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한국사 : 현대편 쟁점 한국사
박태균 외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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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의 쟁쟁한 역사학자가 전쟁, 인물, 외교, 과거사, 민주화, 역사교과서 논란 등 다양한 주제를 각자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하나의 올바른 역사’가 아닌 ‘24가지 다채로운 한국사’를 만들어냈다.

“역사를 새롭게 반추하여 오늘의 현실을 명징하게 비추는가?” 하는 것도 주제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출판사 서평 中 

 


 

 

  위 사진은 6월항쟁 대표사진이다. 민주화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담겨 있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몰랐다면 그저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자료라고 생각하고 끝이 났을 것이다.


247~9쪽

그동안 학생들이 너무 과격하고 좌경화되어 있다고 비판해오던 시민들이 1987년 6월 항쟁에서 학생들과 결합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있다. 다음 면의 태극기를 든 학생 시위대 앞에 웃통을 내놓은 한 남성이 뛰어든 사진이다. 시위를 구경하던 일반인이었다는 그는 학생들에게 최루탄을 쏘지 말라는 의미에서 시위대 앞으로 뛰어나갔다고 한다.


  글을 읽고 난 뒤, 다시 한 번 더 사진을 봤다. 교과서에서도 봤던 이 사진이 왜 이렇게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처럼 <쟁점 한국사>는 그동안 많이 접했던 사건들들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던져주었다. 흔히 접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짚어주고 2017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여러 질문을 껴안게 했다. 어릴 적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학생 중에 하나였다. 지금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하나로 남아있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은 실망이었다. 어떻게 역사를 딱 한 가지로 정해 놓는다는 것인지. 이건 조금만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논쟁이었다. 하나의 사건에도 여러 이견들이 존재하는데 소위 5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단 하나의 교과서로 공부한다는 건 학생들의 배움의 자유를 뺏어가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배움에 대한 욕구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역사 공부에 대한 자극을 강하게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포스트잇으로 질문 혹은 그와 비슷한 메모를 남겼다. 그 중에 몇 가지를 쓴다.

 

 

- 현대사의 비중은 왜 얼마 되지 않을까.

   현재 우리 상황에서 가장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현대사인데.

   아직 진행된다는 이유일까.

   그렇다면 더욱더 현대사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뤄야 하는 것이 아닐까.


- 학생들의 투표권, 해방 한국(약소국). 어른, 강대국. 같은 논리가 아닐까.


- 배고픔을 겪은 세대와 배부름만 아는 세대, 성장만 겪은 세대와 좌절을 겪어야만 하는 세대.

   이것은 역사를 배운다고 해도 좁아질 수 없는 간격일까.


- 아무리 우방국이라고 해도, 피를 나눈 형제도 아니며 가족도 아니다.

   전쟁에 휩쓸린 타국의 민간인을 보호 해주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사실이 확 다가온 것도 많았다. 또한 그동안 내가 말로만 역사를 좋아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 반성도 들게 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챕터별로 생각할 거리도 많아 좋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활동을 남긴 글 중에 일부를 끌고 왔다.

  역사를 되돌이켜 본다는 건, 나라, 사회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는게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일부 세대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해, 또 무의식 중에 깔려 있던 내 편견이 어떻게 형성 됐는가 짐작할 수 있었다. <쟁점 한국사>를 통해 보다 다양한 역사 관점을 읽으며 사고가 조금은 더 폭넓어진 느낌이다.


  사실 아직도 머릿 속이 복잡하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역사책과는 다른 이야기들.

  특히나 지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건이라 그런지, 더욱 마음 속에 와 닿는다. 또한 이 책과 무관하게(다른 포스팅에 써놨듯이) 요즘 '환경에 의해 내가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어 이 책에 쓰여진 역사가 예민하게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른 에너지 소비가 평소보다 심하다. 그래도 즐겁다. 그동안 혼자 끙끙 앓고 있던 것이 조금은 해소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창비의 공부한당 활동을 통해 '가볍게' 역사책을 읽으려던 내 계획은 완벽히 무너졌다. 가볍게는 커녕 무겁게보다 더 문제인 뒤죽박죽. 난리인 것 같다. 그래도 즐겁다. 왜냐면 그만큼 2017년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아주 값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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