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얻는 남자, 그녀를 잃는 남자
오월 지음 / 청어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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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여자가 하나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욕심도 많고 정말 잘 해내고 싶어 노력도 한다. 일도 하고, 사랑도 하고 무엇 하나 완벽하게 해낼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내 앞에 닥친 이 상황들을 무던히 견디고 있는 나이 서른의 여자, 강 은란.

 

그리고 두 명의 남자가 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이루는 흔하디흔한 이야기의 범주에 넣기 보다는 강은란, 그녀의 사랑 이야기라고 보는 게 맞을 거다. 그녀가 누굴 사랑했고, 사랑했으며, 사랑하고 있는, 결국엔 모든 게 사랑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 같은 이야기.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가슴을 울리는, 덤덤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아릿하고 애틋한 이야기.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젖는 줄도 모르듯이 은란의 이야기에 이렇게 휩쓸리게 될 줄 몰랐다. 그녀의 느닷없는 이 방문이 더 없이 즐겁고 소중해진다.

 

가끔 작가에게 한 없이 고마워지는 글들이 있다. 이런 글을 만나게 해줘서 고마운 마음에 작가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말이다. 후유증이 꽤나 오래, 길게 갈 것 같다. 한없이 말랑말랑해져 두둥실 떠올라 구름 위를 붕붕 날아다니는 느낌이다. 서걱거리던 마음 한 자락이 봄으로 가득 차버려서 어쩔 줄 모르겠다. 분에 넘치는 이 감정들이 너무 낯설어 잠시 머뭇거리게도 만들지만 그 감정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지는 기분을 마음껏 즐기고 싶은, 두 개의 마음이 공존하는 아이러니.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정말 싫은 글이 될지도 모른다. ‘취향이란 것은 분명 있으니까. 순전히 주관적인 나 혼자만의 감정에 취해 흠뻑 빠져있다. 아찔할 정도로 좋은 글에 이런 감정이 샘솟는 건 당연한 얘기다. 줄거리 없이 느낀 감정만을 온전히 전할 수 없다는 것도 충분히 안다. 하지만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글이다. 가끔은 아무런 생각 없이, 기대 없이 만났을 때 더 좋은 책들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p. 288

좋은 사람.

좋아하는 사람.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은 사람.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란 참으로 단순한 거였다. 단지 내가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어서 행복한 것. 때로는 그 마음이 자신의 무언가를 양보하거나 포기하게 만들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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