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강 - 제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87
김선희 지음 / 사계절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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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머리를 다친 아빠는 쉰아홉의 나이에서 일곱 살 어린 아이가 되었다. 아빠의 사고 후 생계는 치킨집을 운영하는 엄마가 책임을 졌고, 하나뿐인 형은 엄마를 도와 가게에서 일한다. 일곱 살의 아빠를 돌보는 것은 오로지 길동이의 몫이다. 어느 날 친구 희우를 통해 미령이 운영한다는 인터넷 카페를 알게 되고 가입을 한다. 카페의 이름은 더 빨강’. 매운맛을 좋아하는 식도락 모임이라는데 길동은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다.

 

길동이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워 보인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고, 아빠는 길동이를 작은 형이라고 부르며 틈만 나면 지붕위에 올라 말을 탄다. 그 스트레스를 야동 보는 것으로 풀어내는 길동.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처럼 느낄 법도 한데 어쩌지 못할 현실이기에 그냥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그런 길동이가 야동을 보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지도 모른다.

 

빨간색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들이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책 속에서는 매운맛의 빨간색과 야동의 빨간색이 쓰였다.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개의 빨간색은 길동이에게 어떤 의미일까. 참 솔직하다. 빨간색처럼 뜨겁고 진하다. 그 나이의 청소년들이 보고 겪었을만한 야동 경험담이 무척 리얼하다. 그래서 진짜 청소년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왕따나 폭력, 학업 스트레스가 없는 청정무구 리얼 청소년 이야기. 그래서 더 좋다. 그들의 이야기를 참 솔직하게 해줘서.

 

두루뭉술하게 이어지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설픈 치유를 하려 들지도 않는다. 삶은 여러 가지 맛의 변형이라는 책 속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항상 단맛만을 원하는 우리지만 인생살이가 어디 쉬운 일인가. 지독하도록 매운맛을 느꼈을 때 차분하게 기다리다 보면 얼얼했던 혓바닥도 개운해지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었던 땀도 어느새 식는다. 인생도 그렇다. 아무리 급해도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이 한 템포 천천히 가다 보면 언젠가는 인생의 단맛을 느낄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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