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133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저자 소개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국제정치학자이다.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칼리지를 졸업하고, 191636년까지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3647년까지 웨일스대학 국제정치학 교수로 있으면서 '타임스'지 논설위원을 겸했고 48년 유엔세계인권선언 기초위원장을, 그 뒤 옥스퍼드대학 교수, 55년 이후 트리니티칼리지의 고급연구원을 지냈다.

외교관 시절의 저서는 <도스토예프스키> <낭만적 망명자들> <카를 마르크스> 등 사회와 혁명사상에 관한 것이 많다. <새로운 사회(1951)> <역사란 무엇인가(1961)>는 그의 실용주의적 역사관을 잘 보여준다. 일찍부터 러시아사에 깊은 관심을 가져 1950년에 제 1 권을 낸 <볼셰비키혁명>을 비롯한 <소비에트연방의 역사(8 , 195078)>는 필생사업으로 볼 수 있는 장대한 작품이다. 이 밖에 국제정치에 관한 저서로 <평화의 조건> <내셔널리즘의 발전> <서구세계에 대한 소비에트의 충격> 등이 있다.

 

 


2. 감상

 

책을 읽으며 진척이 없었다. 주위에서 수준에 맞는 책을 읽어. 라는 농담 섞인 핀잔을 들으며 꾸역꾸역 반 정도를 읽은 후 이 책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좌절감을 줄 수 있는 문구 역사책 치고 양도 적고, 대학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엮은 책이어서 중고등학생들도 비교적 무난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라는 한 지식인의 답변. 내가 지금 몇 살인고?

정확하게는, 1961 1월부터 3월까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진행된 조지 맥콜리 트리벨리언 강의 내용을 엮었으며 사실 역사학 입문서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사랑학 강좌를 책으로 만든 레오 바스카글리아의 책,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에서 느꼈던 푸근한 강의실은 기대하기 힘들다. 책의 중간에서 언급하지만 - 나는 이 강연에서 역사란 고전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목이고, 어떤 과학 못지않게 정말로 딱딱한 과목이라는 인상을 전달하고 싶다. (p.131) - 매우 딱딱하다. 만약 개론 강의 시간의 널널함을 기대하고 이 강좌를 신청한 학생이라면 어설픔은 버리고 역사학의 수준을 높이는 어렵고 딱딱한 공부를 맞이하라는 강좌 소개가 있다면 등골이 오싹하지 않을까? 그만큼 카의 역사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느껴진다. 기운차고 당당한 그의 어조는 대형 강의실을 가득 채울만한 카리스마 있는 숨가쁜 상황이 상상된다.

 

역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브레인스토밍을 해보자.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딱딱한 국사 시간? 정복과 패배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세계사? 그리고 괜히 멋들어진 대답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미래를 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도 표현하지 않을까?

카는 역사를 연구해야 하는 학문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인상은 역사에 대함보다는 역사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역사가는……’ 역사가는.. 이러이러해야 한다. 는 식의 문장들이 자주 보였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내가 역사가도 아닌데 왜 이런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해주는 걸까? 하며 건성으로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카가 잡아주는 역사가의 방향을 따라 역사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고,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됨을 점점 알게 되었다. 가장 따끈한 예로, 카가 주장하는 역사가의 역할에서 도덕성 판단 여부를 들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 히틀러, 프랑스의 산업 혁명 등의 시간, 사건들과 같은 역사를 배우면서 그로 인한 발전과 더불어 뒤따르는 폐해들을 함께 돌아보게 된다. 어두운 이면 때문에 박정희는 죽일 놈이다 등의 개인의 도덕적인 부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서 역사가들의 역할은 빠진다. 역사가는 재판관이 아니다.

또한 역사가는 모든 상황을 배제하고 하나의 가정만을 가지고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와는 대립된다. (단지 연구 방법론을 말하는 것이다.) 역사가는 모든 원인을 파악한다. 마치 무슨 종합 선물세트 같다. 역사가는 한 시대의 사건에 대해 하나의 원인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역사가는 주 원인을 부각시키는 능력은 필요하다. , 하나의 그럴싸한 선물 세트를 만드는 일이 역사가의 일이면서도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역사가의 진정한 가치는 그 종합 선물 세트 안에서 주축이 될만한 아이템을, 현재의 유행을 캐치하여 중심에 배치할 때 평가된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카가 무섭다. 소련사를 집대성하기 위해 30여년을 들인 그의 끔찍한 노력이 이 작은 책에서도 느껴질 것만 같다. 이 책은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긴다. 왜냐하면 카가 본인의 주장만을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방송 작가가 써준 대본을 가지고 토크쇼에 나온 연애인들 같다. 대개의 역사가들의 의견을 표명한다. 때론 동의하고 때론 반론을 편다. 본인이 반론을 할 적에도 그럴싸한 상대의 주장을 먼저 언급을 하고 난 반대한다. 라고 마지막에 토를 단다. 그래서 나는 이미 읽으면서 그 반대 주장에 동의를 하다가 뒤통수를 맞는다. 만약 카가 자신의 의견만을 펼쳤으면 끄덕거리고 말았을 텐데, 그는 주장을 더욱 단단하게 하기 위해 모든 반론과 동의를 먼저 수용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러한 서술 방식 때문에 이 책이 어렵다고 평을 들을 수도 있겠다. 나는 솔직하게 휴가 기간 동안 다시 읽어보고 싶다. 끝을 내고도 알지 못할 찝찝함이 남는다.

