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별장, 그 후 민음사 모던 클래식 70
유디트 헤르만 지음, 박양규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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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그가 아주 장난스럽게 물었던 게 기억나. "내가 우리 두 사람에 관해 영화를한 편 찍으면 어떨까?" 나는 물었지. "어떤 영화가 될 것 같아?"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우리 둘 사이에든, 우리들 주변이든, 단지 너와 나, 그리고 크리스티아네가 함께하는 하룻밤에 대한 영화지." 그의 대답에 나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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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기둥 바벨의 도서관 4
레오폴도 루고네스 지음, 조구호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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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기둥은 아르헨티나의 레오폴도 루고네스의 단편집이다. 기억나는 단편들은 이렇다.

- 이수르: 스스로 인간에서 동물로 전락하고 말하기를 단념한 것으로 보이는 원숭이에게 언어를 가르치려는 화자가 나온다. 마지막에 서로 광기에 미쳐가는 모습을 그린다.

- 불비: 어느날 지구의 종말과 같은 불비가 내린 이틀간의 체험을 기록한다. 집에서 나가지 않는 화자는 불비를 피해 지하실을 왔다갔다 하며 세상의 멸망을 지켜본다.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고, 갈증에 지친 사자의 생물 본연의 숭고한 울부짖음을 본다. 점점 심해지는 세기말의 불비가 지하실로 침범하려 하는 순간 시원한 물이 채워진 욕조 안에서 독이 든 포도주를 마신다.

- 프란체스카: 과거 이탈리아의 실화로 아름다운 프란체스카가 리미니 성주와 결혼하는데, 결혼 첫날밤을 보낸 후 남편이 곱추이며 냉혹한이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하지만 시동생 파올라와 잘못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를 안 남편 조반니는 두 사람을 죽여버린다. 이 실화의 진실을 알려주는 양피지 두루마리의 내용을 따라 순수하고도 지순한 사랑의 실체를 이야기한다.

- 줄리엣 같은 할머니: 에밀리오와 고모 올리비안 20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조카와 고모 사이이다. 서로에 대한 영혼의 헌신과 처녀성의 열정은 40여년간의 친구같은 만남을 지속하면서도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다. 마침내 어느날 밤 체스로 시간을 때우던 그들에게 속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에밀리오는 정중히 감정을 접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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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1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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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작 픽션들을 즐겁게 읽었던 기억으로 알레프룰 읽어 내려갔다. 시간성에 대한 순환과 초월성은 알레프에서 공간과 범위의 무한으로 기술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전체가 되고 전체는 다시 내가 된다. 하나의 객체가 전체와 동일하다는 무한의 사고실험을 엿볼 수 있고 그 개념에 대해 숙고하고 있자면 심오한 진리에 한발작 더 다가선 듯한 착각과 자기 기만을 맛볼 수 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텍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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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별장, 그 후 민음사 모던 클래식 70
유디트 헤르만 지음, 박양규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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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해될 듯 말듯한 문장속에서 흐릿한 의미를 잡으려다 보면 내용을 곱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유려하거나 멋부리지 않은 문체 사이로 언뜻 섬광처럼 빛나는 돌기들이 있다. 단편들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의미를 잡으려 하지 않고 유보시키게 만드는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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