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삶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가혹하다. 이율배반의 시초가 되는 욕망의 먹이사슬. 그 쓰디쓴 독배에 어떤 이의 삶은 위태롭게 일렁인다. 제르페즈를 비롯한 어느 누구에게도 강요된 선택은 없었다. 환멸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현실 앞에 비상(飛上)은 가닿을 수 꿈에 불과했던 것일까? 부지불식간에 찾아든 무기력과 권태라는 이름으로, 쾌락과 오욕의 더미 속에 솟구치는 절망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서서히 끝도 없이 추락한다. 마치 인생이라는 외줄 타기에서 낙하한 곡예사처럼 그렇게 신열에 들떠 울부짖는다. 내가 그녀이고, 그녀가 나인 듯이 그렇게 한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