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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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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왜 눈을 감고 살게 되었을까? 눈을 보고 사람을 대하면 많은 관계 속에서 오해도 생겨나고 그로 인해 전쟁까지 벌어지게 되었다는 결론으로 미래 사회 어디엔가에선 사람을 버블 속에 넣고 눈을 잠궜다. 제2인류라 불리는 그들에게는 3가지 원칙이 있다. 서로 공유하는 정보의 양을 제한하고, 최소한의 단위로 버블에 거주하며, 버블 밖에서는 눈을 감을 것.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대신 번호로 상대방을 인식한다.
주인공 07의 세상은 자신만의 공간인 버블, 그가 사는 사회인 중앙, 그 중앙을 둘러싼 자신은 갈 수 없는 ‘외곽’으로 이루어져 있다. 07은 중앙에서 관리직 일을 한다. 주로 주민 평가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런 07의 앞에 126이란 타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07의 버블 속은 평온했다.

<오늘은 일상에 발생한 오류였다. 오류를 겪으면서 내가 즐거웠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오류다. 아마 평생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것이다. 외로웠다. 30p>

눈을 뜨고 사람들과 만나 부대끼고 싶다는 07의 소망이 그를 ‘외곽’으로 이끌었다. 외곽에서의 새로운 생활은 07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사람들의 말 속에는 숨은 의미가 있다는 것, 126를 대하는 자신의 낯선 감정, 그리고 불안과 의심까지…
07은 외곽 생활에 적응하면서 어쩐지 자신은 ‘이주’자들과 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긴급 구출이라더니…” 라는 말 한 마디로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또 한 번 붕괴하기 시작하는데…


아이 둘을 키우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장난감 하나로 다툼이 일어날 때 때로 ‘이렇게 싸우면 장난감 책장 위에 올려둘 거야. 둘이 안 싸울 수 있을 때 다시 돌려줄게.” 라고 다툼의 근원을 제거하기도 했었다. 눈을 감고 사람을 대하는 버블 속 세상을 보며 문득 그때 생각이 났다. 결국 문제의 근원을 소거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 다툼은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고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화해하는 법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 속 세상이 떠올랐다. 어쩐지 조금 순한 맛 손원평 작가인 것도 같았다. 안전하지만 외로운 세상에서 알을 깨고 나온 2024 데미안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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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괴짜 친구에게 고정순 그림책방 2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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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이들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지.

너는 숲의 노래를 들으며 달렸지.

너는 걸어온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어.



미셸 슈나이더의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라는 작은 책을 오랜 시간 가지고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의 표지에 <나의 괴짜 친구에게>의 화자인 나무 의자가 찍혀 있습니다. 천재라고도,

괴짜라고도 불리우던 글렌 굴드가 천재 같기도, 괴짜 같기도 한 고정순 작가에 의해 그림책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네요.


고 작가님이 8년 동안 일했던 책방에서 아침마다 글렌 굴드를 들었다고 해요. 책 표지를 어루만지며 가만히 그 시간들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는 것처럼 그 시간, 그 공기, 그 먼지, 시침의 궤적까지 그려지는 듯했어요. 그림책 작가를 꿈꾸며 책방의 문을 열던 그 시간, 글렌 굴드의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작가님은 어떤 생각에 잠겼을까… 문을 열고 들어가 책장에 진열된 책들의 제목을 살피다 한 권쯤 골라 적당한 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싶어집니다.


늘 함께 연주 여행을 다녔던 삐걱거리는 의자, 몸을 흔들며 끙끙대는 신음, 흥얼대는 노래, 악보를 무시하는 해석, 북극과 밤을 사랑했고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으며 목욕을 할 때도 장갑을 끼고, 손으로는 그 무엇도,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일까지 꺼려 했다는 독특한 개성의 글렌 굴드를 요즘 다시 듣고 있습니다.


글렌 굴드가 어느 인터뷰에서, “나의 삶은 간소하고 단조롭다. 그러므로 이 삶에 대한 책은 짧고 지루할 것이다.”라고 했다던데. 그의 삶은 다채로웠고, <나의 괴짜 친구에게>는 긴 여운을 남깁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아이… 

아이를 낳고 읽는 그림책은 어쩐지 모두 육아서 같아서,

오늘은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조리개를 다시 재정비해봅니다.


<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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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의 독서 - 김영란의 명작 읽기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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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대법관이라면 책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 아니 법전과는 친하겠지만 문학이랑은 거리감이 있겠지...

아니었다. 김영란법의 그 김영란 전 대법관의 독서 일기는 나의 섣부른 어림짐작을 무참히 무릎 꿇게 했다.


나는 책에서 세상과 싸울 무기를 구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세상을 납득해 보려는 도구를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 가끔은 무기였을지라도 대부분은 도구였기 때문이다. 12p


나에게도 유년기 큰 영향을 주었던 루이자 메이 올컷, 브론테 자매들에 대한 해박함, 버지니아 울프와 도리스 레싱, 마거릿 애트우드를 통한 여성 작가 읽기 등에 특히 눈길이 갔다. 여성에 대한 사유와 시대 읽기를 마치 '언니'가 어깨를 두드리듯이 담담한 글로 풀어내는 작가에게 따스함을 느꼈다. 이런 분이 대법관이었구나 뭔가 안심이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뭔가 더 목마름이 느껴져 창비 스위치 온라인으로 같이 읽기도 덥석 신청했다. 더 깊이 더 촘촘히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나는 책에서 세상과 싸울 무기를 구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세상을 납득해 보려는 도구를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이 가끔은 무기였을지라도 대부분은 도구였기 때문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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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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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얼었다 녹았다 하는 게 인생이야. 다들 헤어지고 만나고 그렇게 살아... 곁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살면 되는 거 아닐까?
속상하기도 서럽기도 서운하기도 했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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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어린이책 1 - 다움북클럽이 고른 성평등 어린이·청소년책 2019-2021 오늘의 어린이책 1
다움북클럽 지음 / 오늘나다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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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 너무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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