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지음 저자의 전작인 '젊은 ADHD의 슬픔'을 재밌게 읽은 적 있어서 이 책도 기대가 됐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인데,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는 저자 주변의 가족, 친구, 연인, 동료에 관한 이야기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았고, 이와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와 성향이 비슷해서 그런지 공감도 많이 되는 이야기여서 재밌었다.

"본인이 실패한 게 아니고 본인의 '과몰입'이 실패한 거예요."

집에 돌아오면서 간만에 많은 생각을 했다. 생각이야 늘 많이 하지만, 바깥의 공기가 뇌 속으로 들어와 주름과 주름 사이 먼지를 훑어내고 퇴장해주는 느낌의 상념은 오랜만이었다.

난 오늘 '성급한 과몰입의 실패'라는 새로운 표현을 배웠다. 미리 걱정을 사서 하는 나로서 위로되는 표현이었다. 내가 너무 앞서서 촉박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다. 내가 실패한 게 아니지, 내 과몰입이 실패한 거지! 과몰입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내 머릿 속의 복잡한 생각들도 흩어지는 기분이다.

맛도 못 본 음료 값을 지불하고 도망치듯 집에 가는 기분은 어떨까? 세상 모든 부모들은 아이 탓 아닌 속상함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누가 낳으라고 하지도 않은 "네 아이니까, 네가 감수"하란 주장은 너무 폭력적이고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카페에서 음료를 쏟은 아이로 인해 눈치를 본 부모를 만났다고 한다. 뭐라고 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지만, 이미 아이의 부모는 많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 청소년들이 갈 곳 없게 만든 사회가 개탄스럽다. 할 수 있는 게 노키즈존 카페 불매하기 밖에 없다는 게 아쉽다. 사회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곳은 소비하고 싶지 않다. 아이를 낳으라 하기 이전에 아이와 부모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게 먼저가 아닐까 늘 생각한다.

한 타깃에 대한 공격이 약해지면 불특정 다수의 갈 길 없는 분노는 다음 타깃을 찾기 마련이다. 맘충이란 단어의 사용을 용인했던 우리는 모두 어떤 의미의 벌레이자 어떤 측면의 약자였다. 다음 시대의 혐오, 그다음 시대의 혐오, 그다음, 다음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이 말고도 모든 사회적 약자가 마음 놓고 편히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혐오에서 벗어나고,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 편안한 사회. 요즘 사회에서 혐오는 정당화되고 있다. 약자를 향한 누군가의 적의와 혐오를 그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눈치를 볼 법도 한데 이젠 눈치마저 보지 않고 혐오하는 세상이다. 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난세에는 영웅이 난다는데 우리 사회엔 언제쯤 영웅이 나타날까.

책은 일상 속의 잔잔한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자신의 생각을 재밌게 표현했다.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끌고 가는 전개가 역시 정지음 저자답다고 생각했다. 일상 이야기에서 그친 에세이가 아니고 생각까지 해볼 수 있고 공감되는 이야기라 더 매력적인 작품인 것 같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