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 죽음이 가르쳐준 후회 없는 삶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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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에리카 하야사키의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은 3년 치 수강 대기 명단이 끊이지 않는 미국 킨 대학교 노마 보위 교수의 ‘죽음학 수업’을 4년간 밀착 취재한 기록이다.

처음 이 책을 펼치기 전, 나는 흔한 호스피스 병동의 마지막 교훈을 담은 에세이일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그곳엔 죽음보다 더 깊고 짙은 ‘생(生)의 투쟁’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보위 교수는 에릭 에릭슨의 발달 단계 이론을 통해 수업을 이끈다.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누군가는 ‘자아 통합’을 통해 충만한 완결을 맞이하지만, 

누군가는 청소년기의 미성숙함에 머문 채 ‘절망’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 수업의 본질은 명확하다. 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할 비참한 후회를 미연에 방지하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한 나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 느껴졌나요? 우리에게는 삶을 당연하게 여길 이유가 없어요.” (p. 81)


시체 검시소 현장 학습에서 던진 이 한마디는 안일했던 삶에 경종을 울린다. 

노마 교수는 행복이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노력의 결실’임을 강조한다.



책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사연은 경악스러울 만큼 비극적이다. 

그러나 학대와 트라우마라는 척박한 토양 위에서도, 노마 교수의 따뜻한 인도 아래 

학생들은 기어이 양지를 향해 뻗어 나가는 식물처럼 성장한다. 

놀랍게도 그들을 이끄는 노마 교수 자신 또한 어린 시절 모진 학대를 견뎌낸 생존자였다. 

상처를 입은 치유자가 건네는 손길은 그래서 더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끝’을 고민해 본 적 있는 이들에게, 혹은 남은 생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길을 잃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수업은 단순히 죽음을 말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가장 눈부시게 살아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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