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5
앙드레 브르통 지음, 오생근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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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프랑스를 시초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초현실주의는 다다이즘(전통을 부정한 예술 운동)에 그 근간을 두고 있다. 초현실주의가 구체화된 것은 시인, 작가, 평론가를 겸하는 앙드레 브로통(1896~1966)의 제1차 <초현실주의 선언>에 의해서이다. 그는 획일화된 현실을 초월할 때 비로소 인간의 내면은 새로운 형태의 지식을 취할 수 있는 존재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프로이드의 심리분석에 영향을 받아 인간의 닫혀 있는 마음을 무의식에 의한 몽상의 상태에서 발견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예술적인 견해를 자신의 작품에 적용하였고 제2차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하기 전인 1928년 실험주의적 소설 『나자』를 출간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물음으로 시작하는 『나자』는 파편화된 이미지와 텍스트를 교묘하게 연결하여 독자 스스로 암호를 해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설에서 앙드레 브로통은 자신이 작가이자 화자가 되어 직접 겪은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서술한다. 여기에서 파악되지 않은 현상들은 일종의 불가사의한 삶으로 매개된 일종의 가치의 전복으로 그려진다.

🔖낮에 걸어 다니는 사람보다는 밤에 걸어 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일하는 시간은 삶의 충만함을 갖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자가 그 자리에서 자신만이 가지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를 기대할 권리가 있는 사건, 아마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지만 내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맞닥뜨릴지 모르는 이 사건은 꼭 노동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그 시간에 나자의 등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리고 여기서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나자의 등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을 예상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그 사건은 아마도 특히 그 자리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p.61

사실주의 소설에 익숙한 독자에게 『나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소설이다. 많은 이질적 요소들이 불연속적으로 연결된 부분도 많고, 독자가 깊이 생각해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암호문 같은 문장들과 유추적으로 연결시켜 추론해 볼 명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의 시간과 공간이 분명히 밝혀져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들이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는 이야기에서는 화자의 생각인지 실제의 사건인지, 사건이라면 소설의 주제와 어떻게 관련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구성된 부분도 많다 이런 점 때문에 『나자』는 '질서와 무질서, 유기적인 계획과 우연적 요소가 변증법적으로 결합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브르통은 서문에서 의학적인 관찰의 문제로 삶의 현장과 사건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것은 텍스트 안에서 작가의 주관적 개입을 가능한 한 줄이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지반 동시에 날것 그대로의 객관적인 텍스트 자료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일이 독자의 몫임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자』는 암호문의 텍스트를 판독하려는 의지를 갖고 읽어야 할 소설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능동적 의지 없이 이 소설을 난해하다고 말하는 독자가 있다면, 작가는 그에게 수동적인 독서에 길들여져 있거나 삶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작품해설

📌덧붙임 : 예술적 심미안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초현실주의는 필수불가결하게 관심을 두어야 하는 요소이다.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는 모호한 형상의 실루엣을 찾는 것과 같은 난해함은 분명 존재하지만 읽고 나서 멈추지 않고 생각하기를 반복할 때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초현실주의 관련 서적을 찾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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