 

 


3. 초서


 

역사가의 주요한 임무는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만일 평가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그는 무엇이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36)

니체, 어떤 의견이 오류이므로 우리가 그것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 문제는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생을 고취하고, 생을 유지하며, 종을 보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종을 창조하는가에 있다. (46)

 

2. 사회와 개인

역사가는 역사의 일부이다. 그 행렬 속에서 그가 있는 그 지점이 과거에 대한 그의 시각을 결정한다. (58)

역사가는 개인이면서 또한 역사와 사회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바로 이 두 가지의 관점에서 역사가를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71)

익명성과 비인격성이 혼동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고 해서 사람이 사람이기를, 또는 개인이 개인이기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79)

역사에서 수는 중요하다. (80)

사적인 악행은 곧 공적인 이익이라는 만데빌의 말

인간은 의식적으로는 자신을 위해서 살고 있지만, 그러나 역사에 남을 인류의 보편적인 목적을 성취하는 일에서는 무의식적인 도구가 된다.

역사적 사건 속에는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역사의 경로를 틀어버리는 어떤 성질이 존재한다. (81)

또한 개인의 의도와 그의 행동의 결과 사이의 불일치를 진단하는 일이 과거를 돌이켜보는 역사가에게 항상 맡겨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사실이란 사회 속에 있는 개인의 상호관계에 관한 사실, 그리고 개인의 행동에서 본인들이 의도했던 것과 자주 모순되거나 가끔 상반되는 결과를 생겨나게 하는 사회적 힘에 관한 사실인 것이다. (82-3)

부르크하르트의 말을 빌리면, 역사란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 만한 것에 관한 기록이다.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 또한 현재도 과거에 비추어질 때에만 완전히 이해될 수 있다.

역사의 이중적인 기능 (87)

 

3.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역사가 과학이 아니라는 것

이 용어의 문제는 영어에만 특이한 것이다. 다른 모든 유럽어에서는 과학(science)의 동의어에 어김없이 역사가 포함된다. (89)

과학에서의 진화는 역사에서의 진보를 확증했고 보완했다. (90)

게다가 현대의 물리학자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자신들이 조사하는 것은 사실(facts)이 아니라 사건(events)이라고 말하고 있다. (91)

자신들의 연구가 과학적인 지위를 가진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마음에서 과학에서 쓰는 것과 똑 같은 용어를 사용했고, 자기들도 과학에서와 똑 같은 연구방법을 따르고 있다고 믿었다. (92)

과학적 방법에 관해서 두 명의 미국인 철학자들이 쓴 표준적인 교과서는 과학의 방법이란 본질적으로 순환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경험자료, 사실이라고 생각되는 것의 도움을 빌려서 원리들을 위한 증거를 획득한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원리들을 기초로 하여 경험자료를 선택하고, 분석하고, 해석한다. (93)

마르크스는 이것을 법칙이라고 주장했을지 모르겠으나, 근대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그것은 하나의 법칙이 아니라 연구를 진전시키거나 새로운 이해를 증진시키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유효한 가설인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사유의 필수불가결한 도구이다. (95)

역사가를 역사적 사실의 수집가와 구별해주는 것은 일반화이다;

그러나 일반화가 특수한 사건들이 반드시 끼워 맞추어지는 어떤 거대한 체계를 세울 수 있도록 해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101)

역사의 교훈. 일반화의 진정한 핵심은 우리가 그것을 통해서 역사로부터 가르침을 얻고자 한다는 것, 즉 어떤 일련의 사건들에서 이끌어낸 교훈을 다른 일련의 사건들에 적용하고자 한다는 것에 있다:

경험만큼 일반적인 것은 없다. (104)

역사에서의 예언의 역할

우리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이른바 과학의 법칙이란 실제로는 경향에 대한 설명, 즉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에 또는 실험실의 상태 속에 있을 경우에 무엇이 발생할 것인가에 관한 설명이다. (106)

개인적인 도덕성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도덕의 역사는 역사의 정통에 속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역사가는 자신의 책에 등장하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하여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옆길로 새지 않는다는 뜻이다. 역사가가 해야 할 일은 다른 것이다. (116)

역사가는 재판관이 아니며, 더구나 교수형을 내리기 좋아하는 재판관은 아니다 (118)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 때문에 노동자나 채무자들이 빠져들고 있는 주인 없는 노예제를 말하면서, 역사가는 그 제도에 대해서 도덕적 판단을 내려야지 제도를 만들어낸 개인에 대해서 도덕적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121)

