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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지음 / 블루그린페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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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겪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기준으로 한 이야기를 다룬 글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흔히 트라우마라고도 불리는데, 저자는 가족들끼리 갈등이 있을 때 서로를 이해하고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쓴 책이라고 한다.


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 불리는 병을 가지고 있다. 병은 가족들로부터 파생되었고 현재 진행형이다. 가족들은 병이 가족에 의해 발생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했다.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이 아프다 보니 병을 인정하기까지도 고통과 아픔을 온전히 봐주기까지도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마다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그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속에 누군가는 실망을 할 수도 누군가는 포기할 수도 있다. 어쩌면,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자신에게 이런 이해를 하는 가족이 있기를, 가족과 잘 지낼 수 있었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저자와 같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사람들이 자신이 아팠던 경험의 가해자에 대한 합리화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사람도 힘들었겠지'라는 합리화는 결국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하지만 이런 서로의 노력으로 더 나은 관계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저자가 더 슬픔을 겪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저자는 가족과 관련된 문항에서 쉽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느꼈다. 내 주변에도 이런 지인이 한 명 있었다. 그 사람이 가장 싫어했던 말은 '그래도 가족이니까'라는 말이었다. 가족 때문에 힘든데 '그래도 가족이라면서' 가족을 사랑으로 이해하라는 말은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었다. 그때부터 나도 '가족이잖아' 라는 식의 말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말이 되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내가 가족 때문에 정신과에 입원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어했고, 왜 하필 우리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지에 대해 한탄스러운 감정을 가졌던 것 같다. 그 감정들이 순간적으로 펑 터질 때, 내가 옆에 있었다.

저자는 '너 때문에 죽을 것 같아'라는 언어폭력도 겪었다. 그 과정에서 가족에게 기댈 수 없었던 상황조차 속상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

꼭 피로 섞인 혈연만이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 딸인데 이 정도는 해야갰지, 내 아들인데 어디가서 못된 소리 들으면 쓰겠어, 내 자식이면 이러면 안 돼, 난 못해봤으니 내 자식은 무조건 해야 해' 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자식 혹은 부모에게 자신의 소망을 투영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 좋은 쪽으로 변할지 나쁜 쪽으로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식의 투영은 결국 누군가와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이들도 모두 남이다. 가족들 또한 나와는 다른 '남'인 것을 알아야 그들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꼭 그들을 이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해당 도서는 독립출판 플랫폼 인디펍으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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