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컬렉션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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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먼로는 단편 소설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이번에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3종이 출간되었다. 앨리스 먼로의 첫 소설집『행복한 그림자의 춤』, 대표작『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뉴욕타임스》에 선정된 『런어웨이』가 바로 그 3종이다. 나는 소녀와 여자들의 삶, 착한 여자의 사랑이라는 작품으로 앨리스 먼로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작가의 첫 소설집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읽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그녀의 단편 주인공은 주로 여성들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다고 일컫는 사람을 화자로 삼는다. 앨리스 먼로 소설의 화자들의 삶은 단조롭고 또 평범에 지나친 일상이지만 주인공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그 삶이 얼마나 깊이 있는 삶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녀는 2012년에 발표한 디어 라이프라는 소설을 마지막으로 글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위의 대표작 3가지를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읽을 수 있다.

표지는 책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알 수 있게 하는데 이 소설의 표지가 참 마음에 든다. 여성의 뒷모습에서 우리가 그녀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주는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도 출판업계와 디자이너의 노력이 보인다.

엄마의 말을 무시하면서 그녀는 노트에 다음과 같이 적어내려 갔다. " 알 수도 없고, 물어서도 안 된다......"

연필을 입에 문 채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이디스는 한 줄기 서늘한 만족감을 느끼며 마지막 줄을 적어 넣었다.

"내 앞에 그리고 너의 앞에 어떤 운명이 가로놓여 있는지를......"

p 8

주인공 조해너 패리에게 감정을 이입해 읽다 보니 정말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녀의 삶이지만 그녀가 행복하다면 괜찮은 건가? 과연 그녀는 행복을 느꼈을까? 소설에서는 주변인으로부터의 시선, 자기 객관화를 통해 조해너 패리라는 여자가 굉장히 평범하고도 특별하지 않은 여자라는 것을 알려준다. 조해너는 한 집안의 가정부였는데 집 주인의 사위인 켄 부드로에게 마음이 가는 것을 느꼈다. 켄의 아내와는 사별했고 켄은 여기저기 손을 빌리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조해너는 5살 때부터 고아원에서 삶을 이어나갔고 이후엔 한 부인을 만나 그녀의 삶을 도와주며 함께 살았었다. 조해너는 이런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사랑만을 주는 인물이었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더 이상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비록 부인과 함께 있었던 안정감 있던 생활을 되짚으며 자신이 헌신할 사람을 찾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용기와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오해가 있었지만 둘에게는 행복해보이는 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그래서 더 마지막 문장에 눈이 갔다. 우리의 눈 앞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 그저 평범한 인물에 평범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을 처음과 달리 읽어나갈수록 이 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이 단편의 마지막을 읽었을 땐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모두 평범한 인물이지만 우리 앞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나 또한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정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좀 더 적극적인 인생을 살아보면 어떨까

이 작품 재밌게 읽었다. 요새 출판업계는 표지 디자인을 다채롭고 독창적으로 하는 것도 필수이다. 그저 평범하던 사람도 책을 낼 수 있게 되는 세상이다. 독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려면 그들이 고를 수많은 책들 중 시선을 사로잡을만한 무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난 이 컬렉션과 표지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책을 읽었던 사람도 읽지 못했던 사람도 사로잡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친구들이 종종 책을 추천해달라 하는데 그 부탁을 하면 이 책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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