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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 - 처음 만나는 에티카의 감정 수업
심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스피노자는 "모든 것이 신이다"라는 범신론을 제창한 네덜란드의 유대계 철학자이다. 유물론자ㆍ무신론자 였던 스피노자에게 신이란 종교적인 인격의 의미가 아닌 자연 그 자체였으며, 그의 사상은 데카르트의 철학에 입각한다.
'신은 곧 자연'이라는 스피노자의 범신론적 사상을 뒷받침하는 『에티카』는 정확하게 번역하면 《기하학적 순서로 증명된 윤리학》이다. 신의 내적 필연에 의해 일체의 사물이 생긴다고 하는 결정론을 취한 『에티카』는 인식으로써 정념(情念)을 극복하고 일체가 바로 신 그 자체임을 직관하는 것, 즉 ‘신에 대한 지적(知的) 사랑’을 최고의 선(善)으로 인정한다.
스피노자의 철학을 기저로 한 인문학 저서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정작 『에티카』 원전이라는 두터운 벽에 쉬이 접근할 수 있는 서적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스피노자의 핵심적 사상을 개괄하여 현 시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일반인도 접근이 용이한 해설서이다. 또한 니체와 프로이트의 철학을 적절히 인용하고 더욱 이해가 쉽고 유용하다.
감정의 철학자로 불리우는 스피노자의 『에티카』 핵심 키워드는 자기 보존의 욕망 '코나투스'다. 코나투스는 노력, 추구, 경향, 관성을 뜻하는 라틴어로 『에티카』 에서의 코나투스의 의미는 관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존재를 지속시키려는 생명의 힘, 그에 따른 삶에 대한 욕망이 코나투스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논리에 수긍이라도 하듯이 우리는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타듯 매순간 감정의 격류에 소용돌이친다. 그 감정 노동의 중심에는 자기 스스로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라는 심연이 존재한다. 욕망은 인간에게는 불가항력적인 감정의 기반이며, 심리적 방어기제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감정이라는 망각의 제국에서 우리는 어떻게 욕망을 능동적 역량으로 실현시킬 수 있을까?
삶에 무수히 흩어진 파편 속에 이성적인 나를 지켜내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나로부터 기초한 부정적 관념의 실재. 자기 본위에 얽매인 감정은 수동적이며 슬픈 정념에 예속될 뿐이다. 영혼의 동굴에 갇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자아를 인식하는 일, 그 침묵의 바깥에서 우리는 우리를 인정하고 직시해야만 한다.
결핍, 우리는 그것을 매우 쉽게 받아들이고 일반화한다. 그 안에는 내가 나를 바라보는 비이성적인 잣대와 타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포함된다. 자신이 설정한 그릇된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일부터 사라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주관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 역량은 바로 내 안에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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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용기와 인내를 갖고 무언가를 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이나 남들 앞에서 "난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자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원래'라는 말 뒤로 숨으려는 비겁함일 뿐입니다. - p.93
우리는 그것이 선하다고 생각되기에 그것을 원하고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고 욕망하기에 그것을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 p.107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을 사물에 집어넣었다가 다음에 그 사물을 보게 되면 미리 집어넣어 둔 것만을 끄집어낸다 - p.120
스피노자의 철학은 한마디로 '필연성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필연이 아닌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우연이란 단지 우리가 그 원인과 인과관계의 흐름을 아직 다 파악 못한 필연에 붙이는 감탄사일 뿐입니다. - p.124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면서 모든 사안을 자기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어 한다. - p.170
가장 치명적인 감정인 '교만'과 '자기 멸시'는 자신에 대한 가장 무서운 무지입니다. - p.179
자존감과 자존심은 대게 반비례합니다. 자존심에 민감하다면 자존감이 낮을 것이며, 자존심에 덜 민감하다면 그는 높은 자존감을 안고 사는 사람일 겁니다. 대체로 매사에 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자존감에 스스로 의구심을 품은 경우가 많습니다. - p.231
명예욕은 오직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노력이고, 자기만족은 남들에 앞서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려는 노력입니다. 이렇게 자기만족이란 타인의 껍질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서 당당히 존재하며 자기가 자신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