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하루키의 소설은 이미 여럿 읽었다. 도서관에서 그리 무겁지 않게 읽을 책을 고르다가 제목도 분량도 가벼워보이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꺼냈다. 책을 들고 제자리로 가면서 전에 읽었던 그의 소설들을 생각해 보았다. 신기하게도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하루키의 소설들은 항상 내게 어떤 분위기만 남아 뇌의 한 부분에 감돌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뭐라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었는데, 그의 첫 소설을 읽고 적당한 말을 찾았다. 나는 바람의 노래를 들었던 것이다. 그 바람은 어떤 구체적 형태를 만들지 않은 채, 천에 물이 스며들 듯 머리에 스며들었다가 그 물이 다시 마르듯 빠져나가버렸다. 그렇지만 바람의 노래는 어딘가에 아주 깊이 스며 있다가 다시 하루키를 만날 때면 귓가에 울린다. 뭔가 굉장히 암울하면서도 무겁지는 않은 바람이 내가 느끼는 하루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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