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 사이토 다카시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는 3만여 권의 장서가로 널리 알려진 장석주 시인의 2015년도 출간 에세이이다. 과거에 이미 흡사한 소재와 구조의 에세이가 그의 펜촉을 통해 출판된 적이 있었지만, 앞선 여타의 책보다 일목요연하게 저자의 경험과 입지를 더욱 간결성 있게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독서에 대한 논리를 부연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밀도 있는 문체까지 더해져 '새로운 책 읽기'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현재의 나는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읽어왔는가?'라고 반추한다. 권태로운 나날 속에 가장 쉬운 나만의 일탈이 바로 읽는 행위에서 기인된 것은 아니었을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으며 유추해 본다. 타인의 세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내면을 마주하고 그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기울임으로써 책을 사랑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독서', 그 자체였던 것이다.

덧붙임 : 자신을 '문장 노동가'라 칭하는 장석주 시인의 글을 자주 읽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도 장석주 시인의 #고독의권유 이다. 전방위 글쓰기로 박학다식한 면모를 보여주는 그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절도 있는 필력으로 독자를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그의 입담을 듣다가 내년에는 노자와 장자를 읽어야겠다는 새로운 독서 계획을 추가해 본다.

🔖살아온 인생을 되짚어 보면, 항상 가장 중요한 국면마다 책이 있었습니다. 아직 뼈가 약하고 살이 연할 때 나를 키우고 단련한 것도 책이고, 잘 달리다 느닷없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나를 일으켜 세운 것도 책이고,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해 스스로 낙오자가 되어 시골로 내려와 쓸쓸한 살림을 꾸릴 때 힘과 용기를 준 것도 책이었습니다. 평생을 책과 벗하며 살아 왔으니, 내가 읽은 책들이 곧 내 우주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 다정함이나 너그러움, 취향의 깨끗함, 투명한 미적 감수성, 그리고 올곧은 일에 늠름할 수 있는 용기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그건 다 책에서 얻은 것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아프거나 죽지는 않습니다. 사실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어요. 그래서 ‘살아가는 데 독서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책 한 권은커녕 신문조차 읽지 않고 평생을 사는 사람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어떤 결핍과 부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오래도록 책을 읽어 온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겉은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잘 살펴보면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생각이라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책에 담긴 지식이나 사상이 자신의 내면으로 스며들어 와 생각이 확장되고, 자아가 확장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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