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와 클라라
필립 라브로 지음, 박선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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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연주회가 시작되려 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아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지휘자의 신호만을 기다리고, 마침내 아름다운 선율이 객석을 채우기 시작한다.

수백 명, 수천 명이 되는 관객 중 한 명인 당신은 단 한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연주하는 음악을, 그가 보내오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 영민하고 조숙한, 매사에 진지하고 때로는 너무 심각한 천재 소년
프란츠 크사비어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이자,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했고, 지금은 실연으로 괴로워하는 스무 살의 클라라 뉴먼에게. 

맑고 투명한 산중호수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루체른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영혼의 교감을 통한 상처의 치유와 성장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거창하게도 삶(!)에 대한 통찰력이 빛나는 순간들이 있으리라. 오로지 그 나이, 그 시절에만 잠시 깃들었다가 사춘기가 되자마자 사그라지고 만다는 비범한 능력, 삶에 대한 통찰력과 깊은 시선을 프란츠는 가지고 있었다. 짐짓 어른인 체하는 말투하며, 무한이 어떻고 삶이 어떻고 하면서 심각하게 굴다가, 급기야 나이 차이는 상관없다며 자기보다 여덟 살 많은 여자에게 연인의 사랑을 당당히 요구하는 그 아이가 참으로 맹랑하고 당돌하다 싶지만, (특별한 사랑 고백은 예외로 하더라도) 우리 역시 이 시절을 지나왔기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오케스트라 단원에서 솔리스트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클라라에게서도 성장의 의미를 읽는다. 공연 후에 자신의 연주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거꾸로 리허설을 하는 그녀... 절대 만족을 모르기 때문에 언젠가는 넘치는 기교 대신 스스로 기쁨을 느끼며 영혼을 울리는 연주를 할 수 있으리라. 
두  사람의 행복한 재회, 그리고 짤막하지만 아름다운 에필로그... 또 예상치 못했던 마지막 한 문장의 여운은, 콘서트홀에 길게 울리는 그날 연주의 마지막 음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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