으로, 그나마도 벽에 맞대서 뚫린 손바닥만 한 창문, 언제나 습기가 배어 눅눅한 느낌을 주는 방바닥…… 세상과 사귀지 못하고 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불만투성이의 어두운 소년은 적의와 슬픔으로 얼룩진 대부분의 시간을 그 방의 어둠 속에서 보냈었다. - p.290

덧붙임 : 소설을 읽다 보니 화자가 너무 깊숙한 나의 내면까지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과거에 위태로웠던 나를 그리고 현재에 나를 마주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설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만한 놀라운 가치의 발견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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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문학과지성 시인선 500
오생근.조연정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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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지류가 흘러들어 하나의 본류로 합류하는 과정. 이 지난한 풍경 속에 벼려지는 삶의 행태. 그것은 진실된 마음만으로는 현재를 살아갈 없는 모든 이들의 얼굴을 닮아 있다. 굴곡진 삶의 이면을 부둥켜안음과 동시에 밀쳐 내고 싶은 욕구. 시를 쓰는 시인과 시를 읽는 독자의 마음이 엮이듯 하나의 강줄기로 모인다.

65명의 시인들의 시가 각각 2편씩 실린 시집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그리고 과거부터 수십 년간 지어올렸을 언어의 성을 바라본다. 성벽 너머의 낯선 시선. 사이사이로 비춰 드는 무수한 얼굴들. 오랫동안 잊었던 그들을 다시 기억한다. 나를 다시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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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 사이토 다카시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는 3만여 권의 장서가로 널리 알려진 장석주 시인의 2015년도 출간 에세이이다. 과거에 이미 흡사한 소재와 구조의 에세이가 그의 펜촉을 통해 출판된 적이 있었지만, 앞선 여타의 책보다 일목요연하게 저자의 경험과 입지를 더욱 간결성 있게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독서에 대한 논리를 부연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밀도 있는 문체까지 더해져 '새로운 책 읽기'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현재의 나는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읽어왔는가?'라고 반추한다. 권태로운 나날 속에 가장 쉬운 나만의 일탈이 바로 읽는 행위에서 기인된 것은 아니었을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으며 유추해 본다. 타인의 세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내면을 마주하고 그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기울임으로써 책을 사랑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독서', 그 자체였던 것이다.

덧붙임 : 자신을 '문장 노동가'라 칭하는 장석주 시인의 글을 자주 읽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도 장석주 시인의 #고독의권유 이다. 전방위 글쓰기로 박학다식한 면모를 보여주는 그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절도 있는 필력으로 독자를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그의 입담을 듣다가 내년에는 노자와 장자를 읽어야겠다는 새로운 독서 계획을 추가해 본다.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 보면, 항상 가장 중요한 국면마다 책이 있었습니다. 아직 뼈가 약하고 살이 연할 때 나를 키우고 단련한 것도 책이고, 잘 달리다 느닷없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나를 일으켜 세운 것도 책이고,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해 스스로 낙오자가 되어 시골로 내려와 쓸쓸한 살림을 꾸릴 때 힘과 용기를 준 것도 책이었습니다. 평생을 책과 벗하며 살아 왔으니, 내가 읽은 책들이 곧 내 우주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 다정함이나 너그러움, 취향의 깨끗함, 투명한 미적 감수성, 그리고 올곧은 일에 늠름할 수 있는 용기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그건 다 책에서 얻은 것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아프거나 죽지는 않습니다. 사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어요. 그래서 ‘살아가는 데 독서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책 한 권은커녕 신문조차 읽지 않고 평생을 사는 사람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어떤 결핍과 부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오래도록 책을 읽어 온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겉은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잘 살펴보면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생각이라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책에 담긴 지식이나 사상이 자신의 내면으로 스며들어 와 생각이 확장되고, 자아가 확장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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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미학
노영덕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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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두고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면 이 방대한 겉핥기식 이론을 흡수하기는 꽤나 쉽지 않을 듯. 철학책에 가깝고 사족이 너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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