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젖은 줄도 모르고
이아현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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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 보미. 4살 때부터 엄마가 정해놓은 미래를 차근차근 밟으며,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었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엄마의 혹독한 가르침에 보미는 점점 지쳐만 간다. 벗어날 수 없음을, 도망갈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그 때. 집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에게 눈길을 빼앗긴다. 엄마의 끝없는 집착과 아버지의 무관심에 지쳤던 보미는 성은에게 하룻밤의 일탈을 부탁한다. 작은 일탈에 불과했던 그와의 하룻밤이 지독한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이 될 줄,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

 

성은은 국회의원 김두영의 비리 사건 취재차 집 앞을 서성이다 작고 연약한 여자와 만나게 된다. 그녀가 베푸는 배려에 추운 날씨 속 얼었던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 엄마가 견고하게 쌓아올린 성에만 갇혀 지낸 보미는 어린아이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티 없이 맑은 순수한 어린아이. 너무 여려서 위태로워 보이는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평생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곁을 떠날 줄,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

 

그리고 10년 후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행복했던 10년 전의 그 날들이 보미에게는 힘겨운 삶을 버티게 해준 시간이었고, 성은에게는 지울 수 있다면 깨끗이 지우고 싶은 시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위안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어버린, 서로가 함께 행복했던 시간들. 이들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아팠던 게 아니었을까. 사랑한 만큼 아프기도 그 만큼.

 

아직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작가님의 책이다. 북 트레일러 속 제발 그 입 좀 닥쳐라는 박력 있는 남주의 말 한마디에 심장이 쿵. 생각보다 남주의 매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쉽게 넘어가는 책장을 보면 즐기기엔 무리가 없었던 것 같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보미와 성은의 마주 잡은 두 손이 영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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