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 사랑하면서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에 지친 너에게
정민지 지음 / 빌리버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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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정민지

빌리버튼

2020.06.10


사랑하면서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에 지친 너에게

저자 정민지는 대학교를 졸업 후 방송사와 종합일간지에서 기자로 일했다고 한다.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은 작가의 2번째 산문집이다. 그들을 왜 낯익은 타인으로 대접하는 것이 마땅한지 알려준다. 책 날개에 작가님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적혀 있어서 좋았다. 책이나 작품을 접할 때 꼭 작가 인터뷰나 SNS를 찾아보는 편인데 작가의 생각이나 작품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어 좋다.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들수록 이전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공감한다. 그들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것은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몰랐던 나를 알게 되기도 하지만 흙탕물 같은 감정들이 가라앉기도 한다. 나를 알게 되는 것은 좋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상처 받지 않았던 말들에 내가 상처 받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감정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다. 더 단단한 사람이 될수도 있지만 어쩌면 상처뿐인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난 버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쉽게 잊어버리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다 안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소중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모두 다 가지기도, 지켜내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내가 타인에게 준 상처들을 찬찬히 돌아본다. 그것은 섬세한 관찰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 자신만 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나와 같은 비중으로 놓고 보아야지만, 내가 누군가를 무자비하게 로봇으로 만들어버리는 죄는 짓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지만, 사람이 꽃보다 소중하다는 데에는 동의하니까."

손 쉽게 얻은 것은 영원할까. 지켜내기 어렵고 다 가지지 못한 것만 중요할까. 난 손쉽게 얻은 것 또한 소중하다 이야기하고 싶다. 손쉽게 얻은 호의든 사랑이든 그것은 영원하지 않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난 쉽게 사랑해주고 호의를 주는 사람이다. 누군가 내 호의와 사랑을 당연하다 받아들일 때 그건 내게 상처가 된다. 너가 날 좋아해주는 건 당연하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던 반면, 끊임없이 내게 고맙다고 얘기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그럼 난 내게 고맙다고 표현해주는 친구에게만 호의를 주게 된다. 내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했던 친구가 내 호의가 없어져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다면 내게는 더 잘된 일이다. 하지만 다시 내게 와 그 호의를 바라는 것이 더 화가 난다. 인간관계란 이렇게 어렵다.

 

이 책을 접하기 이전 들은 말이 있다. 가족이든 친구든 나와 다른 남이라는 말이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가볍게 내뱉은 말로 상처 주고 상처 받는다. 나 또한 그래왔다. 친구가 힘들어하면 내가 더 힘들었다. 계속 고민상담을 해와서 이야기를 들어주었지만 그친구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계속 힘들다 이야기했다. 난 그런 친구가 미웠다. 나까지 감정소모를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결국 그 친구가 타인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어쨌거나 그 문제는 친구의 문제이고 해결도 선택도 친구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 그 문제를 내 문제라 생각했다. 적당한 이입으로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난 과몰입이 문제였다. '타인' 이라는 말이 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다. 남보다는 가깝고 나와는 다른 가족이나 친구를 낯익은 타인으로 인식하는 게 신기했다.

에세이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나와 이 부분은 생각이 같구나, 이 부분은 다르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느꼈다.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에 힘들다고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읽으면 힘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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