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껴도 맑음 - 달콤한 신혼의 모든 순간
배성태 글.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구름 껴도 맑음



달콤한 신혼의 모든 순간이라는 문구 때문이었을까.

집에 책장에 수십 권의 책이 꽂혀 있어도 읽지 않는 나를 보며 남자친구는 한 번씩 재미있는 농담을 하곤 한다.

(물론 남자친구는 진심이라고 하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책들을 함부로 대하겠다는 그의 말은 10000% 장난)

매일 내 책들로 군고구마를 해먹겠다고 하는 남자친구가 이 책 한 번 읽어 보는 게 어떠냐면서 대뜸 들고왔다. 

화학을 전공하는 남자친구가 나를 놀릴려고 들고 온 『주기율표』와 함께 샀다.

이제 군고구마 안 해 먹을거지? 하니까 다 읽으면 해 먹을건데라는 장난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신혼에 관한 그림책(?) 이라서 그런걸까. 몽글몽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소탈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정말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그런 순간들을 그려냈다.


 신혼의 어느 날, 문득 소중한 우리의 일상을 붙잡아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억은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사진으로 남길 수 없었던 일상을 그림으로 그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구름 껴도 맑음, 머리말  中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결혼해서 제일 좋은 건 너와 함께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문구가 참 와 닿았다. 나도 남자친구와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도 즐겁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좋았다. 아무런 계획없이 제일 편한 공간에서 서로 함께 숨을 쉬고 있다는 것. 멍하니 있던 머릿 속에서 문득 그 시간에 대해 인식됐을 때, 난 더없는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낀다.


요즘 많은 매체에서 나오고 많은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행복은 거대하고 큰 것이 아니다.

작고 소소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치열한 삶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도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2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갑자기 내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웃을 수 있는 것이요."


당시 나는 행복에 대한 고찰도 하지 않은 채, 행복하면 웃음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답변을 내놓았다.

선생님은 빙그레 미소 지으면서 상당히 깊은 말이라고 말해주신 게 기억난다.

그때의 나는 잘 몰랐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들고 있는 이 책은 초판 3쇄다.

별 것도 아닐 수 있는 '일상'이라는 소재를 다룬 책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너무나도 지나치게 바쁘고 메말랐기 때문이 아닐까.


가족과 밥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소한 일상조차 보낼 수 없는


이 바쁨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갈구하는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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