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방랑자의 집에서 기거하는 백여 권의 문학과지성시인선은 나에게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시원은 하나이지만 뻗어 나가는 뿌리의 형태는 제각각이다. 비로소 시는 시 자체로서의 충일함, 숭고한 정신의 미학을 갖는다. 어느 시가, 어느 시인이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시는 시로서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시인들의 행간, 그 들숨과 날숨의 간격을 읽으며 스스로 유폐시킨 나 자신을 찾았다. 그리고 그 야누스의 얼굴을 시 안에서 보았다. 문학과지성사에 경의를 표함. (문학과시인선을 등잔불 삼았던 과거의 독백을 반추하며) 나에게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삶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슬픔과 근심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등에 짊어진 거대한 빙하를 바라볼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삶에도 정답이 없듯 개개인의 인생에도 정답은 없다. 그것이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삶이라는 텍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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