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azim > 열여섯 살 아이들의 풍경.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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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소설입니다.
중학생 소설, 이라고 하니까 고등학생 딸아이가 "중학생이 썼어?" 하네요.
"아~니."

워낙 뛰어 노는 데 정신을 쏟는 중학교 1학년 아들 녀석 손에 어떻게든 책이라도 쥐어줘보려고,
중학생 권장도서 중 몇 권을 골라 보여주었습니다.
한나절 꼬박 녀석이 맛나게 읽었습니다.
"엄마, 재밌어. 친구들한테 다 보여주고 싶어." 이러네요.
어랍쇼? 저 녀석이 저런 말을 다 하네.
친구들한테 다 보여주고 싶어?
"그래? 무슨 내용인데?"
바쁘게 김치거리 씻느라 오가면서 어떻게 아들녀석에게 한 마디라도 건설적인(?) 표현을 얻어들어보려고 귀를 쫑긋했는데
"..머...우정?...." 이러고 맙니다.

전에, 녀석에게 '열네 살' 시리즈를 몇 권 사준 적이 있습니다.
멋모르고 덥썩 일본에서 무슨 상도 받았다는 소설을 한 권 사줬다가 좀 데인 적이 있습니다.
녀석이 먼저 읽으면서 내내 "엄마, 이 책 이상해" 하는 말을 야릇하게 하면서도 다 읽더니만
뒤이어 제 누나가 읽고 "엄마, 이  책 봤어? 쟤, 읽기에 좀 그랬을 것같은데?" 하더라구요.
뭐야, 대체. 하면서 읽었는데
완전히 일본 틴에이저와 우리 아이들과의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더라구요.
지금은 내용도 잊었지만 아무튼 아이보다 늦게 읽으면서 '아뿔싸'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설마 이 책은 아니겠지 하면서 뒤늦게 점검하자는 기분으로, 녀석이 읽고 놓아둔 책을 펴 보았습니다.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열여섯 살 재준이와, 그 여자 친구 유미와의 얘기입니다.
정말 '우정'이라고 할 만 하네요.
엄마가 읽기에 좀 시시하다싶게 읽어갔는데,
그 밋밋하고 평범함이 오히려 중학생 아이들에게는 훨씬 현실감있게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로 읽혀질 것같습니다.
의례히 기대하는 어떤 그럴싸한 사건이 없어도,
마지막엔 재준이와 유미의 평범하고 돈독한 우정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아들 녀석이 독후 느낌을 덥썩 한 마디 "우정?" 이라고 하던데 그럴 법하다 싶네요.
혹시 또래의 아이들이 기대하는 우정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그런 친구가 갖고 싶은 게 아닐까,
친구라해도 서로 완전히 털어놓을 수 없는 저만의 비밀을 또 갖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는 건 아닌가,
그렇게 잠깐, 아이들 속에 같이 어울려 있는 듯, 아이들의 대화를 엿듣기라도 한 듯,
귀 쫑긋 했다가 책 덮었습니다.

중학생 아이들이 편하게 잘 읽을 것같네요.
주변의 중학생 아이들에게 보여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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