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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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생을 살면서 꼭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ADHD 검사 받아보기'이다. 하지만 ADHD 검사의 경우, 초진이 비싸, 학생의 입장에서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난 내가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부모님께는 말을 못 드리겠다. 자식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부모님과 나아가 검사에 들 돈을 걱정할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브런치북의 대상 수상작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 책은 분명 날 위로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은 날 위로하고, 진솔하게 상담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되어준다. 표지 디자인, 색감, 타이틀에 들어간 홀로그램까지 마음에 들었다. 책 덕후로서도, 환자로서도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세상은 양쪽으로 봐야 좀 더 재미있는 곳이다. 자꾸 깜빡깜빡 잊고, 아주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어버리는 내가 예전에는 싫었다. 하지만 이제는 망각이 신이 주신 선물이고, 나는 남들보다 좀 더 많은 선물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든 것 없이 가벼운 인생'은 관점을 바꾸자 '잊음으로써 가뿐해지는 인생'이 되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도 있다. 지난날 자신의 잘못을 잊어버려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기도,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망각은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어준다. 난 많은 것을 기억하고 살아 잊고 싶은 일, 슬픈 일, 불쾌한 일을 기억한다. 이런 일들은 때때로 내 머릿속을 침투해 날 불쾌하게 만든다. 망각의 힘은 나같은 이들에게 구원자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심리 테스트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스스로를 모르니 통계로 정의되길 갈망하는 것이다. 나는 엉망진창으로 일관적이어서 결과는 대개 비슷하게 나온다. 어떤 테스트에서든 가장 급진적이고 붕 뜬 유형이 바로 나였다.

SNS에서 ADHD 이야기가 올라오면 지나치지를 못한다. 그밖에 심리와 관련된 많은 것들에 관심이 있다. 나를 이해해주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많은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ADHD에 관해 자세히 알았으면 하고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만 이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내가 청소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청소가 결과 지향적인 것 같아도 실은 과정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싹 치워진 상태를 위해선 공간의 체계를 파악하고 비움과 수납을 반복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체계적, 규칙적, 반복적 과업에 약한 게 ADHD인데 청소는 딱 그 능력만을 요구했다.

나도 맥시멀리즘의 끝을 달리고 있다. 나중에 쓸 것 같아서, 추억이 담긴 물건, 버리기 아깝다는 이유 등으로 방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 간다. 청소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데 시작하기까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정말로 저런 쇼핑백, 설명서, 젓가락을 언제 다 분류하고 어디에 정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청소를 해도 청소를 하는 시간보다 물건이 다시 쌓이는 속도가 빠르다. 그럼에도 내 물건들은 정해진 위치대로 어질러져 있는 것이 웃기기도 하다.

책을 다 읽고 다시 ADHD 검사 후기를 검색해보았다. 내 기억보다 초진 비용이 싼 후기도 많이 보았고 난 언젠가 상담을 받을 거란 목표가 있다. 나도 언젠간 내 블로그에 ADHD 검사 후기글을 당당하게 올려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이 분명 나의 삶과 모두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 받았지만, 서평은 온전히 저의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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