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의 순간
필립 베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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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의 순간.
세 권째 읽는 필립 베송의 소설이다.
영국의 작은 해안마을 팰머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토머스 셰퍼드라는 남자가 여덟 살짜리 아들의 죽음에 대한 과실치사죄로
오 년간 복역을 하고 귀향하는 데서 시작한다.

거의 일 년 내내 자욱한 안개가 끼어 있는 마을,
이 소설은 거의 일 년 내내 자욱히 낀 안개, 옷과 머리칼과 마음까지 축축하게 적시는 안개비의 이미지로
제일 먼저 다가온다.
필립 베송의 많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거나 영화계의 프로포즈를
받는 이유는 그만큼 눈앞에 그려지듯
선명한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마을 사람들의 증오와 멸시의 시선을 고스란히
당해내야 하는 토머스. 다수의 증오에 맞선 개인이란 주제는
필립 베송의 소설에서 곧잘 등장하는 것이다.
남의 불행에 늑대처럼 달려드는 사람들,
진실은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선정적인' 사실들을
입방아 찧기에 바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실수로 자식을 잃은 최악의 비극이 빚어진 곳
불행한 결혼생활과 이혼, 무엇보다 살인자라는 오욕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곳으로 토머스가 돌아온 이유는,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진다.

모든 것을 놓고 포기했던 삶에도 구원은 찾아온다.
그 구원과 함께 새로운 삶으로 넘어갈 것임을 암시하는
마지막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오랜만에 한 문장, 한 문장 마음에 새기며 읽고 싶은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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