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괴짜 친구에게 고정순 그림책방 2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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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이들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지.

너는 숲의 노래를 들으며 달렸지.

너는 걸어온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어.



미셸 슈나이더의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라는 작은 책을 오랜 시간 가지고 다녔던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의 표지에 <나의 괴짜 친구에게>의 화자인 나무 의자가 찍혀 있습니다. 천재라고도,

괴짜라고도 불리우던 글렌 굴드가 천재 같기도, 괴짜 같기도 한 고정순 작가에 의해 그림책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네요.


고 작가님이 8년 동안 일했던 책방에서 아침마다 글렌 굴드를 들었다고 해요. 책 표지를 어루만지며 가만히 그 시간들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는 것처럼 그 시간, 그 공기, 그 먼지, 시침의 궤적까지 그려지는 듯했어요. 그림책 작가를 꿈꾸며 책방의 문을 열던 그 시간, 글렌 굴드의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작가님은 어떤 생각에 잠겼을까… 문을 열고 들어가 책장에 진열된 책들의 제목을 살피다 한 권쯤 골라 적당한 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싶어집니다.


늘 함께 연주 여행을 다녔던 삐걱거리는 의자, 몸을 흔들며 끙끙대는 신음, 흥얼대는 노래, 악보를 무시하는 해석, 북극과 밤을 사랑했고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으며 목욕을 할 때도 장갑을 끼고, 손으로는 그 무엇도,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일까지 꺼려 했다는 독특한 개성의 글렌 굴드를 요즘 다시 듣고 있습니다.


글렌 굴드가 어느 인터뷰에서, “나의 삶은 간소하고 단조롭다. 그러므로 이 삶에 대한 책은 짧고 지루할 것이다.”라고 했다던데. 그의 삶은 다채로웠고, <나의 괴짜 친구에게>는 긴 여운을 남깁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아이… 

아이를 낳고 읽는 그림책은 어쩐지 모두 육아서 같아서,

오늘은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조리개를 다시 재정비해봅니다.


<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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