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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센트 경제학 - 숫자로 읽는 4,900만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
구정화 지음 / 해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책의 화두에서 ‘대한민국이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생각거리를 던지며 이야기를 끌어냈다. 이젠 3권까지 시리즈로 나온, 앙증맞고 단순한 그림들과 몇 마디의 글로 구성된 이케다 가요코의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란 그림책이 떠오른다. 짧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만든 그 책은, 나를 60억 지구인 중 1명으로 놓고 바라볼 시간을 제공했었다. 그 기억을 되돌리며 읽는 구정화씨의『퍼센트 경제학』은 앞의 책에 비해 약간 더 현실적인 쓴웃음이 지어지는 차이를 만들어낸다.
1. 조사 수치가 대부분이다?! 목차만 보면 책 다 읽었다?!
수치를 좋아하는가? 나는 비교적 그런 편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그렇게 정확하지 않은 편이다. 계산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수치에 의존하여 상황을 바라보기에는 변수 계산이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대개 평균값이 제공되어 있고, 그 평균 계산의 범주가 어느 정도로 한정되느냐에 따라 체감도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설명하기가 어렵다. (정확성을 심하게 따지는 내게만 적용되는 오류일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어쨌든 한 예를 들어보자. 책에서 첫 이야기는 “평균 데이트 비용이 7만원인 ‘소비하는 연애’ 시대”라는 설정이다. 제목만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저녁 때 데이트를 나가서 4만원을 썼다. 그런 후 생각한다. ‘쳇, 7만원은 무슨, 책이 신빙성이 없어.’ 라거나 ‘나는 데이트하면서 국민 평균 비용인 7만원도 안 쓰다니? 이런 불쌍한 커플이 다 있나!’ (이런 생각들을 예로 드는 것이 억지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리 낯선 장면은 아니다. 뉴스를 보고, 또는 출근길에 헤드라인과 흥미 위주의 무간지를 읽은 후 이런 식의 ‘비약’적인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바로 이런 부분을 볼 때 수치는 그 자체로 해결이 안 되는 단점이 있다는 생각을 풀고 싶다.
2. 그래서 이 책은 그림책이 될 수 없었다.
주부용(?) 잡지의 후반부를 보면, 앞부분처럼 번뜩거리는 올 컬러 사진들이 들어있는 광고 종이들이 아닌, 내용 위주의 페이지들이다. 제목들은 대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분위기의 ‘OO연예인, 충격 고백’, ‘소문 뒤에 밝혀진 OOO이야기’ 등으로, 속사정 스토리다. 수치는 이렇게 속사정 스토리를 같이 들어야 한다. 만약 이 책이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처럼 잘생기고 예쁜 남녀가 식당에서 7만원을 턱 내는 장면을 그려 넣음으로 마무리한다면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의미 전달이 안 된다. 대한민국의 수치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옹골진 뒷담화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저자는 그 뒷담화를 모으기 위해 꽤 노력했으리라 짐작한다. 책인데, 신문 기사처럼 낼 수는 없을 터이니.
3. 전체적으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
적절한 대응책이나 해결책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9개의 주제와 수치를 다루면서 적절한 해결책까지 제시가 된다면 그것은 책이 아니라 신이다!) 그보다는 안목을 가질 수 있다. 관심 있는 수치들을 중심적으로 더 읽어 볼만할 것이다. 또는 다른 책을 펼쳐볼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되리라. 하나하나의 챕터는 뉴스보다는 특집 연재 기사와 같이 비교적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논문처럼 마냥 딱딱한 분석용은 아니다. 사실적인 부분이 크지만 저자의 입담으로 지루하지 않게 꾸며진다.
결국 이러한 책을 선택하는 나 또한 한국인답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OECD 국가 중 ~분야에서 몇 등인 한국은…’ 이란 표현이 익숙하다. 행복도가 낮은 나라라고 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결국은 비교할만한 수치를 찾아 헤매고 있는 모습이 현실인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등수를 주지 말자고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또다시 그런 부분을 번복하고 있고, 어떻게든 숫자를 가진 정보를 가지고 행복의 정도를 가늠하고 있지 않나 하는 씁쓸함을 다시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