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 김형태 변호사 비망록
김형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이나 표지만 보면 소설 같기도 하다. 한 변호사의 비망록이다. 변호사 김형태가 누군지 솔직히 잘 모른다.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영화 <두개의 문>에 출연했다고 하는데 영화를 못 봤으니 누군지 모르겠다. 우연히 표창원님의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읽었다.

 

대한민국의 역사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던 인권변호사다. 말이 인권변호사지 앞에 놓인 가시밭길에 얼마나 상처 입을지 알고 있다. 평탄한 변호사 생활을 마다하고 사건의 민낯, 진실의 민낯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변호사의 모습이 참 낯설게만 느껴진다. 정의실현을 위한다는 마음만으로는 절대 하기 힘든 게 인권변호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평소 알고 있던 직업인 변호사와 진심을 다해 사건을 대해는 사람변호사가 얼마나 틀려질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다.

 

제목으로 쓰인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의 꼭지글에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인혁당 사건으로 구치소에 끌려간 이수병 선생과 그 아내에 관한 이야기다. 재판을 기다리던 이수병 선생에게는 단 한 번의 면회도 허용되지 않았다. 선생의 아내는 멀리서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아이를 업고 구치소 문 앞을 매일 서성인다. 한 교도관의 도움으로 선생은 아내와 아이를 스쳐지나가듯이 마주하는데 그가 했던 말 한마디에 엉엉 울어버렸다.

 

모르고 있었던 진실의 민낯에 분노하고, 울컥하고. 기가 쏙 빨리는 느낌이다. 인권변호사로 살아온 궤적을 따라 진실과 마주하려고 노력했던 치열한 삶의 무게가 이렇게 버거울 줄 몰랐다. 비망록이라는 부제가 왜 있나 이제야 알겠다. 어디에 서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진실이 얼마나 틀려질 수 있는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버겁고 힘겹더라도 꼭 마주해야만 하는 진실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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