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씨는 영화 자막을 만들 때 영어 대본을 보고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영화를 보고, 생각나는 대로 우선 자막을 만든다고 했다.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그 영화의 흐름과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이미도씨는 우리 학교 선배다. 내가 속했던 언론사의 후배들이 이미도씨를 인터뷰한 후에 들려준 이야기였다. 그의 그런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었다. 

당신이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책은 붐비는 지하철에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 읽어도 술술 읽어내려갈 것이다. 반대로 책에 등장하는 영화들 중 반도 읽어보지 못하였다면 어느 정도의 공감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나의 경우는? 영화를 꽤 보는 편이어서, 꽤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약간은 코드가 안 맞는다고 느꼈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기대감이 너무 컸었다. 그러므로 이런 아쉬움도 달게 받는다. (^^)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영화와 영어가 인생인 한 남자가 가장 그답게 쓴 책이라고 정의내렸다. 
 


영화관을 나오기 전 '자막 - 이미도'란 마지막 한 줄은 몇 년째 익숙하게 보던 장면이었다. 그래서 한 때 모든 자막은 이미도씨가 하는 줄 알았었다. 그가 만드는 영화의 자막은 '살아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다른 저서들의 제목에선 '활어 - 살아있는 언어'라는 단어를 사용된다. 미국 드라마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아마추어 영화/드라마 번역가들이 있지만 그들에게선 이미도가 가진 이런 살아있는 언어의 맛이 떨어진다. 이렇게 생생한 번역을 구사하는 이미도가 영화를 가지고 쓴 영어 단어장은 꽤나 재미있다. 

한국어로 주저리 이야기하며 영어 단어가 문장 중간 중간에 끼어드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쓰인 영어 교재들은 자주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책이 '문덕'의 <웃지마! 나 영어책이야 1,2>이다.   

 

 

 

 

 

 그는 모 편입학원의 영어 단어 강사로 유명한 저자이다. 컬러풀한 책에 일러스트가 계속 삽입되어 있고 주제별로 단어들을 이끌어내는 대화체 형식이다.

 
이 책과 비교해보면 두 가지 정도의 다른 장,단점이 있다.

우선 단점을 꼽자면 - 이미도의 책은 그림이 무자비하게 들어간 컬러풀한 책은 아니다. 그냥 성인용 책처럼 생겼다. 단점일 수도 있겠다. 이왕이면 영화 장면을 다다다닥 삽입해주었다면 영화의 추억을 살리며 볼텐데, 부족하다.

그러나 장점은 - 단순한 영어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실제 원어민들 사이에서 쓰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치 문덕의 책을 한국어가 들어간 영어 그림 사전이라고 정의하면 이미도의 책은 '영어 생활 언어 사전'이라고 매치하면 된다. 문덕의 책이 그림이 많고, 주제별 상황의 단어들이어서 나의 영어뇌에 쏙쏙 박힐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책장에 푹 박혀버렸다. 그러나 이미도의 책에선 마치 가십 기사를 읽듯이 기억에 남는 의미들이 숨어 있어서 그 기억 효과는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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