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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피터 멘젤 외 지음, 홍은택 외 옮김 / 윌북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감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이 책과는 사연이 깊다고. 헝그리 플래닛을 ‘KBS TV 책을 말하다’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만나게 되었다. 꼭 읽고 싶은 책으로 선정되었다. 주제 자체가 참으로 흥미로웠다. 50여 가정을 방문하여 그들의 생활상이 아닌 ‘식탁’을 사진으로 찍고 기록하였다는 것이. fast food가 도마 위에 올라가며 줄지어 나오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들이 이렇게 저렇게 표현되고 전해지는 개체들 중 하나로 손색이 없게 느껴졌다.
그러나 중미에 거주하며 이 책을 구해보긴 어려웠다. 그러던 중 기다리고 기다리던 뉴욕 여행을 떠나며 나의 꿈은 점점 가까워졌다. 한국 서점에 들러서 이 책을 당당히 집어 들었다. 그러나 언제나 처음 경험하는 현실은 절대적으로 unexpected이다. $50을 넘는 가격 앞에서 나는 덜덜 떨었다. 한국에선 정가가 25,000원인데. 놀랜 마음 끌어 안고 궁시렁거리며 Barnes&Nobles로 갔다. 원서는 $20이 채 안 했다. 결국 나는 어떻게 했을까? 몇 달 뒤에 한국에 와서 번역본을 샀다.
이 책은 사진첩이다.
건강, 영양에 관심이 많은 내가 기대치가 컸는지 모르겠다. 책이 꽤 두껍다. 500p 가까이 된다. 그러나 그만큼 질적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1. 원서는 정말 사진첩처럼 생겼다.
한국어판은 hard cover로 보통 책 크기이다. 그러나 원서, 미국의 영어판은 paper book으로 일반 책을 가로로 2권 이어 놓은 정도보다 약간 더 큰 크기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판에서는 사진 한 장이 두 쪽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책 접히는 부분은 알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원서는 한 쪽에 하나씩 있기 때문에 척 보기에도 사진첩이고, 더불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될 때에 일부러 한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사진첩보다는 책의 느낌을 더 주는 방향으로 편집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2. idea가 참으로 좋다.
National Geography 잡지처럼 죽을 만큼, 숨막힐 만큼 멋있는 사진들이 아니어도 된다. 이 책을 사보는 사람들은 정말 멋진 사진을 기대하기 보다는 사진의 내용물을 원하는 것이므로. 어떻게 생각하면 쉬워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의 사진 기자인 피터는 이 사진들을 찍기 위해 24개국을 돌았다. 이 또한 굉장한 순간을 포착해내는 운 못지 않은 노력이다. 그는 35년간 ‘생각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책과 같은 독특한 주제를 찾는 ‘남다른’ 사진 기자이다.
3.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사진은 익숙하며, 후진국민들의 식탁은 궁금하였다.
후진국들, 국민 소득이 낮고 생계가 화두가 되는 나라들의 식탁 사진들은 참으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정말 1주일간 이것만 먹고 살 수 있는 것인가?” 음식의 종류를 거론하기도 전에 그들의 식탁은 소박과 간소함이 심했다. 선진국들의 핵가족들의 식단은 상다리가 휘고 옆 공간들에도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인스턴트 식품 박스들이 즐비한대 반해 후진국의 대가족 식단은 자루 몇 개였다. 곡식 자루 두어 개, 야채 서너 종류 몇 자루들이었다. 절대적으로 양이 부족해 보였다. 음료수를 거진 사먹는 선진국민들은 그들의 콜라, 오렌지 주스 등을 식탁의 한 면을 가득 채움과 달리 그저 물을 떠다 먹는 후진국민들은 그럴 필요가 없기에 더 허전해 보였다.
4. 오랜 시간에 걸친 작업이며 세월이 흐른 뒤에 보기에는 현실성과 사실성이 감소한다.
2000년에 이 작업의 신호탄이 터졌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접한 지금이 2008년, 벌써 8년이 지났다. 촬영 작업을 할 때 하나의 테마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고 분명 급변하는 사회에 맞게 후진국들의 식생활에 선진국의 fast food가 더욱 침투하였거나 선진국들의 그것에는 반대로 인스턴트 식품 상자들이 줄고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흐름의 변화까지 모두 끌어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저자들은 나름대로 되도록이면 음식 가격을 현재 수준으로 맞추려고 노력한 흔적 등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시 달라.
5. 전문가적인 서적은 아니다.
이들은 분명 식품 영양학자들이 아니다. 그러므로 전문 서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더불어 저자들의 의도 또한 그것이 아니므로 그렇게 오해하면 안 된다. 어쩌면 나는 출판사의 미묘하게 포장된 광고를 보며 꽤나 대단하게 생각하였을지도.
[25] 이 책은 다이어트 책이 아니다. ‘악덕 기업’이나 ‘진보의 적’, 또는 특정 정치집단에 대해 투쟁을 호소하는 책도 아니다. 그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정지 화면으로 찍어서 보여주듯,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지구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6.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여행갈 때 들고 가서 각국에서 온 배낭 여행객들과 저녁 식사 후 둘러 앉아서 우리가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가에 대해 담소 나누어 보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