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 읽은 로맹가리의 소설.
에밀 아자르로 다른 인생을 창조하며 세상을 갖고 놀았던 천재 작가란걸 전혀 알지 못한채, 그저 추천만으로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재미있고 잘 읽히지만 책을 읽는동안, 책장을 덮고나서도 진득하게 곱씹어보게 되는 힘.
명작이란 이런건가 싶다.
똥이라든지, 번지수로 비유되는 여기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생각, 그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이라는 생각, 태어날 때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차이를 받아들이고 사는 주인공 모모가 나이에 맞지 않게 하는 말들을 보면서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안쓰러움을 느꼈다.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시간이 버텨내고 살아내야만 하는, 삶이 곧 고통이라는것을 되바라졌지만 아직은 너무나 어린 모모가 서른줄의 나보다도 더 뼈저리게 알고 있다는 것이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늙고 병들어 추한 모습이지만 모모에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한 로라의 존재도.
내 앞에 놓인 생, 삶과 인생. 원제가 번역제목과 다른건지는 알수 없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수없는 제목이다.
병들어 몸의 구석구석까지 망가져가는 로라를 담담하게 또는 대담하게 묘사하는 걸 읽으면서 늙는다는 것과 죽음이라는 것, 젊음에 대해 직면해볼 수 있었다. 작가 자신이 늙는다는 것에 대해 엄청나게 두려워 했다고 하던데, 65세 즈음 자살하기 얼마전 썼던 이 글에서 그 부분이 더 드러나보이기도 하는것 같다.
다시 읽고싶은 소설. 이젠 커버린 모모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는 자기 앞의 생을 누구보다 잘 살아가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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