일단 그 제도가 확립된 이후에는 인도주의적인 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점차 성장했음을 자못 감동적으로 강조할 것이다. (123)

중국 혁명이 어떤 영광이나 이익을 가져다 주었든지 간에, 그것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서양인이 소유한 개항장의 공장에서 또는 남아프리카의 광산에서 또는 제1차 세계대전의 서부 전선에서 일했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아니었다.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들이 이익을 거두어들이는 경우란 거의 없다. (124)

역사적 행위를 판단케 해줄 수 있는 추상적이고 초역사적인 기준을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27)

내가 제안하려는 하나의 해결책은 우리 역사학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 역사학을 감히 말하건대 더욱 과학적으로 만드는 것,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요구사항을 더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 대학교에서도 학문적인 과목이어야 할 역사학이 고전은 너무 어렵고 과학은 너무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을 위한 잡학 비슷한 것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나는 이 강연에서 역사란 고전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목이고, 어떤 과학 못지않게 정말로 딱딱한 과목이라는 인상을 전달하고 싶다.

틈새를 메우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과학자들과 역사가들의 목표가 동일하다는 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촉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환경에 관한, 다시 말하여 환경에 대한 인간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환경의 영향에 관한 연구이다. 연구의 목표도 동일하다: 그것은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이해와 지배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131)

 

4.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역사의 연구는 원인에 관한 연구이다. (134)

요컨대,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개인적 원인 및 장기적 원인과 단기적 원인을 마구 주워 모을 것이다.

진정한 역사가라면 자신이 수집한 원인들의 목록을 앞에다 놓고서는 그것을 정리해야 한다든가, 그들간의 상호관계를 고정시키게 될 원인들의 일정한 위계질서를 수립해야 한다든가, 아니면 어떤 원인이나 어떤 범주의 원인들이 결국에 가서는 또는 (역사가들이 즐겨 쓰는 말투를 따르면) 최종적인 분석에 따라서 궁극적인 원인, 즉 모든 원인들의 원인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직업적인 강박감을 느낄 것이다. (137)

모든 역사적 논의는 어떤 원인이 우선하는가 하는 문제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과 복잡성을 향해서 그리고 동시에 통일성과 단순성을 향해서 (138)

그 비난의 주요한 출처는 굳이 이름을 붙여 보자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might-have-been)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진 보다 정확하게는 그런 식의 감정을 가진 학파가 아닐까 생각된다. (147)

우연을 인과적 결정의 부재와 혼동하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151)

나는 역사에서의 우연의 문제에 대한 해결은 전혀 다른 사고방식 속에서 추구되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156)

역사는 실체에 대한 인식적 지향의 선택체계(selective system)일 뿐만 아니라 인과적 지향의 선택체계이다. 역사가는, 끝없는 사실의 바다에서 자신의 목적에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인과적 전후관계 중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을, 오직 그런 것만을 추출해낸다; 그리고 그 역사적 중요성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은 그 전후관계를 자신의 합리적인 설명과 해석의 모형에 짜맞추는 역사가의 능력이다. (160)

 

5. 진보로서의 역사

과거에 대한 무엇인가 건설적인 견해 (166)

우리는 진보에 일정한 출발점이나 종점이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으며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문명은 결코 어떤 발명품이 아니라 아마도 때때로 발생했을 극적인 비약이 수반된 무한히 점진적인 발전의 과정이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오해를 초래한 것은 진보에 일정한 종점이 있다는 가설이었다. (172-3)

진보는 추상적인 용어이다; 그리고 인류가 추구하는 그 구체적인 목적들은 그때그때마다 역사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역사의 밖에 있는 어떤 원천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179)

우리의 방향 감각, 즉 과거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우리가 전진함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되고 발전할 수밖에 없다. (183)

과거는 상상하고 미래는 기억한다 고 말하고 있다. 오직 미래만이 과거의 해석의 열쇠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오직 이러한 의미에서만 우리는 역사에서의 궁극적인 객관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과거가 미래를 밝혀주고 미래가 과거를 밝혀주는 것,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정당화인 동시에 역사의 설명이다. (185)

또한 역사는 신학 즉 인간의 성취에 관한 연구가 아닌 신의 목적에 관한 연구 으로, 아니면 문학 즉 목적도 중요성도 없는 꾸며낸 이야기와 전설을 들려주는 것 으로 전락할 수 있다. (187)

6. 지평선의 확대

은 계급의 전위로 구성되며 그 전위에게 계급의식이라는 필수적인 요소를 주입한다. (206)

그러나 자유방임경제에서 관리경제(그것이 자본주의적 관리 경제이건 아니면 사회주의적 관리경제이건, 그 관리가 대자본가에 의해서, 따라서 명목상으로는 사적인 이해관계에 의해서 수행되건 아니면 국가에 의해서 수행되건)로의 이행과 함께 이 환상은 사라졌다.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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